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산시 지산동 논산천

뜨거운 여름날 오후 논산천을 거닐다가 큰 나무 밑에서 한 의자를 만났습니다.

쓸모 없어진 아니면 낡고 부서져서 어느 집 거실에서 쫓겨나온 의자가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긴 걸음 후에 지친 다리에게 휴식을 뜨거운 햇살을 피하려는 아낙에게 숨 돌릴 자리를, 누군가에게는 망중한을 즐길 여유를 주고 있었습니다.

모양이 상하고 그 쓰임이 다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는 낡은 의자를 보며 우리네 삶의 이것저것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가 보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버려진 의자를 나무 밑에 옮겨 준 또 다른 이를 떠올려 봅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필요하겠죠.
사랑이든 일이든 즐거움이든...

뜨거운 어느 오후 큰 나무 밑에서 자알 쉬었습니다.

시원함이 필요한 이에게 그 누군가가 되어보심은?
 

▲ 유별남 작가

사진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가장 원하는 세상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진에 담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거대함, 사막의 뜨거움, 거친 계곡들 속에서도 인간의 가장 순수한 순간을 담아내는 작업은 거침없이 오지를 누비는 모습과는 다르게 무척 정적이고 시적이며 세계 속에서 체득한 사진을 전시회와 출판을 통해 세상에 풀어놓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유별남 yoobeyln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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