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브 노트 스물네 번째 주인공 '러비지' <사진=Pixabay>

한 때, 엄청난 값어치를 가지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의 기억 속에 아예 잊혀버린 한 허브가 있다. 이번 허브 노트의 주인공은 ‘러비지’다.

러비지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소화와 가스 배출을 위해 러비지의 잎을 주로 씹었다고 한다. 또한, 피곤한 발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신발 안에 잎을 넣기도 했다.

또한, 대항해시대에서는 러비지의 씨앗이 검은 후추보다 가격이 비쌌다고 하는데 후추 무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후추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시절을 고려하면 굉장히 희귀한 재료로 취급 받았다.

러비지의 풍미는 셀러리 또는 파슬리와 비슷하다. 특히 셀러리와 맛이 비슷해서 러비지를 셀러리의 잎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러비지가 셀러리에 비해 맛이 더 뚜렷하고 강하며 더 끈적이는 느낌이 강한게 차이점이다. 또한, 머스키(musky)하고 레몬과 약간의 아니즈한 향을 가질 수 있다.

그럼 요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까? 위에 언급했다시피 셀러리와 비슷한 향이 난다는 점을 이용해 다방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셀러리가 샐러드에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가 되기 전에는 러비지를 자주 사용했으며 잎은 잘게 썰어 샐러드, 수프, 스튜, 프리타타 등 즉, 셀러리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요리에 러비지로 대체할 수 있다.

▲ 러비지를 가니쉬로 곁들인 블러디 메리 <사진=fishermansdaughter>

줄기 또한 마찬가지다. 토마토 주스와 보드카를 섞은 칵테일인 ‘블러디메리(Bloody Mary)’에도 가니쉬로 흔히 사용하는 레몬 혹은 셀러리 대신에 러비지 줄기를 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씨앗은 서양톱풀과 쑥국화와 같이 코디얼로 만들어 주로 약용으로 사용한다. 또한, 러비지는 ‘자연의 항생제(nature's antibiotics)' 중 하나로서 약초사들에게 알려져 있으며, 인후통증 즉 점액 충혈 및 기관지염을 완화해주는 효과로 사용된다.

일명 ‘귀족 채소’, ‘고대 로마 진미’로 사랑받았던 러비지는 샐러리의 등장으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지만 후추만큼의 값비싼 취급을 받았던 만큼 러비지가 가지고 있는 맛과 효능은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에게 잊힌 허브가 가지고 있는 숨겨진 역사와 가치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러비지 Fun Facts 노트

▲ 필그람 파더스들은 러비지를 사랑의 묘약이라 칭하며 북아메리카 대륙에 가져왔다. <사진=Wikimedia Commons>

러비지가 북아메리카 대륙에 가져온 사람은 영국의 청교도인 ‘필그림 파더스(The Pilgrim Fathers)'이라고 믿어지는데 사랑의 묘약 혹은 최음제 역할로 소개했다고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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