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티노 쇼티(좌), 줄리아 쇼티(우) <사진= 김지선 기자>

로버트 파커가 '이탈리아 최고의 가성비'라고 평가한 와인. 휴 존슨이 '이탈리아 와인의 정수'라고 칭찬한 와인. 모두 이탈리아 파네세 그룹이 만드는 와인들이다. 세계 최고의 와인 전문가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 와이너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벌써 15번이나 한국을 방문한 발렌티노 쇼티 회장과 그의 딸이자 마케팅팀에서 활약 중인 줄리아 쇼티씨가 올해도 한국을 찾았다. 미소 가득한 두 부녀는 아부르쪼의 매력과 세계를 사로잡은 와인 에디찌오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Q. 아부르초는 아직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입니다. 이곳의 매력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아부르초에서 바닷가를 배경으로 스키를 탈 수 있다. <사진= 김지선 기자>

A. 발렌티노: 로마에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아부르초는 다이아몬드 같은 지역입니다.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 방문한 세계의 모든 관광객은 아부르초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우선 아부르초의 역사는 3세기에 시작되어 고성이 아주 많은 유서 깊은 곳이고,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에서 보호받는 국립 공원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푸른 지역이라고 불리는 지역이죠. 또 높은 산과 바다가 있어서 아침에는 스키를 타고 오후에는 해변에서 일광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일교차가 커서 낮에는 따뜻하고 저녁에는 시원합니다. 포도가 자라기에 최적이면서 관광지로도 아주 좋죠. 이게 바로 아부르쪼에 있는 자연의 다이아몬드입니다.

줄리아: 저는 첫 번째로 아부르초의 요리를 꼽고 싶습니다. 아부르초에는 아주 많은 와이너리가 있는 만큼 다양한 음식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아주 깨끗하고 푸른 바닷가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사람들이 아부르쪼를 자주 찾는데, 북부에서는 찾기 힘든 푸른 하늘, 바다를 보고는 많이들 놀랍니다. 와인과 음식, 시원한 바다와 눈에 덮인 산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이곳에 꼭 한번 방문하시면 좋겠어요.

Q. 출장중에 겪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면?

A. 발렌티노: 아주 많습니다. 와인 업계에서 오래 일한 만큼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2006년 레알 마드리드팀 감독과 관련한 일화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탈리아인이었던 그는 많은 경기에서 우승한 실력있는 감독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수입사가 저를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 초대하여 경기장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감독이 우리 와인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입사를 통해 그에게 에디찌오네 6병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는 제게 연락하여 '만일 올해 챔피언십에서 우리 팀이 이긴다면 에디찌오네를 축배로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해 레알 마드리드 팀은 기적처럼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우리 와인은 세계 최고 축구팀의 축배가 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Q. 로버트 파커, 휴 존슨과도 관련이 있는 파네세의 대표 와인 '에디찌오네'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판티니 에디찌오네. 몬테풀치아노, 프리미티보, 산지오베제, 네그로아마로, 말바지아네라로 만든 판티니의 프리미엄 와인이다. <사진= 김지선 기자>

A. 발렌티노: 어느 날 로버트 파크가 아부르쪼를 찾았습니다. 피곤했던 그는 병 대신 와인 한 잔을 주문했고, 소믈리에가 서빙한 와인은 우리의 엔트리급 몬테풀치아노였습니다.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놀라움을 표현하며 와인병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와인 이름을 확인한 후, 그는 이 와인을 '최고의 가성비 와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평가는 전세계의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로버트 파커의 찬사를 받은 우리 와이너리가 궁금해서 이후 휴 존슨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가 이탈리아의 최고 와인을 사고 싶다고 하자 우리는 고민 후 사시카이아, 솔라이아 등 최고의 슈퍼투스칸 와인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국제 품종 와인들에 실망하며, 이탈리아 와인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토착 품종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천 년 이상 이곳에서 자란 포도들은 메를로나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고 덧붙이면서요. 당시 우리 와이너리에서 일하던 피에몬테와 보르도에서 온 두 명의 젊은 와인 메이커들은 휴 존슨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4년 후, 이들은 포도밭, 품종, 양조 방법 등 다양한 실험을 거친 끝에 2001년 여름, 제게 1999년산 와인을 내밀었습니다. 우리는 '샘플 1번'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에디찌오네 1번'을 흰 스티커에 적어 휴 존슨에게 보냈습니다. 얼마 후 그로부터 "축하합니다. 제가 기대하던 와인입니다. 이게 바로 남부 이탈리아 와인이죠!"라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한 번 더 와인의 품질을 확인하고자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와인 품평회에 와인 서너 병을 보냈습니다. 다시 하얀 스티커에 샘플 1번이라고 적어서요. 곧이어 호주에서 연락이 왔고, 에디찌오네 1번 와인이 우승해서 갖고 있는 모든 와인을 사겠다고 말했습니다. 시험용으로 만든 와인이라 가격도 정해지지 않고 빈티지도 2개 뿐이던 때에요. 이렇게 이름이 정해져버린 에디찌오네는 비날리, 프랑스 와인메이커 품평회 등 50회에 가깝게 세계의 여러 와인 품평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와인을 제 영혼의 와인이라고 부릅니다.

▲ 판티니 카랄렌타 <사진= 파네세>

생일에는 어떤 와인을 마시고 싶냐는 질문에 발렌티노씨는 어김없이 '에디찌오네'를, 줄리아씨는 요즘 대세인 '로제 와인'이라고 대답했다. 파네세는 작년에 네렐로 마스칼레제로 만든 '카랄렌타(Calalenta)'를 출시했는데, 로제 와인 중에서도 연한 분홍색을 띠어서 줄리아씨처럼 젊은 세대를 겨냥한 와인으로 보인다. 아버지의 경험과 딸의 감각. 이 둘이 만나 파네세가 만들어갈 새로운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가득할거라는 확신이 든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 기자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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