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이란,
‘일을 어떻게 하기로 결정함 또는 그런 결정’이란 뜻이나, 술에 관한 숨은 뜻으로는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 뜻의 말이다.

수작이란,
갚을 ‘수’(酬), 따를 ‘작’(酌)이니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권하며 친목을 다져 보자라는 술에 관한 숨은 뜻이다.

좋은 음식과 술을 두고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않아 공유하는 삶,
더 이상 무엇이 부러우랴?

필자는 소믈리에로 와인바, 다이닝등 현장에서 10년 이상 근무를 한후, 현재는 강남 논현동에서 한식기반의 와인주막 '주지육림'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던 일들과 소소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고객들에게 한식과 와인 매칭을 추천하면서 느낀점들을 전문가 관점에서 때로는 애주가의 한사람 입장에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소개할까 한다.

돼지보쌈과 만난 스페인산 화이트와인 그리고 한국와인

지극히 평범하고 대중적인 보쌈은 해방 직후 양반 댁에서 주인이 겨울에 담아두고 먹을 김장김치를 담그는 일꾼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겨울철 부족되기 쉬운 영양보충을 위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즉석에서 삶고 갓 버무려낸 김장김치와 곁들여 동네잔치를 위해 만든 것에서 유래된 한국의 대표 전통음식이다.

▲ 한국의 대표 전통 음식 돼지보쌈 <사진=주지육림>

짭조름한 쌈장, 톡 쏘는 와사비, 달콤한 마늘소스를 곁들여, 명이나물 그리고 쌈무에 올리고 잘 볶아낸 숙주와 잘 쪄낸 따뜻하고 두툼한 보쌈고기를 얹어 김치와 함께 크게 입에 넣고 먹는다.

너무나 토속적이며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맛이란 복합적이고 다양하며 감칠맛의 향연이다. 그리고 나면 한잔 술이 빠질 수 없다.

육류이니 레드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좋겠지만,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특별한 마리아주를 느낄 수 있는 스페인산 화이트와인 베가마르 메르세게라(Vegamar Merseguera)을 추천해 본다.

스페인 역시 돼지고기 요리를 많이 먹는 나라이다. 뒷다리를 절여 만든 하몽(Jamon)부터 마드리드 지방에서 유명한 전통요리인 애저요리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 등 다양한 방법과 향신료를 사용한 돼지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스페인의 와인에는 다양한 풍미와 잘 어울리는 와인들을 쉽게 접해볼 수 있다.

▲ 베가마르 메르세게라(Vegamar Merseguera) 2017

연초록빛을 띠는 밝은 노란색이 특징이며 발렌시아의 토착 포도품종인 메르세게라 100%로 만든 와인은 해산물과의 궁합도 훌륭하지만 젓갈을 사용하고 풍미가 복합적인 한국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첫 기분 좋은 산도는 입맛을 돋우며, 부담스러운 오크향이 아닌 향긋한 레몬 필, 라임제스트등의 뉘앙스는 산도와 염도가 모두 있는 한국식 밑반찬과 조금 기름진 돼지보쌈고기의 뒷맛을 씻어내기보다는 깔끔하게 정돈시켜 풍미를 더욱 좋게해서 다시 젓가락을 들게 만든다.

지금 한참 제철을 맞은 통영 산 생굴과 보쌈고기를 함께 곁들이기에도 화이트와인은 제격이다.

보쌈이 남았다면 한국산 디저트 와인인 ‘여포의 꿈 화이트’는 어떨까? 

▲ 디저트 와인 ‘여포의 꿈 화이트’

충북 영동에서 제배한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Muscat of Alexandria)로 여포와인농장에서 병입하고 생산하여 만든 한국 와인으로 이미 유명하다.

디저트 와인에 돼지보쌈고기가 상상하기도 힘들 수 있겠다만, 반짝거리는 영롱한 살구 빛은 어느 정도의 당도를 예상할 수 있을 만큼이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산도감은 돼지보쌈고기와 환상의 하모니를 보여준다.

조금은 의아해 하시던 손님도 기분 좋은 웃음을 내 보이시며, 수긍의 엄지손가락을 이내 치켜세워 만족해 하신다.

한국음식과 어울리는 주류하면 많은 분들이 소주와 막걸리를 먼저 떠올린다. 그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답이 아님은 확신한다.

다양한 정답과 해결책을 모색하며 가족들과, 연인 그리고 친구들과 2019년 황금 돼지띠 해 첫 소재였던 돼지보쌈에 다양한 술을 곁들여 보길 희망한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요즘, 다른 답 또한 중복의 답이 되며 상생할 수 있는 포용을 갖는 건 어떨까?
 

소믈리에타임즈 김소희 칼럼니스트 jujiyugr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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