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저작권이 존재하며 이는 그림, 영화,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약 음식의 맛에 저작권이 있다면 어떨까? EU의 최고 법원이 두 네덜란드 회사의 소송에 관한 판결 내용을 음식전문지 ‘푸드앤와인’지가 공개했다.
5년 전 ‘스밀데(Smilde)'라는 회사에서 ’비테 비픈카세(Witte Wievenkaas)' 치즈 스프레드를 공개했다. 그러자 ‘레볼라(Levola)'라는 라이벌 회사가 이 제품에 대해 반발했는데 바로 그들이 7년전부터 만들어왔던 ’헥센카세(Heks'nkaas)‘라는 제품이 비테 비픈카세와 똑같은 맛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레볼라는 스밀데가 맛에 대한 저작권을 침범했다고 지적했고 워낙 특수한 경우라 네덜란드 법원도 난색을 보였다. 결국 EU 최고 법원까지 나아가게 된 이번 소송은 EU 법무부 대법관이 유럽 법에 따라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에 대해 “고유의 지적 재산이라는 확실한 표현이 필요하며, 아이디어, 제품, 제조방법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내용은 충분한 정확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식별할 수 있도록 표현되어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와 관련, 법원은 식품의 맛을 정확한 객관성을 가지고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책이나 영화를 특정 저작물로 쉽게 식별할 수 있지만, 음식은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맛보지는 않기 때문에 식품에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취향은 연령, 식품 선호도 및 소비 습관뿐만 아니라 제품이 소비되는 환경 또는 상황과 관련하여 해당 제품을 맛보는 사람에게 특정한 요인이 있다고 말하며 이 맛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한편, 레볼라와 스밀데의 저작권 소송에 대한 결정적인 영감은 지난 2006년의 화장품 브랜드 ‘랑콤(Lancôme)'의 향수 냄새가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네덜란드 법원에서 결정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법원은 2013년에 다른 결론을 내렸는데 사람이 냄새를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저작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EU 법원은 유럽 국가 법원의 판결보다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동안 맛이나 냄새에 대한 저작권 문제에 대해 판결하지 않았다. 이번 결과를 통해 맛과 냄새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기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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