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일본 쌀집 이야기, 두번째 “코메야 (일본의 쌀집)의 지속적인 노력

▲ 박성환 밥소믈리에

우리나라처럼 대형 마트나 슈퍼가 많은 일본이지만, 아직도 거리에 많은 쌀집들이 있습니다. 창고 같은 이미지가 아닌 잘 정돈되고 밝은 느낌의 가게들입니다.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높은 일본이라고 해도 값비싼 도심 한복판에 있다거나 대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한다거나 오랜 역사를 가진 쌀집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주택가 어디든 쌀집의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는 [쌀 마이스터]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 쌀 마이스터는 일본 쌀, 곡물 소매상 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인증 자격으로 쌀의 전문가라는 인증이 되는 것입니다.

쌀 마이스터는 다시 3성 마이스터와 5성 마이스터로 나뉘며, 3성 마이스터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본인이 직접 쌀 가게를 운영해야 하고 그 경력이 5년 이상 되어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3성 쌀 마이스터는 쌀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을 알고 있어야 자격을 얻을 수가 있는데 현재 일본에 4,000명 정도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5성 쌀 마이스터인데, 3성 쌀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이 그 인증 시험을 볼 수 있고, 쌀 판별 능력, 취반 대응 능력, 곡물 품종 및 성분 판별 능력 등이 있는 지를 시험보고, 쌀의 브랜드 기술, 정미 기술, 관능 평가 기술이 있는지에 대한 실무 능력을 평가 받는데, 그렇게 해서 합격한 자만이 5성 쌀 마이스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에서 5성 쌀 마이스터는 약 300명 정도뿐입니다.

일본 쌀 곡물 소매상 연합회에서 주관하여 인증하는 민간 자격이지만, 5성 마이스터는 쉽게 취득할 수 없는 자격증입니다. 쌀 마이스터들은 대대로 물려받아 쌀가게를 하는 곳이 많아 각각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체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어느 지역, 어떤 품종의 쌀이 제일 맛있고, 좋은지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매년 쌀 콘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봉사활동으로는 초등학교에서 “밥 파워 교실” 수업을 하여 어린이들에게 좋은 쌀을 구별하는 법, 맛있는 밥짓는 법, 그리고 쌀의 생산과정 과 균형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가르쳐 어린이들이 밥에 대해 잘 알고 잘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쌀가게 마이스터들은 정보공유와 지식습득을 중요시한다 <사진=일본 오코메 마이스터 홈페이지>

그리고, 내가 느낀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런 개인 쌀 가게의 마이스터들은 항상 서로 정보 공유를 통해 쌀에 대한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더 나아가서 보다 더 정확하게 쌀의 품질을 판단하기 위해 직접 고가의 쌀 측정 장비를 보유하여,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쌀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와인 양조장인 샤또나 도메인에서 더욱 맛있는 와인을 찾기 위해 포도를 브랜딩해서 와인을 만들기하고, 실력있는 바리스타 들은 자신만의 브랜딩 기술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일본의 5성 쌀 마이스터들도 자신만의 브랜딩 기술로 최적의 밥맛을 낼 수 있고, 보다 더 요리에 어울이는 밥을 할 수 있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딩 쌀을 판매한다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쌀의 브랜딩이란 생각할 수 조차 없습니다. 단지 저급 쌀을 속여 팔기 위해 섞어서 파는 쌀들과 그리고 관능이나 맛, 기능적인 목적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섞이는 쌀들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브랜딩이란 말이 아닌 혼합이란 이름으로 팔리는 쌀들뿐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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