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중 가장 많은 것이 무엇일까? 취직, 합격, 결혼, 저축, 내 집 마련 등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중 다이어트도 순위에 들어갈 것이다. 2019년 새해 다짐 1위가 ‘건강과 균형 있는 몸매를 위한 운동’이라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고 하니 다이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블랙커피를 마셔도 비만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세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6개월 전 필자는 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량이 이미 연간 약 500잔이 넘는다고 말했었다. 횟수나 중량 모두 밥 섭취량보다 많을 것 같다.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서 ‘커피에 발암물질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발암물질이 있는 커피보다 밥이 더 나쁜 음식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이야기했다.

항상 필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닌 얼마나 먹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밥이든 뭐든지 간에 많이 먹으니 살이 찌는 것이다. 하루 1잔 정도의 커피는 건강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식품공학자 최낙언 대표도 필자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설탕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이상적인 감미료다. 설탕이 비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과식을 끊어야 해결된다. 모든 것은 양이 문제다’ 했다.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말 아닌가?

왜 갑자기 설탕 이야기냐 하면 '설탕 = 포도당' 이고, '밥 = 포도당' 이기 때문이다.

3년 전에 밥 다이어트에 대한 글을 썼는데 이어서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일본에서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개발한 쓰지노 마사유키의 저서 ‘쌀 다이어트’의 내용이다.

당신의 다이어트에 부족한 것은 “쌀(밥)”이다. 주식이 쌀이니 당연히 밥을 많이 먹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우리는 생각보다 밥을 많이 먹고 있지 않다. 일본은 점점 쌀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60년에는 총 공급 열량이 2,291kcal에서 쌀이 차지하는 열량은 1,106kcal었다. 즉 열량의 절반이 쌀이었다. 2007년에는 총공급 열량이 2,551kcal인데, 그중에서 쌀이 차지하는 열량은 고작 597kcal로 약 1/4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쌀과 멀어짐에 따라 비만이나, 생활습관병 등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살찌기 시작한 것은 쌀을 먹지 않게 되고부터다. 저자는 ‘쌀을 먹을수록 살이 빠진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란 말이 있으니 우리 국민도 엄청 밥을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 우리도 생각보다 밥을 많이 먹고 있지 않다.

1988년도의 쌀 소비량이 122kg이었는데, 30년이 지난 2017년 쌀 소비량이 61kg이니 30년 전과 비교하면 쌀 소비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30년 전과 비교하면 고도비만율은 비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증가했을 것이다. 추측성 발언인 이유인즉슨 그 당시에는 고도비만율 따위는 조사하지도 않아 통계자료가 없다. 고도비만율은 1998년 첫 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1998년 당시 고도비만율은 2.7%였고, 2015년이 5.3%로 이미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2030년에는 9.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Health at a Glance 2017, OECD)

밥 먹는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고도비만율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자는 배가 고프지 않도록 밥을 충분히 먹는 것을 권한다.

흔히들 다이어트할 때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밥을 먹지 않고 대신 과일과 닭가슴살로 연명하며 운동한다. 뭐든 적게 절제하며 먹고 운동하면 다 살이 빠진다.

하지만 웃긴 것은 밥을 먹지 않으면서 과일은 먹는다는 것이다. 과일의 과당과 밥의 포도당이 뭐가 다른가? 오히려 과당의 경우가 혈당을 급속히 상승시켜 좋지 않다. 그리고, 고단백 음식인 닭가슴살만 먹으면 내가 무슨 피트니스 선수처럼 될까? 잠깐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육식 동물이 아니다. 평생 그렇게 먹고 살 수가 없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기관, 간, 신장 등의 몸속 장기에 부담을 주게 된다. 탄수화물 부족은 기억력 감퇴와 만성피로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더 좋은 내용도 많지만 많은 사람이 한번은 읽어보길 바라며 세계 최초의 쌀 다이어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939년 듀크대학(Duke University)의 의학 연구원인 월터 켐프너(Walter Kempner)는 처음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비만 치료에 사용했는데,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육류와 유제품 중심의 식생활을 하는 미국에서 무려 80년 전에 쌀 다이어트가 입증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건강한 탄수화물을 기본으로 섬유질이 많은 채소, 과일, 곡물이 식단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의 전통적인 식사법이 아닌가? 이 프로그램에 4주간 참가한 사람들은 여성이 평균 8.6kg, 남성은 13.6kg이나 감량되는 결과를 얻었고, 전체 참가자의 68%가 1년 후에도 체중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 프로그램에 기초하여 ‘The Rice Diet Solution’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곧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책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 다이어트 책, The Rice Diet Solution <사진=아마존>

우리 민족의 DNA는 밥을 먹고 살아가도록 각인되어 왔다. 전 세계 모든 민족이 각자 조상들로부터 먹던 음식을 먹고 살아가도록 몸이 설계되어왔다. 남태평양의 섬 피지 원주민들은 과거 다 날씬했었지만, 조상 대대로 먹던 음식이 서구화되면서, 지금은 대부분 뚱보가 되어버렸다.

한때 세계의 장수마을이라고 일컫던 일본의 오키나와도 음식이 서구화되면서 이제는 일본 전국에서 비만율 1위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전통적인 오키나와 음식보다 햄버거를 더 먹게 되면서 오키나와는 결국 WHO가 인정한 세계 최고의 장수 지역에서 일본 내 비만율 1위 지역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오키나와에 가 보면 햄버거 가게가 매우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몇천 년 동안 충분히 검증된 밥을 먹어왔다. 평생 먹어도 물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게 밥이다. 평생 저 탄수화물에 닭가슴살만 먹으며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별 상관없지만, 즐겁지 못한 식사가 무슨 도움이 될까? 이렇듯 밥을 중심으로 즐겁게 먹으며 운동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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