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소믈리에

[칼럼리스트 김도영] 싱글족의 증가탓일까요. 아니면 자기만의 스타일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까요. 요즘 부쩍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도 술은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나라 한림원 학사였던 장영이라는 사람은 반유십이합설(飯有十二合說) 을 설명하였습니다. 좋은식사를 위한 12가지 조건을 말하는 것인데, 좋은쌀, 불조절, 익힌고기, 제철채소, 말린고기, 절인채소, 국, 새싹, 먹는 때, 그릇, 장소 이 11가지에 마지막으로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을 들었습니다. 언제나 사람으로 방점을 찍게 됩니다. 음식의 하나인 술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여행을 예를 들면 혼자라서 편한 것도 있지만 오히려 불편한 점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다거나, 어느 식당을 들렀는데, 원하는 메뉴가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가끔 무거운 짐을 계속 들고 무언가를 알아보러 다녀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사람은 짐을 지키고 가볍게 이곳저곳 다니며 알아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우연히 마주하게되는 멋진 풍경을 혼자 본다는 사실일지 모릅니다. 이럴때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크게 만들게 되죠.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존재는 삶을 좀더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나에게 또 다른 누군가가 더해져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은 술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도 훌륭하지만 하나의 뛰어난 능력에 또 하나의 능력을 보태 더욱 위대한 작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는데 와인과 술에서도 예외는 아니거든요. 유독 ‘2’라는 뜻을 담고 있는 술들이 많이 있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둘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술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 ISCAY 와인

오늘 소개할 와인은 이름부터가 둘이라는 뜻을 가진 와인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힘을 더하게 되는 경우인데요 바로 이스카이(ISCAY)와인입니다. ‘이스카이(ISCAY)란 잉카어로 숫자’2’란 뜻입니다. 세계적인 와인거장 미쉘롤랑과 다니엘 피가 만든 프리미엄 와인으로 말벡과, 메를로 두 품종을 각각50%의 비율로 블렌딩하였습니다. 이스카이 와인의 레이블은 좌우로 나눠서 두사람의 테이스팅 노트와 서명을 담고 있는데, 2005년 빈티지부터는 아르헨티나와인의 정통성과 와인스타일을 더욱 명확히 표현 하기 위해 ‘미셸롤랑’을 대신해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와인디렉터 ‘마르셀로 벨몬테’의 테이스팅 노트가 레이블을 채우게 됩니다. 자신의 이름이 적는다는 것은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를 담게 됩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스스로 부족함을 알기에 기꺼이 누군가의 힘을 보탤 수 있는 것 그것은 용기이고, 지혜입니다. 이런 내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는데요 가령 그 ‘장님과 절름발이’ 같은 이야깁니다. 혼자서 길을 가기엔 그 둘은 부족함과 어려움이 있었고 다리가 불편한 절름발이는 걷기에 불편하였고, 장님은 앞이 보이지 않기에 길을 찾아 걸을 수 없었죠 결국 그들은 장님이 절름발이를 업고 그의 발이 되어 주었고, 절름발이는 눈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 협업의 지혜를 발휘한 그들은 레이블에 그들의 와인에 대한 평가와 이름을 나란히 적어놓게 됩니다. 남미의 유명한 트라피체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포도수확후 품종별로 발효하고 오크통숙성후 블렌딩하게됩니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아이콘이라 말할 수 있는 ‘말벡’이라는 품종과 ‘이스카이’와인은 아르헨티나 와인의 상징적 존재가 됩니다. 말벡의 무게감과 메를로 또는 카베르네프랑등의 품종의 개성을 살려 다른 느낌을 조합해 놓은것도 새롭습니다. 남미 No.1 와인생산업체인 트라피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제품군과 프리미엄제품군의 라인업은 명실공히 남미를 대표하지만, 그들이 가진 다양성과 높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누군가의 힘을 기꺼이 더하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투핸즈(Two Hands)란 이름의 와인도 있습니다. 포도송이와 두손이 그려진 투핸즈와인의 레이블은 이름만큼이나 그 의미가 쉽게 이해됩니다. 와인평론가 로버트파커가 ‘남반구지역에서 가장 좋은 와인메이커’라고 칭찬한 와인인 투핸즈는 1999년 최고의 쉬라즈품종의 와인을 만들고자한 2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해 탄생합니다.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와인수출입을 하던 마이크 트웰프트리와 공인회계사 출신인 리차트 민츠 그들은 각자가 가진 장점 즉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영업력, 마케팅과 시장에 대한 경험을 결합하여 두 손을 하나로 모으게 됩니다.

그들의 도전정신은 프리미엄급 <플래그쉽시리즈> 단일품종으로만든 <싱글빈야드>호주 안에서 엄선된 6곳의 지역에서 재배된 쉬라즈로 만들어진 프리미엄<가든시리즈>등 그들의 다양성과 품질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그들만의 정신을 와인에 담게됩니다.

예부터 ‘2’라는 숫자는 세상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기본 구조로 생각되었으며 이원성과 양극성 서로 맞선 두개의 개념과 힘. 이런 이분법적 개념은 인간의 상상력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익숙한것과 낯선 것. 친숙함과 낯설음 같이. 그 다른 면들이 모여 새로움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다른 능력을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술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술이 가진 미덕중의 하나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점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그리고 첫인상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 어떤 사람들과 술 한잔 하다 보면 달리 보이게 되는 법이죠. 그런 점에서 숫자2의 상징을 가진 술들의 본질은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중요한 물질이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아마도 술이 액체인 이유는 어떤 모양의 잔과 공간도 채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칼럼관련문의: 김도영 마스터소믈리에 beerstor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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