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령자의 밥, 케어푸드 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에 아예 케어푸드를 위해 진화한 밥솥이 일본에서 출시되어 재밌게 보고 왔다.

고령자들에게는 3대 섭식 장애가 있는데 그것은 저작 장애, 삼킴 장애, 소화 장애다.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수준은 아직 단지 물만 더 넣어 밥을 짓거나, 미음을 만들어 제공하는 수준이다.

물을 더 넣으면 부드러운 밥이나 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물만 더 부어서는 부드러운 밥을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물을 더 넣으면 넣을수록 점성과 부착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러면 연하장애자들에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고객은 죽이나 미음보다는 밥을 더 선호한다. 그건 사람은 음식물을 씹어 먹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취반 방법보다 2배 이상 물을 넣게 되면 부드러운 밥이라기보다는 질척거리는 밥이 되어버린다.

그러던 중 일본의 메이저 밥솥 업체에서 대학의 환경 인간학부와 손잡고 무려 9년 동안 연구해서 고령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씹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부드럽고 질척거리지 않는 밥을 지을 수 있는 밥솥을 개발해냈다.

▲ 부드러운 밥 분석 자료 <사진=박성환>

보통 우리는 밥을 지을 때 쌀의 중량 대비 물의 비율에 대해서 1.3~1.5배 정도 넣으라고 한다. 쌀의 품종, 수분 상태, 밥솥의 종류에 따라 미세하게 물의 양은 달라진다. 이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필자의 ‘숫자로 보는 밥 짓기’편을 보기 바란다.

하지만, 보통의 밥과 죽의 중간 정도인 ‘씹고 삼키기 쉬운 밥’을 지을 수 있는 이 밥솥은 물을 무려 2.7배나 넣고도 밥이 된다. 일반 밥솥에 이렇게나 물을 넣으면 밥알의 형상이 남아 있지 않다. 밥주걱으로 뒤집는 순간 거의 죽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일반 밥과 비교해서 먹어보니 정말 부드러우면서도 질척거리지 않은 밥이었다.

▲ 밥솥 구조 <사진=박성환>

밥솥의 구조를 보면 밥이 질척거리지 않도록 끓어 넘치게 되는 밥물을 일부 회수하는 플레이트가 있어, 끈적임을 줄어드는 밥 짓기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밥솥에서 지은 밥에 비해 씹고 삼키는데 필요한 힘이 적게 들어 훨씬 더 먹기 편한 밥을 지어준다.

매우 특이한 밥솥이지만, 아직은 이 제품이 엄청난 매출을 일으키는 히트 상품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공헌적인 측면으로 볼 때 필요한 제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직은 우리 주변에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조차 삼킬 수 없다는데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 분들을 위한 식품이나 관련 용품이 너무나 없는 것 같다.

저 멀리 굶어 죽어가는 어린 친구들이나 난민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우리 주변의 이런 분들에 대해 국가와 사회와 그리고 기업의 관심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돈이 안 되는 사업 분야이기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품의 개발을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사회 공헌적 상품이 좀 더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