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부르고뉴 공국의 공트롱(Gontrang) 국왕 <사진=굿뉴스 제공>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프랑스 이전, 부르고뉴(Bourgogne) 공국의 국왕 공트랑(Gontran)은 성직자들의 규율을 확립하고 교회와 수도원을 세웠다. 587년, 그는 최초로 디종(Dijon) 지역의 포도원을 수도원에 하사하였고 이후 많은 지역의 교회나 수도원에서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교회와 수도원의 운영 자금 마련과 예배에 필요한 미사주를 위해 만들었던 와인은 시대가 흐르며 왕족이나 귀족, 특권층의 접대와 파티, 선물 등을 위해 더욱 발전하게 됐다. 

훗날, 부르고뉴 와인 중에서 유독 쥬브레 샹베르땡(Gevrey-Chambertin) 와인을 사랑한 나폴레옹의 상속법에 따라 부르고뉴의 포도밭들은 세세하게 쪼개져 도멘(Domaine-“포도밭, 구획”)의 형태를 띠게 된다. 나폴레옹의 평등을 위한 의도와는 달리 그때 당시에는 재산을 나누지 않기 위해 인구 감소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부르고뉴 와인은 AOC 제도 아래 떼루아(Terroir)가 지닌 가치에 따라 레지오날(Regionale), 꼬뮈날(Communale),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그랑 크뤼(Grand Cru)의 등급으로 나뉘며, 도멘과 네고시앙(Negociant-“상인” 포도 재배자 또는 와인을 양조한 생산자의 포도나 와인을 매입해 자기 와이너리에서 양조하여 판매하는 회사)들이 와인을 생산한다.

부르고뉴는 원래부터 피노 누아가 유명했을까?

▲ 피노 누아(Pinot Noir)<사진=도윤 기자>

그건 아니다. 그 옛날에도 우리가 모르는 포도 품종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1300년대 후반에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의 맛에 반한 부르고뉴의 통치자가 갸메(Gamay)를 전부 뽑아버리고 피노 누아를 심어버린 것. 사실 비슷한 면도 많고 피노 누아보다 갸메가 병충해에도 강하고 키우기 쉽지만,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갖고 있는 포도 자체의 섬세하고 우아한 느낌, 촘촘한 결은 다른 어떤 포도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피노 누아’ 와인 생산지, 부르고뉴

▲ 부르고뉴 풍경<사진=Pixabay>

약 2억 년 전, 바다였던 부르고뉴는 6,500만 여 년 전의 지각 변동과 빙하기를 거쳐 침식 당했던 곳이다. 그래서 토양은 쥐라기 시대 이후의 해양에서 온 석회암(Limestone)을 기본으로 이회토(Marl), 점토(Clay), 자갈(Graves), 철분 토양, 붕적토(Colluvium-산악 고지대가 풍화되어 산사태로 인한 토석 퇴적층), 토사(Silt) 등 다양한 토양이 섞여있다.

▲ 쥬브레 샹베르땡 포도밭 <사진=도윤 기자>

부르고뉴가 섬세하고 재배하기 어려운 피노 누아의 ‘세계 최고의 생산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후뿐만 아니라 포도밭 안에서 토양이 섞인 비율, 포도밭이 위치한 방향과 고도 등 다양한 떼루아(Terroir)와 같은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여러 도멘의 개성 있는 스타일의 와인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 쥬브레 샹베르땡 포도밭 지도<사진=www.bourgogne-wines.com, 편집=도윤 기자>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의 와인 생산지는 샤블리 & 그랑 옥세레(Chablis & Grand Auxerrois), 샤띠오네(Chatillonnais), 황금의 언덕(꼬뜨 도르=Cote D’or)이라 불리는 꼬뜨 드 뉘(Cote de Nuits), 꼬뜨 드 본(Cote de Beaune)과 꼬뜨 샬로네즈(Cote Chalonnaise), 마꼬네(Maconnais)등 크게 여섯 지역으로 나뉜다.

쥬브레 샹베르땡(Gevrey-Chambertin)은 이 중 꼬뜨 드 뉘에 위치하며, 본로마네(Vosne-Romanee),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모레이 생 드니(Morey-St-Denis) 등과 함께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불린다. 

부르고뉴 와인협회(BIVB) 랑데부 화상 세미나, 쥬브레 샹베르땡

▲ BIVB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협회는 전 세계에 부르고뉴 와인을 알리기 위해 현지 화상 세미나를 진행한다. <사진=도윤 기자>

부르고뉴 와인 협회(BIVB)는 최근 쥬브레 샹베르땡 지역의 떼루아와 와인을 위한 화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 샹베르땡의 유래는 무엇인가<사진=도윤 기자>

부르고뉴 황금의 언덕(꼬뜨 도르=Cote D’or)에 위치한 쥬브레 엉 몽타뉴(Gevrey En Montagne)는 부르고뉴 최초로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밭 이름을 붙여 쥬브레 샹베르땡으로 탄생하게 된다. 샹베르땡은 수도사였던 베르땡(bertin)의 이름을 붙여 샹베르땡(Chambertin- Champ Bertin-베르땡의 벌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도 있고, 쥬브레에서 가장 많은 포도밭을 소유했던 베르땡의 이름을 붙여 탄생한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이후 샹볼 뮈지니(Chambolle-Musgny), 모레이 생 드니(Morey-St-Denis), 샤샤뉴, 풀리뉘 몽라셰(Chassagne, Puligny-Montrachet)등의 지역들도 포도밭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 쥬브레 샹베르땡 포도밭 지도<사진=www.bourgogne-wines.com, 편집=도윤 기자>

쥬브레 샹베르땡은 부르고뉴의 33개 그랑 크뤼 중에 가장 많은 9개의 그랑 크뤼(Grand Cru)와 26개에 달하는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가 있으며, 포도밭 면적은 435ha에 달한다. 꼼브 라보(Combe Lavaux) 골짜기를 기준으로 250~350m의 중간 경사지의 남쪽에는 그랑 크뤼, 북쪽은 프리미에 크뤼 밭으로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토양을 이루고 있으며, 동쪽에는 꼬뮈날(Communale)과 레지오날(Regionale) 밭들이 존재한다. 끌로 쌩자크(Le Clos Saint-Jacques)와 레 까제티에르(Les Cazetiers)는 프리미에 크뤼지만 그랑 크뤼 퀄리티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BIVB 랑데부 화상 세미나에서 이인순 부르고뉴 인증강사가 쥬브레 샹베르땡 지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도윤 기자>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밭은 특히나 석회암(Limestone)과 이회토(Marl)의 비율이 많아 탄탄한 구조감에 파워풀하면서 복합미, 산미가 살아있는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만든다.

쥬브레 샹베르땡은 샹볼 뮈지니, 본 로마네와 함께 피노 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만을 생산하는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 생산지다.

와인 테이스팅

▲ BIVB 쥬브레 샹베르땡 랑데뷰 세미나에서 테이스팅한 와인들. 모두 미수입 와인이다. <사진=도윤 기자>

1. 도멘 마크 로이, "끌로 프리에르" 쥬브레 샹베르땡 (Domaine Marc Roy, Clos Prieur Gevrey-Chambertin) 2016

▲도멘 마크 로이 끌로 프리에르 쥬브레 샹베르땡(Domaine Marc Roy, Clos Prieur Gevrey-Cambertin) 2016<사진=도윤 기자>

끌로 프리에르(Clos Prieur)는 끌로 프리에르 오(Clos Prieur- Haut ), 끌로 프리에르 바(Clos Prieur-Bas) 두 세부 지역으로 나뉜다. 쥬브레 샹베르땡의 남쪽에 위치한 그랑 크뤼 밭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끌로 오(Clos Prieur-Haut )에서 재배하는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면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와인은 꼬뮈날  등급의 와인으로, 끌로 프리에르 바(Clos Prieur-Bas) 지역의 포도만으로 와인을 만들었거나 두 지역의 포도가 블렌딩한 것일 수도 있다.

야생 딸기, 체리, 검은 베리류의 과실향과 스파이시한 허브 아로마가 올라온다. 집중도가 매우 좋으며 미네랄리티가 훌륭하다. 좀 더 숙성 후 마시면 훨씬 맛이 좋을 와인이며, 테이스팅한 와인 중에 가장 편안한 스타일의 와인.

2. 도멘 데 보몽, "레 쉐르보데"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 (Domaine des Beaumont, "Les Cherbaudes" Gevrey-Chambertin Premier Cru) 2015

▲ 도멘 데 보몽, "레 쉐르보데"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Domaine des Beaumont, "Les Cherbaudes" Gevrey-Chambertin) 2015<사진=도윤 기자>

"레 쉐르보데(Les Cherbaudes)" 프리미에 크뤼 또한 그랑 크뤼 밭 동쪽에 위치해 있다.  도멘 데 보몽의 와인은 깊은 루비빛 컬러에 블루베리, 검붉은 자두 등의 과실향과 우아한 질감,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풀바디한 와인이다. 구조감이 탄탄해 숙성 잠재력이 크며, 석회암(Limestone)의 비율이 커서 산미 또한 좋다.

3. 뉘통-보노이, "끌로 뒤 샤피트르"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 (Nuiton-Beaunoy, "Clos du Chapitre" Gevrey-Chambertin Premier Cru) 2015

▲뉘통-보노이, "끌로 뒤 샤피트르"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Nuiton-Beaunoy, "Clos du Chapitre" Gevrey Chambertin Premier Cru) 2015

“끌로 뒤 샤피트르(Clos du Chapitre)” 프리미에 크뤼는 그랑 그뤼 밭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오다보면 프리미에 크뤼 밭이 밀집되어 있는 북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뉘통 보노이가 만든 이 와인은 앞의 와인들보다 좀 더 밝은 붉은 딸기, 라즈베리향과 검붉은 베리 향이 뒤섞여 있다. 실키한 질감에 부드러운 탄닌과 함께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다.

4. 도멘 아르망-죠프로이, “라보 쌩-자크”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 (Domaine Harmand-Geoffroy, “Laveaux St-Jacques” Gevrey-Chambertin Premier Cru) 2016

▲ 도멘 아르망 죠프로이, "라보 생 자크"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Domaine Harmand-Geoggroy) 2016<사진=도윤 기자>

“라보 쌩-자크(Laveaux St-Jacques)” 밭은 석회암(Limestone)과 점토(Clay)가 골고루 섞인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멘 아르망의 이 와인은 여성스럽고 우아한 아로마와 풍미, 복합미, 산미, 여운까지 훌륭한 와인이다. 검붉은 과실향에 좀 더 게이미한 느낌을 지녔으며, 미레랄리티다 굉장히 좋다.

5. 도멘 앙리 마니엥, “레 샴푸”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 (Domaine Henri Magnien, “Les Champeaux” Gevrey-Chambertin) 2016

▲ 도멘 앙리 마니엥, “레 샴푸” 쥬브레 샹베르떙 프리미에 크뤼 (Domaine Henri Magnien, “Les Champeaux” Gevrey-Chambertin) 2016<사진=도윤 기자>

“레 샴푸(Les Chapeaux)” 밭은 프리미에 크뤼 밭 가운데 좀 더 북쪽에 위치하며 석회암(Limestone)과 이회토(Marl) 토양이 주를 이룬다. 탄탄한 구조감을 가진 장기 숙성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앙리 마니엥의 와인은 제비꽃, 검붉은 과실향,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탄닌, 밸런스까지 갖춘 집중도가 좋은 와인이다. 밀도감이 상당히 좋아서 쫄깃쫄깃한 이미지도 있다.

6. 도멘 앙리 마니엥, “레 까제띠에르” 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 (Domaine Henri Magnien, “Les Cazetiers” Gevrey Chambertin) 2016

▲ 도멘멘 앙리 마니엥, “레 까제띠에르” 쥬브레 샹베르떙 프리미에 크뤼 (Domaine Henri Magnien, “Les Cazetiers” Gevrey Chambertin) <사진=도윤 기자>

테이스팅한 와인 중에 가장 시간이 많이 필요한 와인이었다. 점토(Clay)와 이회토(Marl)의 영향으로 파워풀하면서도 굳건한 남성적인 스타일의 와인. 장기 숙성했을 때 가장 다채로운 표현을 할 것 같은 “레 까제띠에르(Les Cazetiers)” 프리미에 크뤼 와인이다.

▲ 재치 넘치는 여권, Passport to Bourgogne Wines <사진=도윤 기자>

도윤 기자의 쥬브레 샹베르땡 와인 테이스팅 후기
BIVB 랑데부 화상 세미나는 2015, 2016년 꼬뮈날, 프리미에 크뤼 등급의 6가지 와인을 통해 쥬브레 샹베르땡의 세부 지역 와인을 소개했다. 개인적으로는 강함 속에 우아함을 겸비한 “라보 생 자크’와 ‘”레 샴푸” 의 와인이 인상적이었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며 샹베르땡의 와인들도 점점 잘익은 캐릭터의 와인들이 눈에 띄고 있는데, 그럼에도 쥬브레 샹베르땡 와인이 매력적인 것은 강건하면서도 우아하고 섬세한 느낌의 와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Gevrey Chambertin 9 Grand Cru(쥬브레 샹베르땡 그랑 크뤼)

“Mazis-Chambertin”  “Ruchottes-Chambertin”
“Chambertin Clos de Bèze”   “Chambertin”
“Latricieres-Chambertin”  “Chapelle-Chambertin”
“Griotte-Chambertin”   “Charmes-Chambertin”
“Mazoyères-Chambertin” 

*Gevrery Chambertin 26 Premier Cru(쥬브레 샹베르땡 프리미에 크뤼)

“Au Closeau”   “Aux Combottes”
“Bel Air”   “Champeaux”
“Champonnet“   “Cherbaudes”
“Clos des Varoilles”   “Clos du Chapitre”
“Clos Prieur”  “Clos Saint-Jacques”
“Combe au Moine”   “Craipillot”
“En Ergo”  “Estournelles-Saint-Jacques”
“Fonteny“  “Issarts”
“La Bossière”  “La Perrière”
“La Romanée”   “Lavaut Saint-Jacques”
“Les Cazetiers”   “Les Corbeaux”
“Les Goulots”   “Petite Chapelle”
“Petits Cazetiers”  “Poissenot”

도윤 기자는 와인과 술에 관한 문화를 탐구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 '와인톡톡의 Life&Style'과 인스타그램 @winetoktok을 운영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도윤기자 winetoktok@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