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튀김유로 올리브유를 사용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업체에서는 몸에 좋은 올리브유를 사용해 더 건강한 치킨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아 높은 온도에서는 쉽게 산패되므로 튀김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업체가 올리브유의 프리미엄 건강식품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것이었다. 업체는 이에 반박하며 지금도 여전히 올리브유를 사용한 건강 치킨을 홍보하고 있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올리브유의 입지를 잘 보여준다. 올리브
냉동실에 만두가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굽거나 찌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고, 야채와 고기가 한 번에 들어있어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것 같다. 퇴근 후 서둘러 저녁을 준비할 때 안성맞춤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필자만은 아닌 모양이다. 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따라 냉동 만두 시장은 2014년 약 3342억 원에서 2017년 약 4000억 규모로 20%가량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 아즈텍, 2017) 게다가 간편식 중에서도 만두의 비중은 약 17%로 가장 크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코리아, 2017) 바쁜 현대인에게 딱 맞는 음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나 매콤한 김치찌개에 송송 썰어 넣기도 하고, 매콤하거나 짭짤하게 조리기도 하는 두부는 대표적인 한식 식재료이다. 하지만 두부를 즐겨먹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가까운 중국, 일본에서도 두부는 한국에서만큼 오랜 기간 사랑 받아왔다. 두부는 중국에서는 또우푸, 일본에서는 도후라고 불린다. 대강 알아들을 수 있지만 결코 같지 않은 이 발음처럼 나라 별로 두부의 종류와 요리법도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이번 달 솜대리의 한식탐험 주제는 두부다. 한국의 두부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두부도 함께 알아보며 우리 두부에 대
케임브리지 영어 사전에 소시지 (Sausage)를 검색해보면 '얇고 튜브처럼 생긴 케이싱(껍질)에 넣은 여러 향신료와 섞은 잘게 다진 고기'라고 나온다. 모든 부위의 고기를 남김없이 먹기 위한 조리법으로 세계 각지에서 나타난다. 대개 요리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나 내장, 피 등을 사용한다. 특히 내장이나 피 등은 잡내가 심해 요리에 자주 쓰지 않는 부위로, 이 냄새를 잡기 위해 여러 향신료를 함께 넣는다. 여러 재료가 잘 어우러지도록 함께 갈아 섞고, 얇은 케이싱 안에 넣어 모양을 잡는다. 케이싱으로는 돼지 창자를 많이
필자가 처음 마신 막걸리는 일명 막사, 사이다와 혼합한 막걸리였다. 대학 입학 직후 술맛을 느낄 새도 없이 주는 대로 마시던 시절, 하루는 선배들이 오늘은 새로운 술이라며 막사라는 것을 내밀었다. 우리 또래도 막걸리를 마시는구나 약간은 의아해하며 한 모금 마신 막사는 시원하고 달콤했다. 내친김에 막걸리만도 마셔봤지만 달달한 막사를 마신 직후 마신 막걸리는 별다른 맛이 안 느껴졌다. 이후 한동안 내게 막걸리란 섞어 마시는 술이었다. 이후 막걸리에 과일 시럽을 섞은 과일 막걸리가 유행해 (돈이 있으면) 과일 막걸리를 마시긴 했지만, 막
구글에서 'Korean food' (한국 음식)이라고 검색하면 종종 한국, 중국, 일본 음식 간의 차이를 묻는 글이 눈에 뜨인다. 생각해보면 헷갈릴 법도 하다. 우리가 보기엔 차이가 많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공통점이 참 많다. 세 나라 모두 서양에 비해 쌀의 소비가 많고, 국물 있는 음식이 많으며, 된장과 간장같이 발효한 장류를 소스로 많이 쓴다. 외국인이 세 국가의 음식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동남아 국가별 음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솜대리의 한 외국인 친구는 색깔을
현재 시간 오후 세시. 아직 배가 고프진 않지만 약간 노곤하다. 당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글을 쓰려고 앉았다가 도로 일어나 머핀 하나를 꺼내들었다. 한식 칼럼을 쓰는 솜대리지만 간식은 보통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쿠키, 초콜릿 등을 먹는다. 모두 서양 음식이다. 여러 분야 중에서도 간식 분야에서 전통 음식의 열세는 특히 두드러진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건강 간식으로 이름을 알리는 우리 음식이 있다. 무료로 양질의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기로 유명한 구글 본사에 납품되는가 하면, 미국 최대의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즈 전 지점에 대량 납
'이차돈이 순교하자 그의 잘린 목에서 하얀 피가 뿜어져 나왔고, 이에 감화된 사람들이 불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유명한 신라시대 설화를 통해 불교 도입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자리 잡은 불교는 15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종교로서 그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낯설었던 서역의 종교는 한국 문화와 융화되어왔고, 이에 따라 한국 불교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그중 하나가 사찰음식이다. 사찰음식은 민간 음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민간의 음식과는
솜대리의 한식탐험은 한 달에 한 번 전통식품을 체험하고 이를 소개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식품을 소개하기 때문에 모든 주제는 한 번씩만 다루어졌다. 이번 달은 처음으로 이 틀을 깨고 기존에 다뤘던 주제를 한번 더 다루고자 한다. 첫 예외의 주인공은 전통주의 대표주자, 감홍로다. 지난 5월 솜대리의 한식탐험에서는 감홍로가 어떤 술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뤘다. (감홍로는 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을 증류해 만든 40도의 소주에 여러 약재를 우려낸 평안도 지방의 술이다. 자세한 내용은 솜대리의 한식탐험 '조선 3대 명주, 감홍로&
"김치가 그렇게 귀할 수가 없어" 얼마 전 해외로 이사 간 친구가 김치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며 말을 건네왔다. 한국에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던 김치가 외국에 가니 그렇게 먹고 싶더란다. 한국에서는 만들어 본 적도 없는 데다 재료도 마땅치 않아, 한국에서 부모님이 놀러 오시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항상 주변에 있어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생각해보면 솜대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요리를 좋아하고 한식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도 정작 김치에 대해 찾아본 적도, 김치를 제대로 담가본 적도 없었다. (가끔 엄마의 김장을 거든 적은 있
어렸을 때 육포는 미국 음식인 줄 알았다. 육포란 아빠의 미국 출장 기념품이거나 미국 식료품점 코스트코 쇼핑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역사 시간에 몽고군 전투식량으로서의 육포를 배우고, 싱가포르 육포 브랜드 비첸향이 한국에 진출하며 육포가 미국 음식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 전통음식과는 연관 짓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오랫동안 육포를 만들어 왔다. 육포에 대해서는 삼국시대의 문헌에도 기록이 남아있으며, 폐백이나 잔칫상에 많이 올랐다. 육포는 특정 나라의 음식이라기보단,
우리나라에는 서울 3대 족발, 대한민국 3대 빵집 등의 맛집 리스트들이 참 많다. 수요미식회, 백종원의 3대 천왕 같은 맛집 프로그램들이 매주 맛집 리스트를 쏟아내면서 최근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먹고 마시는 재미로 사는 솜대리는 요새 뭔가 먹고 싶다 하면 이런 리스트부터 찾아본다. 우리나라 전통주에도 이런 리스트가 있다. 최남선의 조선 3대 명주이다. 1946년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책에서 꼽은 것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감홍로다. 별주부전에서 자라가 토끼를 용궁으로 꼬실 때,
폐백 음식을 준비하면서 인삼정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여러 업체의 폐백 세트를 비교하는데 어디든 인삼정과가 포함된 세트가 가장 비쌌다. 가격에 대한 의구심과 동시에 궁금증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인삼정과가 들어간 세트를 구매했는데, 딸 시집보내는 친정 엄마의 마음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도 인삼정과를 먹어보겠구나 철없이 기대심에 부풀었다. 후에 맛본 폐백 세트 속 인삼정과는 생각보다 맛있어서 나중에 한번 제대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귀한 인삼정과를 식품 명인을 통해 체험하게 되어 시작 전부터
‘엿 먹어라’ 라는 표현 때문에 엿은 쉽게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관된다. 엿의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한 일이다. 본래 엿은 고급 식품이었다. 궁에서부터 그 제작법이 전해졌다고 하며 여유 있는 집에서만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귀한 몸이었던 엿이지만 욕설과 연관되는 바람에 툭하면 농담의 소재가 되고 있으니 사람이었다면 팔자 한번 기구하다 할 것이다. 엿의 기구한 팔자(?)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은 폐백자리이다. 육포, 정과 등 귀한 음식으로 차려내는 폐백 음식에는 엿도 포함된다. 부부의 절을 받고 나면 폐백 음식을 하나씩 맛보게
엄마는 명절이면 강정을 수북하게 담은 소쿠리를 집안 곳곳에 두었다. 멈추지 못하고 강정을 집어먹는 바람에 명절 내내 입안이 달달하곤 했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다른 전통식품들에 비해서, 강정은 명절이면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시리얼바와 형태도 유사해서 낯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은 달랐다. 체험을 통해 접한 강정은 익숙한 듯 새로웠다. 이름부터 그랬다. 우리가 흔히 ‘강정’이라고 지칭하는 (튀밥을 조청으로 뭉쳐 굳힌) 한과의 정식 명칭은 ‘엿강정’이다. 흔히 강정이라고 통용되지만, 서울지역에서는 유과도 강정이
고백하자면, 한국에도 말차가 있는지 몰랐다. 부끄럽지만 말차하면 생각나는 건, 일본과 초코X이 말차라떼맛 뿐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말차를 마셔왔고, 지금도 한국 말차의 전통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었다. 이번에 만난 서민수 명인이 바로 그 중 한 분이다.이번 체험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식품명인 체험홍보관의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서민수 명인을 만나보았다. 프로그램은 명인의 한국 차 강의와 말차 체험으로 진행되었으며, 프로그램 종료 후 별도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말차와 가루 녹차와는 다르다. 수확 전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