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박성환| 밥소믈리에] 쌀집은 어디로 ?
어릴 땐 어머니께서 쌀을 사실 때는 항상 동네 쌀가게에 전화를 거셨습니다. 그러면 쌀가게 사장님께서 쌀을 배달해 주셨습니다. 어린 저는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 모이로 줄 [조]를 사기 위해 쌀가게를 따라 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뭔지 모를 먼지 냄새처럼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고, 희한하게 생긴 추가 달린 저울들 그리고 곡물의 이름이 적혀져 있는 팻말이 꼽혀 있는 큰 통 안에 여러 가지 곡물들이 각 각 들어있었다.
제가 살았던 곳은 농촌도 아닌 작은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쌀가게가 있었습니다. 쌀집이라고 불렀지만 아마 간판은 OO 양곡상회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에서 쌀 가게가 거의 다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쌀집들이 보이지가 않아서114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업태로 서울시내 미곡상으로 나오는 곳은 약 200여 곳 정도 있었고, 그리고 포털 서비스 지도 검색을 해보면 약 240여 곳 정도 검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몇 곳을 찾아가 보았더니 간판만 남아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거나, 아니면 다른 업태로 가게가 바뀐 곳이 상당수였습니다.
서울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쌀집을 찾고 싶어서, 서울 중앙시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서울 3대 시장 중의 하나인 서울 중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나라 쌀 유통량의 70%를 차지했던 양곡 시장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대규모의 양곡시장이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낡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1950년대부터 생긴 시장이라고 했으니 오래된 쌀집은 한 50~60년 된 곳도 있으리라 여기고 찾아가 보았지만,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80년대 양재동 양곡 도매시장이 생긴 것이 원인으로 서울 중앙시장은 급속하게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 만든 양재동 양곡 시장 역시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게 됩니다. 2000년대 들어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2014년에는 이르러, 일년 거래량이 고작 3만 톤 밖에 되지 않아 결국은 서울시가 양재동 양곡시장의 이전을 확정했기 때문입니다.
낡고 지저분한 환경, 즉석 도정기, 쌀 분석 장비, 포장 설비 하나 없는 가게. 시대는 계속 변화하는데 이렇게 따라오지 못하니 결국 그 자리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인터넷 직거래 매장에 내어 줄 수 밖에 없는 것이었겠죠.
요즘 시대의 소비 패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형마트 이외에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곳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거리에 쌀집들이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다 노후되어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는 곳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넷의 공간은 직접 쌀을 재배하는 생산자와 바로 연결해 주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직접 쌀을 볼 수도 없고, 게다가 저렴하게 팔기 위해 품질이 좋지 못한 쌀이나 수입쌀과 혼합해 팔아 버릴 경우 알 길이 없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수입쌀과 국산쌀의 혼합 판매 및 재포장 유통을 금지하는 양곡관리법개정안이 발의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우리 쌀 산업과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수입쌀과 국산쌀의 혼합 판매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왜 이런 쌀들이 판매가 되고 있을까요? 그건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은 좋은 쌀에는 그만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저 싼 거만 찾고, 판매자는 어떻게 이득을 취하기 쉬운 쌀을 만들어 내려고 수입쌀과 섞어서 팔았을 것이겠죠.
요즘 장보는 주부님들이나 젊은 분들, 과일이나 야채는 잘 보고 고르지만, 과연 쌀은 잘 보고 고를 수 있을까요?
좋은 쌀을 제안해주시거나, 아니면 내가 원하는 쌀을 살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전문가들이 너무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형마트에 가면 쌀을 파시는 판매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그냥 즉석 도정기에 쌀을 도정해 주시는 정도지, 전문가 분들이 아닙니다.
사는 소비자도 좋은 쌀이 뭔지 잘 모르고, 파는 판매사원도 잘 모릅니다. 그러니 정말 좋은 쌀, 정말 좋은 밥맛을 알 수 있을까요?
서울 중앙시장 바로 옆 24시간 화려한 동대문 시장을 보고 있으니 더욱더 서글퍼 지는 건 왜일까요?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108@sommelier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