최근 외식업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소비시장 위축으로 주류 소비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외식업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외식업에서 주류 소비만 증가하기란 어려운 일일것이다. 사실 경제 상황 위축 이전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저도수, 무알콜 소비로 인해 주류 소비 시장은 조금씩 감소 흐름을 보이고는 있었다.22년 주류시장 출고금액 전체를 놓고 보자면 주류시장은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23년 국세통계연보) 22년 총 주류 출고금액이 9조9천7백억으로 21년 8조8천억에 비해 1조
며칠 전 SNS에 올라온 글을 보고 잊혀진 우리의 명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전통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한다.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전통을 통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등을. 하지만 우리에게 전통은 단순히 언어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 생활 주변에서 쉽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은 듯하다. 오히려 사라지는 전통이 더 많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이와 관련되어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가 SNS에 쓴 글이 있다. 휴대폰 캘린더에 정월 대보름이 없다는
"사랑은 첫 인상과 함께 시작 된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한 말이라고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첫 인상이 결정되는데 보통 3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과거 대문호의 말이 아니어도 현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있다. 회사 면접에서 지원자의 첫인상이 면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57.1%라는 통계 결과(취업포털 잡코리아)도 있다. 첫인상은 무의식속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로 인해 일단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사람의 인상뿐만 아니라 공산품도 이러
최근 시선을 끄는 전통주 기사가 있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진이 자신이 만든 술을 같은 멤버인 제이홉에게 선물하고 제이홉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개 한 것이다. 제이홉 뿐만 아니라 중식 쉐프인 이연복, 배우 박서함 등이 진으로부터 술을 받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을 올렸다. 진이 만든 '나비의 꿀단지'라는 이름의 술은 백화주라는 전통주를 기본으로 해서 만들었다. 진은 입대 전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밑술을 만들었으며, 복무 중 휴가를 나와서도 중간 중간 술을 빚고 술 빚는 과정을 인스타에 올렸다. 이미 전통주 업계에서
매년 새해에는 많은 분야에서 시장 상황에 대한 트렌드를 예측해 발표한다. 미래라는 불확실성에 대해 전문기관 또는 전문가의 시장 예측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주류도 이러한 트렌드를 식음료의 하나로써 발표해 왔다. 최근에는 전통주의 관심도가 증가하면서 별도로 전통주 트렌드 발표를 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24년 전통주 시장은 어떠한 트렌드를 보일지 살펴보려 한다.올해는 경제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전통주 소비 감소는 ‘23 중반부터 이야기들이 있었고 많은 양조장이 매출의 30~4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주종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위스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위스키의 인기는 80년대 술집 접대용으로 판매되던 형태로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일명 MZ 세대라고 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싱글몰트 위스키와 하이볼로 소비되면서 그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하나의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 위스키 원액으로만 병입한 위스키이다. 위스키 중에서도 고급으로 인식되는 위스키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롭게 출시되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경우 오픈런을 해야만 구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특정 물건이, 장소가, 음악과 음식이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공항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소 중 하나일 것이다. 공항이란 장소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장소일 뿐이지만 그 공간에 있으므로 출발의 설렘을 느끼는 장소가 된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여행이라는 소중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지금은 코로나를 벗어나 많은 사람이 국내 및 국외 여행을 가고 있다. 여행객 중 많은
얼마전까지 가을이면 유행하던 와인 중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있었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 지방에서 재배된 가메이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당해년도 8, 9월에 수확한 햇포도로 단기 숙성 후 판매하는 와인을 이야기 한다. 프랑스어 누보(nouveau)는 영어 뉴(new)와 같은 새 것을 의미한다. 보졸레 지역에서는 그해에 갓 생산한 포도주를 마시는 전통이 있었다. 지역 와인 생산자들은 이런 전통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해에 가장 먼저 마시는 신선한 햇와인 이라는 이미지를 보졸레
치에가 시음을 끝내도록 한주는 아무 말이 없었다.치에가 한주를 보며 이상하다는 투로 물었다.“술들이 어땠는지 안 궁금한가 봐? 여기 사장님 하곤 안 친해?”“아니 안 친한 건 아니고. 말했지만 여긴 한의사 선생님이 사장님이라 내가 대신 관리를 맡고 있지. 이렇게 손님이 오시면 응대도 하고. 말하자면 그 정도로 친한 거야. 그래 술들은 어땠어?”“음, 처음 이 술은 굉장히 재미있네. 일본의 니고리자케 중에서도 딱 이런 스타일의 술이 있어. 보통은 달지만 이렇게 사정없이 드라이한 그런 스타일. 마니아들이 있는 술이지.”“그건 호모루덴스
“안녕히 주무셨어요? 누나. 잠시만 기다리세요 죽이 다 되었어요.”한영이 말투만으로도 굿모닝이다 싶은 부드러움으로 치에에게 말을 걸었다. 한주와 엉킨 눈길에서 느껴졌던 언짢음, 아니 그 이상의 불쾌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 가증스럽게도, 분명, 천진난만함을 가장하고 있다.한주는 돌연 구토가 솟아올랐다. 이 복잡한 상황, 복잡한 감정과 어제 마신 술이 범벅이 되어 올라왔다. 난폭하다 싶을 정도로 치에의 손을 뿌리치고 화장실로 달렸다. 급히 달려간 화장실에서 변기를 부여안고 감정과 토사물을 한꺼번에 쏟아내자 비로소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
냉정하게, 혹은 거의 호통을 치면서 일찍 자라고 했지만, 아니 그래서인지, 이날은 다들 일찍 잠들었다. 아침해가 밝아오는 것을 보면서 잠자리에 들었으니 일찍이 맞다. 한주가 뭐란다고 고분고분 말 들을 생각이, 특히나 치에는 없었던 모양이라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술자리는 이어졌던 것이다. 하였튼 주량들도 어지간한 셋이서 서로 부어라 마셔라 하고, 물론 처음 들고 온 술은 자정이 되기 전에 일찍이 떨어졌으니 한영이 또 술곳간에 가서 술을 들고 오고. 그러다 보니 안주가 떨어졌다고 냉장고를 뒤져서 계란말이며 채소볶음을 해오고, 정작 일
뭔가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치에는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인지, 계속 한영의 손을 만지작 거리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음. 오늘 마셔본 한주들은 품질만 가지고 말하자면 어디 가서도 충분히 통할 술들이야. 솔직히 말할게요. 일본 사케들이 긴장해야 할 정도예요. 그런데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술이 유통되려면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한주가 뭔가 불편한 기색은 어디로 갔는지, 의자를 당겨 앉는다. 한영도 어색한 기색은 그대로지만 궁금증이 일어나서 묻는다.“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어려운가요?”치에가 술을 한 모금 들어 입술을 적
해가 거의 모습을 감출 때쯤 한주와 치에는 구운 고기를 잔뜩 접시에 담아서 들어왔다. 안에는 한영이 말끔하게 상을 차려 놓고 있었다. 미끈한 체형에 에이프런을 두른 스믈 다섯의 젊음은 귀엽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다. 싱글녀라면 우렁 신랑 같이 집에다 하나씩 비치해두고 싶은 느낌이랄까.“생각보다 늦었네. 자 먹자”아닌 게 아니라 생각보다 늦었다. 한주와 한영은 평소보다 늦은 저녁에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치에는 낮에 시음이라고 술을 적잖이 마셔서 배가 안 고플 것 같은데도“이타다키마스!”하며 가슴에 손을 모으고는 기쁘게
얼마 전 SNS에 재미있는 내용이 올라왔다. 뉴질랜드에서 밀을 이용해 증류식 소주 생산을 준비하는 외국인이 한국의 양조장을 방문했다는 내용이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누룩을 어렵게 구하고 뉴질랜드의 밀을 이용해서 밀소주 생산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전통주의 세계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 들이 있지만 어쩌면 외국 현지에서의 전통주 생산이 전통주 세계화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최근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세청에서는 전통주를 넘어 K-liquor 수출지원 협의회 발족식을 열었다. 우리 술의 외
“이건 그냥 쌀과 밀누룩으로 빚은 아주 표준적인 청주에요. 특징이라면 가수량을 늘려서 드라이하게 만들어 보고 있다는 점 정도지요. 물을 늘리면 단맛이 줄고 드라이한 특징이 나타나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향온곡으로 빚은 술. 어디 한 번 시음을 해보세요.”한영이 드라이한 청주 항아리에서 큰 스포이드 형태의 스테인리스 재질 도구로 술을 조금 채취해서 잔에 따라 치애에게 주었다. 치에는 신중하게 받아 들고 역시 테이스팅 모드로 돌입하려는데…,“아 너무 그렇게 진지하게 대하시면 부끄러워요. 어디까지나 실험용 술들이라… 그냥 괜찮다 싶은 정도
집에서는 한영이 식사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문을 들어서는 한주와 치에를 보고는 제법 큰 소리로 외쳤다.“앗! 이쁜 누나다!”“안녕하세요 닛타 치에라고 합니다.”한영이 깜짝 놀랐다. 치에의 한국어가 너무 유창해서.“이쁜 누나 정도까지 하고 입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이 누나 니가 하는 말 전부 다 알아듣거든.”한주가 한영에게 견제구를 날린다. 사람이라는 게 남이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면전에서도 아무 말이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없도록 긴장 타라는 신호 정도를 보낸 것이지만 말투가 너무나 진지해서 한영은 뜨악한 느
이화주는 고려 때부터 이름이 전해 내려 오는, ‘전설의 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주, 전통주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술, 오랜 역사를 지닌 신비로운 그 술. 일제시대 때 이래로 한주가 잊혀졌다가 다시 부활하는 시점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이화주를 빚고 싶어 했다. 오죽하면 이제는 대기업이 된 국순당의 선대 회장님이 양조장을 처음 경영하면서 만든 막걸리에 ‘이화주’라는 이름을 지었겠나. 전업양조가든 아마츄어든 그렇게 이화주는 한 번 꼭 도전해야 할 과제로 생각되었고, 그 결과 현재는 이화주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술이 시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추석) 때 수확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추석은 설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동하고 모인다. 과거 추석의 의미는 농사가 잘된 것을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미였다. 이제 그런 의미는 크지 않으며 핵가족시대에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자는 의미가 더 커졌다.추석(한가위)은 농경사회였던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중요한 명절이었다. 조선 순조 때 학자인 홍석모(洪錫謨)가 쓴 조선의 세시 풍속서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848)』에는 추석을 신라 때부터 있던
입구 안내 표지판은 하얀 바탕에 빨간색의 안내표지판과, 그보다는 더 무게감 있는 ‘불취무귀’라는 화강암 음각 사인. ‘취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자로 쓰여 있지 않으니 한국어가 짧은 치에는 무슨 뜻인지 알 도리가 없어 한주에게 묻는다. “불취… 무귀? 무슨 뜻이야?” “무서운 말이지. 여기는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못하는 곳이야.” 한주가 맥락으로 보면 분명 농담인데 표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한 어투로 설명했다. “그거 아주 좋네. 기백이 느껴져. 마치 한주 업계의 사무라이 같은 기백!” “흠, 사무라이의 기백이
“음, 이것도 참 좋다. 식초도 일본의 식초와도 비슷하네요. 하긴 당연한 거겠지요?” 치에가 얼음 띄운 식초음료를, 이것도 처음엔 시음 모드로 신중히 맛을 보고는 다시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일본술과 한국술은 기본적으로 같은 쟝르의 술이니까 식초가 비슷한 것도 당연하겠지. 그 식초와 술을 잘 섞으면 기가 막히기도 하고. 지금 이 현미식초도 좋지만 파인애플 식초가 아주 좋았었는데, 요즘은 안 하시죠?” 한주가 몰라서라기보다 아쉬운 맘에 물어보니 김경찬 대표가 단호히 대답한다. “그게 채산이 영 안 맞아서요. 시장에서 경쟁할
두루양조장은 길매식당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직선거리로는 10킬로미터도 안 되지만 산골을 이리저리 구비구비 가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흘러가는 게 강원도길. 두루 양조장 한켠 공터에 차를 대고 내려서 익숙하게 시음장으로 들어간다. 한주로서는 몇 번이나 와보았고, 어제 전화로 미리 약속도 잡아두었으니 말이다. 김경찬 대표가 시음장 문을 열어주며 반긴다. “어서 오세요.” “네, 잘 지내셨죠?” “안녕하세요, 치에라고 합니다.” “네, 일본에서 여기까지 오셨다구요? 환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두 사
점심은 길매식당. 홍천에 막국수 유명한 곳도 많고 유명 안 하더라도 막국수 잘 하는 곳은 수두룩빽빽 많지만 동선으로 볼 때 여기가 딱 좋다.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점심시간이 아직 덜 되었는데도, 벌써 좁지 않은 식당 주차장에 차 세울 곳이 없다. 한주는 도리 없이 뒤편 교회 주차장으로 향한다. 평일이라 차가 거의 없고, 있는 차들도 대개는 한주와 같이 식당에 온 차들일 것이다.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려야 할 이유가 이런 거지.” 한주가 농담 치고는 시니컬하게 내뱉았다. “존재 자체를 믿지도 않으면서 감사는 어떻게 드려?” 치에가 ‘
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숫자 ‘3’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벽한 숫자를 의미한다. 하나만 있으면 불완전하고 둘이면 대립이나 구분이 될 수 있으나 숫자 '3'은 완전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숫자 ‘3’이 들어간 재미있는 선정이 분야별로 많다. 전국 3대 중국집, 서울 3대 빵집, 서울 3대 떡볶이 집 등이 그렇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한국 3대 미남, 세계 3대 야경, 세계 3대 해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3대’가 존재를 한다. 주류 역시 세계 3대 명주가 있다. 세계 3대 명주로는 중국 마오타이, 영
치에가 초콜렛과 사탕을 앞에 둔 소녀 같이 발랄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막상 시음을 시작하자 프로의 자세가 절로 나온다. 일단 눈으로 술을 검토하고, 코로 여러 번 향을 음미하고, 입에 넣어 굴려보고, 또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노우징부터 반복. 이렇게 여섯 잔을 마시는 동안 다들 조용히,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서 이 의식 같은 절차가 모두 끝났다. 치에는 두 사람의 눈길도, 침묵도 모두 느끼지 못하는 듯, 진공 속에서 그만의 감각과 정신을 모두어 오직 술과 자신과의 교감만을 이루는 모습
오늘은 치에가 오는 날이다. 홍천 터미널로 오면 한주가 픽업을 나가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홍천 터미널 앞에는 차 댈 곳이 없어 길 건너의 농협 파머스 마켓으로 오라고 한다. 한주는 보통 이곳으로 손님을 불러놓고 자신은 조금 일찍 나가서 장을 보거나 하면서 손님을 기다린다. 혹은 손님과 같이 장을 볼 경우도 있고. 이 파머스 마켓이 한주의 입장에서 보면 랠리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치에가 도착하기로 한 시간은 아침 열 시. 파머스 마켓까지는 길을 헤매거나 하지 않으면 10분이 절대로 안 걸릴 것이다. 지도도 전송해 두었고 치에는
아주 잘 잤다는 느낌과 함께 가뿐히 몸을 일으켰다. 역시 홍천의 맑은 공기는 자체로 힐링포션 같다. 가까운 일본에 다녀왔을 뿐이지만 며칠간 계속 술을 마신 것도 그렇고, 여독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이렇게나 가뿐하다. 오늘은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날이다. 특산물 담당의 양형무 계장, 한주와는 말이 통하는 사이다. 지난해 한주가 무작정 지역특산물을 담당하는 담당자를 찾아서 밀고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 양형무 계장이 담당하는 지역특산물이라는 것은 인삼이나 사과, 옥수수 같은 것이었고 홍천에 프리미엄급의
한주가 핸드폰에 시선을 맞추고 한참 메신져를 하자 한영은 뭔가 무료해졌다. 어차피 술도 다 마셔가겠다,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한주의 핸드폰이 메신져 알림소리로 계속 징징 울리고 있다. 치에가 속사포 같이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스토리다.“나 다음주에 한국에 가.” “무슨 일로?” “그야 비지니스지. 서울에서 니혼슈 신제품 시음회가 있어. 수출업체니까, 가서 도와드려야지. 그것도 그렇지만 저번에 마셔본 한주들도 그렇고, 궁금해졌어. 시간 돼?” “당분간 서울 나갈 일이 없는데. 홍천
‘22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전통주의 성장에 놀랄 수밖에 없다. 출고금액 기준으로 보면 ‘21년 941억 원에서 ’22년에는 1,629억 원으로 약 73.1%의 성장을 보였다. 물론 아직 전체 주류 시장 9조9천억(‘22)의 1.6%만을 차지하고 있기에 그 비율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주류들의 성장이 미비한 상황에서 전통주의 성장은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전통주는 크게 다음 3가지로 분류를 하고 있다. 첫 번째가 국가 무형문화재 또는 시도 무형문화재가 만든 술이다. 국가무형문화재로 문배주, 면천 두견주, 경주 교
“홍천엔 그동안 별 일은 없었고?” 며칠 안 되는 시간이지만 비웠다가 돌아오니 역시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 한주다. “눈이 좀 온 것 말곤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이제 눈이 녹기 시작해서 물이 잘 흐르네요.”3월이면 다른 곳은 봄색이 완연하지만 이곳 홍천의 산골은 아직 계곡에 물보다 얼음이 많을 때다.“수질 검사받을 때 됐지?” “네 이달 말에 다시 받아야 해요.” 사실 여기는 양조장이기도 하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상태는 아니지만 일단 면허는 받아 두었다. 현재는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 연구개발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느슨하게 가슴을 풀어헤친 가운을 입고 한주는 식탁에 앉았다. 한영은 에이프런을 목에 맨 차림으로 음식을 날라왔다. 이 집의 자랑 한우 숙성육. 25미리 컷으로 8주 이상 숙성시켰다. 거기에 눈개승마를 문경의 주담정 양조장 사장님이 주신 보리고추장에 무친 것, 그리고 직접 담근 된장에 표고를 메인으로 서너 가지 버섯을 넣고 끓인 버섯된장찌개다. 이 정도가 한영이 생각하는 '간단히' 먹는 식사다. 한주는 일손을 거드느라 밥을 퍼서 자리에 앉았고 그와 거의 동시에 한영도 에이프런을 벗고 식탁에 앉았다. 반소매의 헐렁한 티셔츠 속에서도 느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해가 지려는 시간이었다.장기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육중한 레인지로버는 덩치답지 않게 조용히 빗길을 미끄러져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퇴근 시간이 지났어도 강남 어름에서 차가 좀 막혔다. 한주는 블루투스를 통해서 핸드폰의 음악 앱을 차의 스피커에 연결시켰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글스의 ‘Take it easy.’ 길이 막히는 것 좋아할 사람도 없지만 차 안에 앉아서 길에다가 시간 버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한주에게 마침 어울리는 노래랄까. ‘그래, 천천히 가자. 어차피 오늘은 씻고 자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으니까.’
집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은 라운지가 아닌 공항 커피숖에서 확보했다. 하네다 공항은 라운지가 없는 대신 공항의 식당이나 카페들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음식도 괜찮았다. 커피는 말할 것도 없고. 200자 원고지로 20매 정도의 글을 썼으니 비행기 타느라 하루가 뭉텅 잘려나간 날로써는 할 만큼 했다 싶은 기분이 들어 기지개를 쫙 핀다. 허리에서 우득우득 소리가 나는 때에 맞춰 보딩콜이 들린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한주는 짐을 챙겨 들고 보딩게이트가 아니라 우선 면세점으로 향했다.요즘 프리미엄주 시장, 특히 위스키 쪽은 면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