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커리어우먼, 새로운 꿈을 꾸다

▲ 디저트 창업기 '한입의 축복'

지난해 10월 퇴사를 하였다. 원년 멤버로 7년간 함께 성장해온 회사를 뒤로하고 더 행복해지고 싶고, 더 풍요로워지고 싶고, 더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1년이 넘는 고민 끝에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주변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정말 쉽지 않다“라며 만류하셨다. 그때는 그 조언이 생각하는 것과 실상은 다르다는 걸 모른 채 전혀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조금 더 어릴 때, 하루라도 젊을 때 질러야 한다는 판단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내 창업이 처음부터 베이킹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아주 어릴 적의 꿈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래의 꿈 중에 ‘빵 가게 사장’은 있었다. 18살 때 고등학교 여름방학 제과제빵 학원도 기웃거렸다. 그러나 수료 기간이 그 당시에는 4개월이어서 2개월 속성과정인 양식조리학원으로 갔다. 그 이후 직장에 취직 후 꾸준히 여느 직장인들처럼 40대가 되면 카페나 공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여유로워 보이는 카페 사장을 가장 부러워했었으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베이킹으로 창업의 목표를 둔 것은 아니었다. 2015년 12월 결혼을 하였고, 남편은 옷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 남편의 휴무는 평일이었고, 난 주말이 휴무였다. 연애 때는 남편이 내 휴무에 맞춰서 크게 느끼지 못했었는데, 결혼 후 매장을 옮기면서 남편의 주말 출근에 나의 주말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적성을 찾기까지의 방황

▲ 여성개발센터에서 수업을 들었던 '캘리그라피'

친구들은 육아로 바쁘거나 해외로 유학을 하러 갔고, 맘이 맞던 동생들은 지방으로 시집을 갔다. 자연스레 난 옆 동네인 친정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고, 친정언니의 권유로 여성개발센터의 교육을 알게 되었고, 여석이 있던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2016년 4월 나의 주말 배움은 시작되었다. 

그때는 무료한 주말을 조금이나마 쓸모 있게 보내고자, 다른 적성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시간도 때울 겸 시작했다. 현재 그 업계에서 너무나 훌륭하신 선생님께 죄송할 정도로 창업과 배움에 불타는 열정이 아닌 시간 때우기가 젤 큰 이유였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1월까지 6개월 공백 후 2월 플로리스트 초급 과정을 등록한 것을 보면 그렇다. 꽃은 만지는 순간엔 힐링이 되었으나, 토요일 부천에서 강남까지 4시간 수업은 출근처럼 느껴졌다. 적성을 찾은 거라면 수업을 향하러 가는 길이 절대 출근길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해 4월 난 부서 이동 후 지방출장이 잦아지면서 5월까지의 플로리스트를 끝으로 또다시 주말엔 집에서 쉬게 되었다. 또 6개월의 공백 후 12월 무료함은 또 시작되었고 2018년 그때서야 본격적인 베이킹의 길에 들어선다.

이번엔 퇴근 이후 주중 수업,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주3일 제과수업이었다. 하지만 학원은 4인 1조의 실습 형태로 기회가 많이 없었고 조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서 동생들에게 양보하였고 설거지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수업이 끝난 후 맛있는 결과물 가져간다는 건 즐거웠다.

마카롱의 ‘매력’을 알다

▲ 마카롱을 처음 접하게 해준 연남동의 '발카롱'

2월 어느 월요일, 회사 내 책상에 보랭 아이스팩 포장이 올려져 있었다. 퇴사 한 부하 직원의 선물이었다. 그 직원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재직 중인 남자친구를 통해 전달 되어 졌던 것, 그 선물은 마카롱이었다. 친구가 개업했다고 하여 홍보 겸 선물을 한 것이었다. 그 친구의 가게가 지금의 연남동의 ‘발카롱’이다.

나보다 어린 사람의 창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내 주변엔 창업을 한 사람이 없어서 그 가게에 방문을 하고 싶어졌다. 난 그때는 마카롱보다 식빵 창업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그래도 비슷한 업종이니깐 작은 정보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픈하는 토요일 방문하였고, 영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대기줄 손님이 빠진 후 조심스럽게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발카롱 사장님은 정말 친절하게 현실적으로 답해주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오전엔 식빵을 판매하고 마카롱도 함께 판매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살짝 해주었다. 그게 마카롱을 접하게 된 첫 시작이었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생각한 시기

▲ 마카롱 수업을 통해 느끼게 된 '마카롱의 매력'

그 이후 제빵도 같은 학원에 등록하였고, 식빵도 열심히 배웠다. 그러나 제빵을 배우면 배울수록 식빵전문점은 발효부터 체력적으로 여자가 하기에는 힘들 거라는 생각에 마카롱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주말에 마카롱을 배우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곳, 대량생산 수업이 아닌 1:1 클래스로 찾아보았고 송도의 클래스에서 4주 과정으로 배우게 되었다. 여느 마카롱 클래스의 프로그램과 비슷했다. 하루 4시간 가량 3가지 필링으로 구성된, 그리고 조색을 하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다. 예쁜 색으로 오밀조밀 장난감 같은 제품이 나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집에 오자마자 당장 오븐을 구매했다. 연습하기 위해서였다. 170만원이나 되는 오븐계의 람보르기니를 사며 떨리기도 했다. 그리고 구매하며 무조건 난 창업을 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심장의 요동을 느끼며 결재했다. 결혼 전에는 지름신이 강림해도 누구의 눈치도 보이지 않았는데.

난 매일 1판씩 연습했다

▲ 20대 이후 새로운 열정을 '마카롱'을 통해 찾다

퇴근 후 9시부터 11시 반까지 1일 1판은 연습했고, 주말 계획에도 마카롱 연습 시간은 빠지지 않았다. 습도를 머금은 마카롱도 만들어가 가며 3계절을 연습해 보았다. 우리 부부가 일 년에 한번은 해외로 여행을 가는데, 작년은 그것도 포기했으니깐 내가 좀 열심히 했던 거 같다. 매일 매일 연습하니 실력은 향상 되었고, 지인들에게 재료비만 받고 어린이집 답례품도 만들어 주었다. 퇴사 후엔 동네 벼륙시장도 참여해보고, 20대 이후 가장 의욕적이고 열정적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그 열정도 소비가 다 된 건지 작업실 부지를 알아보면서 방전이 되기 시작했다. 블로그도 한번 해본 적 없는 내가 나의 베이킹 입문 여정을 되짚어가는 과거여행이 추억팔이도 되었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서 보인다는 것이 부끄럽고 설레고 만감의 교체로 긴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른아홉의 결혼 4년 차 여성이다. 15년 간 건설회사의 직장인 생활을 청산하고, 현재 부천 중동에 아담한 ‘마카롱&구움 과자 작업실’을 3개월 째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정축복 choukbo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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