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65> 맛있는 밥, 건강한 밥 (3) - 잡곡 이야기

승인2018.10.22 12:46:31

여러 잡곡으로 밥을 지으면 다 흰밥보다 건강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100% 잡곡만으로는 밥을 지어 먹지 않는다. 있다면 꽁보리밥 정도다. 이런 잡곡마다 어떤 특징이 있을까?

지난 주 '[밥이 답이다] <64>'를 이어 어떻게 먹는 잡곡밥이 더 맛있고, 더 건강한지 알아보자.

4) 피

고대 인도와 이집트에서 주요한 곡류로 재배되었으며, 저온 저항성이 높아 예로부터 구황작물이나 말의 사료로 이용되었다.

▲ 피 <사진=국립종자원>

피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며, 단백질과 지질은 다른 잡곡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쌀보다는 영양가가 높고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내지만 맛은 좀 떨어진다. 주요 품종으로 보라직과 소담직이 있다. 백미와 비교했을 때 식이섬유는 10배, 단백질은 1.36배, 지질은 3.7배, 칼슘은 5.5배, 철분은 7배, 마그네슘 1.3배로 현미와 비교해도 영양이 풍부한 편이다.

특히 장기간 보관해도 비타민 B1의 함량에 변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도정을 하면 비타민 B의 함량이 더 높아지지만, 여전히 쌀보다 맛은 좀 떨어진다.

피는 잡곡 중 가장 높은 당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엿이나 조청도 만들 수 있다. 피로 밥을 지을 때는 피는 물을 많이 먹으므로, 물을 조금 더 붓고 밥을 짓는다.

▲ 피의 영양성분 (100g 당)

5) 율무

율무는 인도가 원산지로 중국으로는 2000년 전 후한 시기 때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일본 문헌에 임진왜란 시기 한국에서 율무를 들여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임진왜란 이전부터 한약재로 재배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 율무 <사진=대한민국식재총람>

[신농본초경]에서 율무는 ‘맛이 달고 담백하며 성질은 서늘하다고 하며 몸의 활력을 길러주어 불로 연명의 양명약으로 분류되었다.

주요품종으로 애원율무, 율무1호, 밀양, 대청, 풍성율무 등이 있다.

율무는 백미보다 단백질은 2배, 지방은 4.5배, 철은 5배, 칼슘은 2배, 칼륨은 3배, 비타민 B1은 2배, B2는 3.7배 많이 함유하며 식이섬유도 풍부한 곡물이다. 이 외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인 트레오닌, 바린, 메싸오닌, 이소루이신, 루이신, 페닌알라닌, 라이신, 트립토판 등이 고루 함유되어 있어 식품으로 가치가 높다.

▲ 율무의 영양 (100g 당)

율무는 한방에서 ‘의이인(薏苡仁)’이라 불리는데 이뇨, 진정, 진통, 해열작용이 있어 부종, 신경통, 관절질환, 방광결석 등의 약재나 다이어트식으로 쓰기도 한다. 또 지방과 단백질의 분해효소가 풍부해 위장에 좋으며 암을 억제하는 게르마늄이 풍부해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율무의 성질은 차며 무독성으로 조금 단맛이 나고 씹으면 점착성이 나타난다.

율무로 밥을 할 때는 20% 정도가 적당하며 율무는 미리 한번 삶은 후 백미와 함께 밥을 지으면 된다. 그 외에도 율무는 영양분이 많아 알곡으로는 리소토, 죽으로 가루로는 미숫가루, 율무차, 건강기능식 등 다른 곡물에 비하면 다양하게 이용된다. 또 거친 피부나 여드름이 나는 피부에 좋아 미용에도 이용된다.

6) 메밀

메밀이 최초 문헌에 나타난 것은 중국 북위 왕조 (386년~534년) 말년에 쓴 [제민요술]이라는 농업기술서이며, 우리나라는 고려 고종시대 (1236~1251) [향약구급방]에 기재된 것이 최초이다. 하지만 일본의 최초 메밀 재배 기록이 양노 6년 (722년) [속일본기] 중에 남아 있으나, 그 기원이 기원전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메밀이 전래한 것은 7~8세기 이전으로 추측한다.

▲ 메밀 <사진=대한민국식재총람>

메밀의 발상지는 중국 만주설, 아무르강 유역의 시베리아설, 바이칼호 주변의 북방 기원설, 중국남부설, 티벳설, 히말라야 남방기원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중국 운남성 부근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유럽으로는 14~15세기 러시아와 터키를 통해 독일에 처음 전해진 이후 17세기경에는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 메밀 생산량의 90% 이상이 러시아에서 생산된다. 그 다음으로 중국, 우크라이나, 폴란드 순이다.

▲ 메밀의 영양 (100g 당)

메밀의 단백질은 쌀이나 밀가루보다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단백가가 높으면서, 비타민 B1, B2는 쌀보다 3배 정도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코린이라는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코린은 술의 해를 감소시켜 주는 작용이 있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한 곡물에서 유일하게 혈관의 노화 현상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닌 ‘루틴’을 함유한다. 루틴은 비타민 P라고도 불리며, 혈관의 투과성 및 신축성에 영향을 주어 혈관을 강하게 해 주어, 뇌혈관 및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메밀의 전분질은 알파화 온도가 20℃ 수준으로 낮고 끓기 쉽고, 소화되기 쉬워 가루로 만들어 면이나 떡, 묵으로 만들어 먹었다.

7) 옥수수

옥수수는 아메리카에서 4,000~5,500년 전부터 재배해 온 작물이다. 유럽에는 콜럼버스가 스페인에 종자를 가져간 것이 시초가 되었고, 중국은 유럽으로부터 1590년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는 중국을 통해 16세기 이후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농서(農書)인 ‘금양잡록(衿陽雜錄)’(1492)에 ‘옥수수’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적어도 15세기에는 이것이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옥수수’라는 단어는 17세기 문헌에 ‘옥슈슈’로 처음 보인다. ‘옥슈슈’는 중국어 ‘玉蜀黍(옥촉서)’를 차용한 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굳이 따지면 ‘옥슈슈’의 ‘옥’은 한국식 한자음을, ‘슈슈’는 ‘蜀黍’에 대한 근세 중국어 음을 반영한 것이어서 반쪽만 중국어를 차용한 셈이 된다. ‘옥수수’의 알이 ‘구슬’처럼 동글동글하고 빛나기에 ‘수수’를 뜻하는 ‘蜀黍’에 ‘玉’을 붙여 그것과 변별한 것으로 추정된다. ‘蜀黍’는 ‘玉蜀黍’보다 일찍이 중국어 음 그대로 국어에 들어와 지금 ‘수수’로 남아 있다. 17세기 문헌의 ‘옥슈슈’는 제2, 3음절의 모음이 단모음으로 바뀌어 ‘옥수수’가 된다. ‘옥수수’는 본래 식물 이름이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 식물에 달리는 열매 이름으로도 쓰인다. 그리하여 지금 ‘옥수수’에는 두 개의 의미가 달려 있다.

옥수수는 생산량으로 볼 때 밀, 벼 다음으로 많아 세계 3대 작물이지만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된다.

식용 옥수수는 달짝지근한 맛에 포만감을 주어 여름철 간식으로 많이 이용된다. 옥수수는 탄수화물이 대부분이고 약간의 포도당과 인, 철분, 칼슘, 니아신, 비타민B군을 많이 함유한다.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 예방에도 좋으며, 특히 옥수수 씨눈은 영양가가 높고 혈관벽을 튼튼하게 해주는 양질의 지방산 (리놀레산)이 25~27% 정도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옥수수의 주요 효능으로는 정장, 이뇨, 지혈, 이담, 건위, 항암, 혈당강하, 피로회복, 체력증강, 변비개선, 소화불량 개선, 동맥경화 개선, 충치 개선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 옥수수의 영양 (100g 당)

옥수수는 쌀과 보리가 부족하였을 때 구황식품으로 이용되었고, 수프, 빵, 국수, 구이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되어 먹었다. 옥수수밥을 먹을 때는 먼저 옥수수 강냉이를 삶은 후 불린 쌀에 넣어 밥을 하는데 이때 보통 때보다는 물을 조금 적게 붓는다. 옥수수 비율은 기호에 따라 약 2~30% 정도가 적당하다.

8) 보리

보리는 쌀, 밀, 콩, 옥수수와 함께 5대 곡물로 불리며, 식용, 맥주, 사료용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쌀이나 밀보다 1,000년 이상 먼저 재배되기 시작한 작물이다.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8,000~17,000년 전의 이집트 유적이며, 농경 생활의 정착과 보급에 따라 중국에는 약 4,000년 전에 보리가 재배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약 3,000년 전에 들어와 일본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리는 그 종류와 구분법이 다양하여 생물학적으로 알곡의 배열 수에 따라 2조 보리, 6조 보리로 나뉘고, 주식용인지 맥주용인지 사료용인지에 따라 일반 보리와 맥주보리 청보리로 나뉜다.

성숙 후 껍질의 분리 여부에 따라 겉보리와 쌀보리로 나뉘는데, 흔히 보리쌀이라고 불리는 것이 쌀보리다.

가공방법에 따라 압맥 (수준과 열을 가해 납작하게 가공한 보리) 과 할맥(세로로 2등분하여 쌀처럼 다듬은 보리)이 있다.

▲ 보리의 영양 (100g 당)

보리는 비타민B가 많아 피로가 회복 및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기에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보리를 많이 먹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트립토판도 쌀보다 많다. 보리는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항암, 혈당조절, 변비개선, 이뇨, 산후복통 치료, 근육 이완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보리밥을 지을 때도 충분히 불리고 밥물은 쌀보다는 조금 적게 한다. 기계로 눌린 압맥의 경우 불릴 필요 없이 바로 밥을 지어도 된다.

▲ 보리 <사진=대한민국식재총람>

최근에는 슈퍼 곡물이라 하면서 오트밀, 아마란스, 퀴노아, 테프 등 다양한 곡물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슈퍼 곡물은 다음에 이야기겠다.

각각의 잡곡들은 어떤 성분들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각 곡물의 유효성분을 설명하기 위함인데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인 양 오인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써 주식과 주찬, 부찬의 균형 있는 영양섭취가 제일 중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가격만 보고 잡곡을 샀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원하는 데로 혼합해서 먹어보면 어떨까? 찹쌀이 있다면 넣는 것이 좋다. 비율은 개인적 취향에 따라 정하면 된다. 보통 우리나라 분들의 입맛에는 10~30% 사이 정도 잡곡을 섞으면 입에 맞다.

* 자료 출처

1) 잡곡의 과학과 문화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3) 
국립식량과학원
4) 
대한민국 식재총람
5) 
농촌진흥청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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