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밀라노 1호점의 세일링 포인트는 무엇일까? <사진=스타벅스>

“과일의 맛이 과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각과의 만남에 있다”고 보르헤스는 말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과일의 맛은 먹는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식탁의 즐거움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지, 음식의 재료나 입에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눈으로, 귀로, 코로, 기억으로, 상상력으로, 그리고 몸의 장기로 음식을 먹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음식과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관계를 맺습니다. 이런 관계를 통해서 음식은 사람의 감정과 감각에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은 굶주린 식구들에게 먹일 빵 한 덩이를 훔쳤다는 이유로 19년간 투옥되었습니다. 그가 감옥에서 막 나와 모든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고 굶주린 채 거리를 헤매고 다니다 미리엘 주교의 집으로 보내지는데, 거기서 그가 대접받는 음식은 양고기 한 점, 무화과, 신선한 치즈, 호밀빵 한 덩어리에다 오래 숙성된 와인 한 병이었습니다. 장 발장의 절망적인 허기 뒤에 맞이하는 이 식사는 독자들에게 안도와 아름다움과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감동을 주는 식사는 아마도 흔치않을 것입니다.

허기는 인간존재를 허물어뜨립니다. 그러나 가장 동물적인 측면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이와 같은 영양 섭취의 영역에 예술이나 문화적 행위가 개입하는 것은 분명 하나의 사건입니다.

▲ 마들렌이 주목받게 된 이유 <사진=Pixabay>

마들렌은 가리비 모양의 작은 스펀지케이크입니다. 세계문학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인해 마들렌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3천 쪽짜리 방대한 소설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더라도 일곱 권 가운데 첫 권의 시작부분 마들렌의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맛에 이끌려 기억 속의 어린 시절을 찾아가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유명한 장면은 후각으로 인하여 강한 감정과 함께 과거의 일이 떠오르는 효과를 뜻하는 이른바 ‘향기가 기억을 이끌어낸다’는 프루스트 현상을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냄새는 강렬한 어떤 힘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을 기억으로 연결시켜줍니다.

우연히 감지한 음식냄새를 통해 그때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를 감정으로 환기시켜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프루스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음식이 이야기와 관련되었을 때 새로운 감각으로 맛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후각, 시각, 촉각, 미각 등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음식을 수용하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생각을 먹는 존재이기 때문에 음식이 상상력으로 채색되면 맛의 영역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러니 과일이나 커피를 비롯한 모든 음식과 음료의 맛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지 단순히 재료 그 자체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궁극의 맛을 찾아 미지의 세계를 떠돌다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사람들의 미각은 과거와 다른 것을 원합니다. 오늘날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차원을 떠나 만지고, 냄새 맡고, 눈으로 즐기고, 맛보고, 상상하는 감각으로 과거와 미래를 통해서 이해됩니다.

마이클 폴란이 지적하듯 “지금은 미각이 싫증난 시대이며, 새로운 맛과 새로운 감각에 영원히 굶주린 시대이자 모든 종류의 직접 경험에 목말라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점을 예리하게 포착한 스타벅스 밀라노 1호점은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경험에 굶주린 현대인의 시각에서 디자인되었습니다.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시장에서 커피를 볶아 소매하는 업체로 출발했습니다. 종업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하워드 슐츠가 이 회사를 인수하고 난 뒤부터 커피숍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전 세계 78개국에 2만 5000여 개의 매장을 갖춘 글로벌 커피프랜차이즈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커피에 관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입맛과 자부심으로 무장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9월에 오픈한 밀라노 1호점은 여러모로 우려와 기대 속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에 뒤늦게 진출한 스타벅스는 고전적인 이탈리아식 건물에 화려한 인테리어와 설비을 갖춘 700평 규모의 최고급 ‘리저브 로스터리’로 엄청 공을 들였습니다. 전문 바리스타들이 최상의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고객들이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대화가 용이하게 매장을 디자인했습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대형 로스터 기기를 매장 중앙으로 끌어들여 커피 생두가 로스팅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되도록 특화했습니다. 여기에다 이탈리아 정통 화덕피자와 각종 빵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매장에서 경험할 수 있게 오픈함으로써 고객에게 제공되는 주요제품의 전 과정이 체험되는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 고전적인 이탈리아식 건물에 화려한 인테리어와 설비을 갖춘 700평 규모의 '밀라노 리저브 로스터리' <사진=스타벅스>

“이탈리아인들과 그들의 커피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을 매장 디자인에 담았다”는 하워드 슐츠의 말은 밀라노 점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함께 최상의 커피와 서비스를 새로운 감각으로 제공하려는 그의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뒤로하고 밀라노 1호점은 6개월이 지난 지금 손님들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긴 줄 때문에 입장이 힘들 정도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우리는 이제 커피를 마시면서도 사실을 마시지 않습니다. 대신 기억을, 사랑을, 젊음을, 분노를, 욕망을, 그리고 브랜드와 라이프 스타일을 마시고 소비합니다. 

마숙현 대표는 헤이리 예술마을 건설의 싱크탱크 핵심 멤버로 참여했으며, 지금도 헤이리 마을을 지키면서 `식물감각`을 운영하고 있다. 와인, 커피, 그림, 식물, 오래 달리기는 그의 인문학이 되어 세계와 소통하기를 꿈꾼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마숙현 meehan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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