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젓은 독특한 젓갈이다. 다른 젓갈들과 달리 여러 가지 음식에 다양하게 쓰인다. 다른 젓갈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 종류는 굉장히 많은데 비해 용도는 대부분 밥반찬으로 제한된다. 물론 참기름 한 방울 똑 떨어트린 젓갈은 완전히 밥도둑인지라 다른 용도가 딱히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명란젓은 특별하다. 볶음밥, 찌개, 계란말이 등 한식 밥상의 재료가 될 뿐 아니라 파스타, 덮밥, 감자침 등 온갖 다양한 국적과 종류의 음식에 쓰인다.

같은 알젓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다양하게 쓰이는 젓갈은 없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이번 한식탐험에서 이러한 명란젓에 대해 알아본다.

명란젓은 명란(明卵), 말 그대로 명태의 알을 젓갈로 만든 것이다. 소금으로 염장하고 상온에 두어 숙성한 음식이다. 염장할 때 고춧가루 등 양념에 함께 절여 맛을 내기도 한다. 오징어 젓갈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젓갈 중 하나다.

명란젓이 이렇게 대표적인 젓갈이 된 이유는 (물론 맛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료가 흔하기 때문이다. 명태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 중 하나다. 명태를 말려 북어로 만들 때 알만 따로 떼어낸 것을 명란젓으로 가공해 왔다. 과거에는 동해에서 잡은 명태로 명란젓을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러시아 쪽 바다에서 잡아온 명태로 만든다.

명란젓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부터 남아있으나, 고대부터 젓갈을 먹었다는 사실이나, 우리나라에서 명태의 존재감을 미루어 봤을 때 실제 역사는 훨씬 오래되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젓갈과 마찬가지로 밥반찬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이런 명란에 변화가 생긴 것은 해방 이후부터다. 일제시대 우리나라 명란젓에 반한 한 일본인이 1949년 일본에서도 명란젓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는 명란이 비교적 새로운 식재료였던 만큼 여러 가지 새로운 요리에 사용되었다. 위에 언급했던 명란 파스타, 덮밥, 감자칩 등도 일본에서 시작된 레시피다. 일본과의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러한 새로운 명란 활용법이 우리나라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밥반찬으로 먹었던 명란을 일본식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나아가 자체적으로도 다양하게 응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요즘엔 한식집, 양식집, 편의점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소에서 명란을 활용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

▲ 명란을 넣은 멘타이코 앙가케 타마고 토지 우동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돌아온 것에 대한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명란은 금의환향을 통해 일종의 브랜드 리뉴얼 과정도 거쳤다. 오래된 브랜드는 브랜드 리뉴얼이 필요하다. 브랜드는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 브랜드의 고객층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브랜드 자체도 노후화돼서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구매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그 브랜드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구매하는 브랜드인 것이다. 이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이 필요하지만, 많이 사랑받은 제품일수록 기존의 고객층과 원래의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해 변화가 어렵다.

식품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사랑받고 살아남아 전통 식품으로 불리게 된 식품일수록 전통의 이미지가 강하다. 새로운 식품업계 트렌드에 맞추어 변화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명란젓은 그 과정을 모두 거쳐 밥반찬으로도, 퓨전 식재료로도 사랑받는 식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현상들과 반대로 명란젓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주로 논의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명란 본연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금이 주로 쓰였던 우리 전통 명란젓과 달리 일본에서는 명란젓을 만들 때 소금의 사용을 크게 줄이고 가쓰오부시, 청주 등 감칠맛을 내는 재료를 많이 썼다. 이러한 일본의 명란 제조법이 넘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명란 본연의 맛보다는 부수적인 감칠맛이 너무 강해졌다는 의견이다.

두 번째는 안정성에 대한 우려다. 보통의 명란젓에는 선명한 붉은색을 내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물이 들어간다. (고춧가루만 넣어서는 그렇게 선명한 색이 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아질산나트륨이다. 아질산나트륨은 육가공품에도 많이 들어가는데,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육가공품이 위험한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제기되고 공론화되는 것 자체가 명란젓이 주목받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가능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관심받지 못하는 제품은 이러한 문제 제기 조차 이루어지기 어렵고, 문제를 인지하고 있더라도 고쳐나가기 힘들다. 하지만 명란은 최근의 인기에 힘입어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조미료와 첨가물 사용을 줄인 명란젓들이 하나 둘 유통되고 있다. 

생선의 알은 감칠맛이 좋아 예로부터 세계 각지에서 미식 재료로 인기가 좋았다. 젓갈 이외에도 생으로 먹기도 하고 염장해 말려 먹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루었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말린 어란 보타르가는 오일 파스타에 보타르가를 갈아 넣어 맛을 낸 보타르가 파스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생선 알의 다양한 조리법이 유입되면서 명란의 활동범위는 더더욱 넓어질 것이다. 명란은 이렇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인터넷을 잠시만 검색해봐도, 서점에서 요리책을 잠깐만 뒤적거려봐도 누구나 그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 금의환향한 명란젓의 화려한 앞날이 기대된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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