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 가면
슈타이어마르크(Steiermark)에 가서
쉴허(Schilcher:오스트리아 슈티어마르크주산 와인)를 꼭 마셔봐야 합니다.

잉게보그 바흐만(Ingeborg Bachmann)
47세에 세상을 떠난, 가장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작가입니다.

▲ 잉게보그 바흐만(Ingeborg Bachmann) <사진=Zacke82>

그녀의 작품 '유희는 끝났다(Das spiel aus)' 중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문열의 동명소설 제목의 모티브가 된 작품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하늘은 나는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카마이라'라는 괴물을 물리친 용사 벨레로폰에 의해서 생긴 말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죠.

이 영화의 무대는 그라츠(Graz) 입니다.
그라츠 는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Steiermark) 의 주도 입니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꼭 가봐야할 곳이 슈타이어마르크 입니다.

▲ 슈타이어마르크의 주도 그라츠

슈타이어마르크의 서부는 쉴허(Schilcher)라 불리는 로제 와인, 남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남동부는 향기로운 트라미너(Traminer) 품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숨겨진 보석같은 곳 입니다.

세상에서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와인인 쉴허는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 품종으로 만든 로제 와인입니다.
소믈리에 시험에 자주 나왔던 품종입니다.

▲ '쉴허(Schillcher)' -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 품종으로 만든 로제 와인 <사진=weingut.reiterer 공식 SNS>

쉴허는 꼭 붉은색 버젼의 소비뇽 블랑 같습니다.

짙고 깨끗한 핑크 색에 베리류 와 허브 향이 느껴지며, 정신이 번쩍들 정도로 강한 산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간 떫으며 산도가 좋아 식전주로, 생선요리,기름진 맛에 최상의 궁합입니다.

슈타이어마르크 와인생산자 중 만프레드 테멘트(Manfred Tement)’ 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제가 의과대학에 다니다가 와인에 빠지게 한 참 나쁜 사람입니다.

만프레드 테멘트의 성공 스토리에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성직자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 요제프 테멘트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 칼멜수도회를 위해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전쟁 포로로 프랑스에서 지낸 그는 석방 후 새로운 와인 양조기술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왔죠.

아들 만프레드 테멘트는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지역의 테루아 특색과 글로벌한 경쟁력을 두루 갖춘 테멘트 소비뇽 블랑 리저브(Tement Sauvignon Blanc Reserve Zieregg)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이 와인은,
한 사람의 의학도를 와인의 나락에 빠지게 했고,
전문가들은,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 올렸습니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슈타이어마르크에 가서
쉴허를 꼭 마셔봐야 합니다.

Ingeborg bachmann

누구든 떠날 때는
한여름에 모아둔 조개껍질이 가득담긴 모자를 바다에 던지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차린 식탁을 바다에다 뒤엎고
잔에 남은 포도주를 바닷속에 따르고
빵을 고기떼들에게 주어야 한다

피 한방울 뿌려서 바닷물에 섞고
나이프를 고이 물결에 띄우고
신발을 물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심장과 달과 십자가와, 그리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언제 오는가?

묻지는 마라
 

▲ 권기훈 교수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권기훈 a90049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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