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솔솔 올라오는 갓 지은 하얀 밥, 정말 맛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선 영양가가 없다느니 건강에 나쁘다니 하면서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는 정보만 흘러넘친다.

물론 백미로만 지은 흰밥보다 잡곡이나 콩을 섞은 잡곡밥이 좀 더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가령 아직 소화기관이 덜 발달한 유아가 그렇다.

10번째 칼럼에서 2014년 식품소비행태조사보고 자료를 기반으로 우리 국민이 평균으로 먹는 밥이 어떤 밥이지 언급한 적이 있었다.

쌀, 현미, 잡곡의 구매 빈도를 가지고 유추해 볼 때, 대한민국의 잡곡밥 평균은 쌀과 잡곡의 비율이 5:1이며 잡곡이라고 구매하는 것이 현미, 서리태 또는 혼합된 혼합 잡곡을 사서 흰 쌀과 섞어 밥을 짓는 것이다. 잡곡밥이라고 먹는 밥에서 백미의 비율이 약 80%다. 한참 자라는 청소년의 경우 백미 밥을 가장 선호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백미 밥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 소믈리에는 어떤 쌀로 어떤 밥을 해 먹는지,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필자는 일반 쌀이 아닌 저아밀로스 계열의 쌀을 구매한다. 그리고, 검은콩과 흑미, 현미를 혼합해서 밥을 짓는 경우가 제일 많다. 한 번에 구매하는 양은 4kg 정도다.

저아밀로스 품종의 쌀을 사는 이유는 찰기가 많아 현미와 섞어 먹기 편하고 개인적으로 찰진 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므로 꼭 저아밀로스 쌀을 사라는 것이 아니다. 찹쌀이 있다면 조금 섞어 밥을 지으면 된다. 찰진 밥을 싫어한다면 찹쌀을 섞을 필요가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밥이 무엇인지 말해보려 한다.

우선 즐겁고 맛있게 먹는 식사가 건강한 식사다.

흰 쌀밥이 가장 맛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매스컴에서 흰 밥을 마치 살이 찌는 전분 덩어리 쓰레기인 양 이야기하는데, 비만의 원인을 흰 밥 탓으로 돌리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다. 확실히 현미밥이 흰밥보다는 몸에는 좋긴 좋지만, 백미도 꽤 괜찮은 편이다.

필자가 항상 하는 말인데, 흰 쌀밥을 먹어서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많이 먹으니 살이 찌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이것이 과식과 영양의 불균형을 불러온다.

흰 쌀밥이 나쁘다고 설명하는 사람들은 흰 쌀밥만 먹다 보니 비타민의 부족으로 각기병에 걸렸다는 일본을 예로 든다. 하지만 그건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채소가 귀하고,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반찬과 밥을 먹지 않아서이다. 흰 쌀밥만 먹어서 병이 걸렸다면, 어떻게 일본이 아직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국가 중 하나가 되었을까? 우리나라보다도 비만 인구 비율이 낮은 건 어떻게 설명이 될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Health Data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율은 33.4%고, 일본은 23.8%로 우리나라 보다 일본의 비만율 비율이 훨씬 더 낮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도 아직은 OECD 평균보다는 낮다는 것이다.

▲ OECD Healthy Data 2017 <사진=보건복지부>

기름진 음식 많이 먹어놓고서 다 흰밥 때문이라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밥은 날알 채 먹는 음식이기에 좋다. 흰밥이라고 해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밥이 아닌 쌀가루로 만드는 쌀 가공품들 즉 면류, 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쌀 가공품들을 권장하고 좋은 상품은 시상도 한다. 쌀은 날알 채 먹어야 하는데 그 장점을 살리는 가공식품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현미는 백미보다 미량 영양소, 섬유질, 특히 비타민B의 함량이 높다. 하지만 현미는 밥이 거칠다 보니 많이 오래 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현미 외 잡곡들도 다 각각의 특징들이 있다. 보리는 베타 글루칸이라는 섬유소가 풍부해서 혈당 조절에 좋으며, 조는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쌀보다 풍부하다. 그리고 율무는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이 쌀보다 2~3배 많고, 오트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회부터 우리가 자주 먹는 잡곡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각 곡물의 주요영양소와 효능 그리고 맛에 대해서 알아보자.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는다고 병이 낫거나 다이어트가 되지 않는다. 이것들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과대광고 해서도 안 된다. 골고루 균형 있게 먹는 식사, 즐거운 생각, 규칙적인 운동을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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