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의 겨울은 왜 그리 추웠던가요?
코는 왜 그리 많이 나왔던지요.
아이들의 입술은 침독 때문에 빨갛게 짓물러 있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 중 하나인 울릉도 <사진=울릉군 문화관광>

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입니다.
눈이 창문 높이 만큼 쌓여서 아침에도 방안이 컴컴할 정도였습니다.
학교 사택에 살았던 저는 아버지와 함께 등교를 하곤 했습니다.
등교해서 먼저 한 일은 교실 창문을 열고 나무 난로를 피우는 일이었습니다.
메케한 연기 냄새와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가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학교에서 나누어 준 크리스마스 Seal과 방학책, 아버지가 쓰시던 연하장, 
김창숙·윤정희·김지미가 한복 입은 사진이 나오는 12월달 달력, 동네 예배당에서 시작되는 성탄절 준비로 시작되었습니다.

▲ 성탄절은 온 동네 사람들에게 잔치였습니다.

성탄전야 예배는 종교와는 관계없는 온 동네 사람들의 잔치였습니다.
세 살 터울 여동생은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를 입을 모아 예쁘게 불렀고, 저는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설명하는 "~동방박사~" 구현동화 같은 것을 했던 것 같습니다.

30대의 젊은 부부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의자에 앉지 않으시고 교회 출입문 쪽에 나란히 서서 지켜보고 계셨지요. 새벽송 돌 때 줄 봉투를 준비해서 저희들과 함께 눈을 부비며 기다리고 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눈이 펑펑 밤새 내렸지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유년 시절이나, 어른이 된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고 평화로워집니다.

▲ 크리스마스 캐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시작된 오베른도르프 바이 잘츠부르크(Oberndorf bei Salzburg) <사진=Holger Uwe Schmitt>

세상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롤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오스트리아가 원산지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주 북쪽 약 17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인 오베른도르프(Oberndorf)에서 시작되었죠. 정식 명칭은 오베른도르프 바이 잘츠부르크(Oberndorf bei Salzburg).

이 마을의 작은 예배당인 성 니콜라 교회의 요제프 모르(Josef Mohr) 신부가 가사를 썼고 이웃 마을 학교의 프란츠 사버 그루버(Franz Xaver Gruber) 선생이 1818년의 크리스마스에 즈음해서 멜로디를 붙인 노래입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서 지정되었습니다.​

▲ 유럽의 도시에는 크리스마스 시즌 시장이 선다. <사진=George Nell>

이맘때쯤 유럽의 도시들에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섭니다.

뜨거운 Gluhwein(Vin Chaud)을 들고서 시장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와인에 계피, 사과, 레몬, 정향 등을 넣고 끓여서 만듭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1유로 정도를 보증금으로 내면 머그잔에 한잔 가득 부어줍니다.

호호 불면서 마시면 금방 몸과 마음이 금방 따뜻해집니다.
유럽에 있을 때 몸이 으슬으슬해지면 남겨놓은 와인에 꿀, 오렌지주스 넣고 그냥 끓여먹어도 좋았죠.​

▲ 와인에 계피, 사과, 레몬, 정향 등을 넣고 끓여서 만든 Gluhwein <사진=오스트리아 관광청>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사람의 마음을 이제야 문득 이해될 때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성탄절의 기억은 지금에서야 문득,
가장 행복했던 성탄절로 추억됩니다.​

▲ 권기훈 교수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권기훈 a9004979@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