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커피, 저녁엔 키스!
나는 커피에서 무엇을 보았나?

영화 <물랭루즈>에서 '커피는 아침에, 키스는 저녁에'가 흐릅니다. 이 노래에는 커피와 키스가 멋지게 대응되어 삶에서 커피가 기호품으로 얼마나 낭만적인 요구인지 말해줍니다.

그래서 아침의 커피 한 잔은 하루의 삶 전체의 기조를 결정해주는 어떤 힘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해왔습니다.

시작의 느낌을 이보다 더 선명하게 담고 있는 냄새가 커피 말고 또 있을까요.

▲ 아침엔 커피, 저녁엔 키스! 나는 커피에서 무엇을 보았나?

충분히 풍부하고 훌륭한 향미를 뿜어내는 한 잔의 커피가 한 사람의 영혼을 달래주었다고 한다면, 때로는 또 한 잔의 커피가 사람들의 기분을 한껏 고양시켜 하루의 출발을 상큼하게 이끌어주었다면, 커피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를 지배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 물질임이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커피가 정신의 무게감 같은 깊이를 지닌 존재가 아닐까? 하고 좋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생각해 봅니다.

"어떤 것을 볼 때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봐야 한다"
- 존 모피트(미국시인) -

시인은 이어서 말합니다.

'초록을 보고 '숲의 봄'을 보았다는 말은 충분치 않다. 시간을 갖고 그 잎들에서 흘러나오는 평화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왔지만 커피 세계의 핵심에 도달하기는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토록 탐닉한 커피에서 나는 결국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평화는 고사하고 숲의 봄이라도 만나기나 한 것일까?

오늘 아침 문득 깨달은 사실은, 커피가 제공하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라는 것입니다. 커피 한 잔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에너지가 나를 긍정의 삶으로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는 교감 때문에 이 아침의 햇살이 더 풍요롭고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인간은 결국 에너지에 이끌린다고 합니다.

아름다움도, 친절도, 권력도, 재력도 모든 것은 에너지입니다. 

건강도, 삶의 즐거움도, 고통도, 기쁨도, 연애도, 포옹도, 자애로움도, 재능도, 풍기는 매력도, 부드러움도, 달콤함도, 시원함도, 화려함도 그리고 유머와 간결함과 젊음까지도 이런 모든 가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아침 커피의 에너지가 내게 긍정의 마인드를 제공했듯이 말입니다.

제러미 리프킨의 말에서 어떤 가능성을 봅니다. "에너지는 인간 삶의 기반이자 문화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루를 시작하는 출발의 퍼포먼스로서 모닝커피는 조금 더 사치스러워도 되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처음 한 모금에서 특유의 스모키향이 전설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오늘 커피는 헤이리 뮤지엄 카페 르시랑스에서 로스팅한 과테말라 산타모니카 프리미엄 싱글 오리진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아주 곱지만 고르게 분쇄된 이 커피는 풍미가 효모처럼 살아 있습니다.

처음 한 모금에서 특유의 스모키향이 전설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향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면서 풍만한 바디감으로 열대 과일향이 음악처럼 흐르더니 적절한 산도가 혀를 자극합니다.

캐러멜의 단맛으로 길게 이어지는 피니쉬를 마지막으로 즐기면 마치 여름날 소나기를 만나듯 빗줄기 같은 향에 흠뻑 빠져드는 충만한 아침입니다.

하지만 이 모닝커피가 뿜어내는 뜨거운 에너지가 저녁의 키스를 불러올 수 있을지 나는 자못 궁금해집니다.

마숙현 대표는 헤이리 예술마을 건설의 싱크탱크 핵심 멤버로 참여했으며, 지금도 헤이리 마을을 지키면서 `식물감각`을 운영하고 있다. 와인, 커피, 그림, 식물, 오래 달리기는 그의 인문학이 되어 세계와 소통하기를 꿈꾼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마숙현 meehan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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