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오는 이 시기에 필자가 늘 하는 일이 하나 있다.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고 일 년 계획을 세우고 뭐 그런 누구나 하는 일도 있지만, 항상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를 읽는 것이다.

최근 3년 트렌드를 보더라도 '밥 짓기'야말로 최신 트렌드가 아닌가 생각한다.

2017년에는 C’mom, YOLO!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가 트렌드의 첫 번째 이야기였는데 글자 그대로를 보면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것과 밥 짓기가 뭔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욜로’는 젊어서 흥청망청 놀고먹자는 것이 아니다. 이 ‘욜로’로 인해 소비와 문화의 트렌드가 변하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은 충동 구매가 아닌 자기들만의 가치를 위해 목적이 있는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세금을 빼서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로 인해 단순하고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미니멀 라이프’와 연결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예 집에는 TV도 전기밥솥도 없다. 그저 아무 솥이나 있으면 그걸로 밥을 지어먹는 것이다. 남으면 바로 냉동고에 보관하면 되니 메뉴, 예약, 보온기능 따위 다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런 시장을 읽었는지 2016년 12월 VERMICULAR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밥솥에는 아예 보온기능과 눈금 선이 없는 전기밥솥을 출시했다. 이 밥솥은 엄청난 인기로 2018년 9월에는 미국에까지 진출하기에 이른다.

▲ 밥솥 <사진=Vermicular>

아무것이나 좋은 솥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로 인해 가지고 있던 전기밥솥마저 치워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로 인해 그냥 좋은 솥 하나로 밥도 하고 음식도 하고 그러면서 밥 짓는 즐거움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2018년의 트렌드는 ‘소확행’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한 영화가 대박이 난다. 2018년 2월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다.

그저 평화롭다. 농사지으며 소박한 음식을 해 먹는 모습에서 평안하고 행복을 느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소비촉진을 위해 만든 [밥이 답이다]라는 캠페인을 보면 ‘소확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캠페인 영상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이다.

“밥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을 너무나 잘 전달한 것 같다.

▲ 밥이 답이다 캠페인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드디어 2019년 ‘Going New-tro 요즘 같은 옛날, 뉴트로’가 트렌드라고 한다.

물론 김난도 교수의 책에서는 '밥이나 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까지 1020 세대들에게 밥 짓기란 무엇일까? 편하게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는 즉석밥? 밥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자동전기 밥솥? 그저 평범한 솥으로 지어 먹어 보는 밥이야 말로 뉴트로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싸구려 솥으로 지은 밥이라도 100억 원이 넘는 최신 전자동 설비로 지은 즉석밥보다 100억 배 더 맛있다는 것을 한 번이라도 밥을 해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압력밥솥도 필요 없다. 내가 불 조절해가면서 나만의 밥맛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실패하면 뭐 어때, 누룽지가 많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맛있는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밥을 지어야만 느낄 수 있는 밥 냄새를 지금의 1020 세대들은 아마 맡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정말 아날로그적이며 새로운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LP판의 정제되지 못한 음들이 인기는 얻는 것과 같은 것이다.

최신 IH 전기 압력 밥솥들이 너도나도 2 기압의 초고압력으로 밥을 짓는다 자랑하지만, 그거 없어도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밥 짓기에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다. 누구와 어떻게 먹는 밥이 더 중요하다. 미슐랭 레스토랑의 셰프가 아닌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이나 어머니의 소박한 밥이 더 먹어보고 싶은 것이 그런 이유다.

*New-tro : New Retro 새로운 복고라는 뜻의 말로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한다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옛것, 아날로그 감성의 새로운 콘텐츠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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