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스페셜티 커피인가?

왜 스페셜티 커피인가?

제가 쓴 커피 시음 후기를 읽고 정말 그런 맛과 향이 느껴지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커피가 보여주는 맛과 향은 제가 표현하는 것보다 더 많습니다. 커피 플레이버 휠이 와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니까요. 커피가 지닌 포텐셜을 다 표현하기에는 저의 미각이 딸릴 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특별한 커피를 마시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해야겠지요.

지금 커피 시장은 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나 컴퓨터 산업에 빗대어 커피 시장이 제3의 물결 시대로 진입되었다고 하지요.

네슬레의 네스 카페로 대표되던 인스턴트 커피가 제1의 물결이었다면,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커피는 제2의 물결이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물결이 커피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이것은 제3의 물결로 일컬어지는 스페셜티(Specialty) 커피입니다.

오늘날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명실공히 문화적 음료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커피로 대변되는 문화를 표방하면서 사세를 확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가 이끌어온 커피 문화는 분명 의미가 있었지만 커피 맛의 표준화를 무기로 하는 스타벅스는 지금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커피의 진정한 향미를 추구하는 매니아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시즘(star-bucksism)으로 상징되는 커피 맛의 몰개성화에 반기를 들고 반스타벅스 전선이 구축되면서 커피 애호가들은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워 와인처럼 커피 고유의 테루아를 즐기려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운동에 힘입어 커피 생산국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고품질의 고가 생두를 생산해 내는 것으로 새로운 활로를 마련했고 이에따라 커피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품질개선을 위한 커피 생산국들의 노력은 농원별, 밭 구역별로 상품화하는 등 보다 작은 단위로 생산 관리하는 방식이 도입되어 이제는 고품질의 다양한 커피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드러내주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한모금 커피를 마셨을 때 자신이 어디서 왔고, 누가 길렀으며, 어떤 품종이며, 자랄 때 우기였는지 건기였는지 말해주어야 하고 어떻게 로스팅하고 어떻게 드립했는지 등등 커피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이력을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런 커피가 진정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우연히 마신 커피 한 잔이 나를 깨우고 내 영혼을 달래주었다면 이 커피는 그냥 한 잔의 커피가 아닙니다. 이것은 궁극의 커피로서 내가 만난 인생커피입니다. 이런 커피가 선사하는 향미는 "내가 실존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구체적 느낌이"라고 세계적인 커피 로스터 인스토레이터는 일갈했습니다.

이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이 커피 너무 좋은데'라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좀 더 커피의 토착적인 가치, 다시 말해서 커피가 생산된 땅과 커피를 기르고 수확하고 가공한 기원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커피를 만드는 어려움이나 그 배경에 있는 역사나 문화를 알면 커피의 가치가 더욱 깊이 있게 이해될 수 있고 커피 고유의 향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만든 커피는 맛에 깊이와 향미가 없습니다. 그런 커피는 감동을 줄 수가 없습니다. 오늘 당신이 마신 커피는 어땠습니까? 

기억에 남는 한 잔이었나요? 

그 커피숍을 찾아갈 때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는 기대감으로 갔었나요?

"저는 아르헨티나 탱고처럼 에스프레소가 녹아들어 황홀한 감각에 빠져들게 하는 커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만드는 에스프레소는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침대에서 사랑하는 남녀가 포옹하고 잠이 들듯이 말입니다"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품고 다나카 가스유키가 만드는 이 커피를 마시려면 도쿄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베어 폰드 에스프레소를 찾아가야 합니다.

물론 커피보다 훌륭한 것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지만, 우리는 어쨌든 커피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커피를 찾아가는 여행은 계속됩니다.

▲ 콜롬비아 라 프란시아 싱글 오리진 커피는 달콤하고 화사한 꽃향기를 던지는 뉘앙스로 다가옵니다.

오늘은 헤이리예술마을에 뮤지엄 카페의 컨셉으로 최근에 문을 연 르 시랑스에서 맛보는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콜롬비아 라 프란시아 싱글 오리진 커피는 달콤하고 화사한 꽃향기를 던지는 뉘앙스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헤즐럿과 캐슈넛 류의 견과류 향이 풀바디하게 입 안을 채워줍니다. 조금 진하게 추출된 이 커피는 초겨울 첫눈의 습기 머금은 무게감처럼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던 산도가 한모금 목넘김 뒤에 아주 산뜻하게 찾아옵니다. 뜻밖에 방문한 소녀처럼ᆢ

마숙현 대표는 헤이리 예술마을 건설의 싱크탱크 핵심 멤버로 참여했으며, 지금도 헤이리 마을을 지키면서 `식물감각`을 운영하고 있다. 와인, 커피, 그림, 식물, 오래 달리기는 그의 인문학이 되어 세계와 소통하기를 꿈꾼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마숙현 meehan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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