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상의 모든 소믈리에를 만나다'를 의미하는 '세모소' 코너는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소믈리에를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제15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가 8월 2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한 조그만 체구의 소믈리에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서비스 시연을 선보였다. 부드러운 서비스로 심사위원들을 편안하게 해주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쉽게 3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내년 대회가 더욱 기대되었다. 이번 제15회 한국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한 SPC의 한희수 소믈리에를 만났다.

▲ 왼쪽부터 한희수 소믈리에, 작년 왕중왕전 우승자 안중민 소믈리에, 올해 우승자 송기범 소믈리에. 송기범 소믈리에도 SPC출신으로 3명 다 SPC에서 함께 근무한 적 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SPC 파리크라상 외식사업부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하고 있는 한희수입니다. 올해로 6년 차, 궁금한 것이 너무 많고 알고 싶은 것이 많은 배움에 목마른 소믈리에입니다.

Q.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술을 잘 하진 않지만, 술을 대체로 좋아합니다. 기분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생각나는 술의 종류가 다양한데, 와인의 경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와인의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한 게 좋아서 와인에 빠지게 됐습니다.

Q. 와인에 관심을 갖고, 소믈리에가 되신 계기가 있나요?

저는 와인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좀 특별할 수 있는데요. 20살이 되던 해 한국에서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훌쩍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불어 한마디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는데, 프랑스에 가서 불어를 배우면 재미있을 것 같아 우선 무작정 떠났습니다.

▲ 샴페인 서비스 종목에서 열심히 매그넘 샴페인을 따르고 있는 한희수 소믈리에 

불어를 배우며, 생활하다 보니 프랑스에는 어디에 가나 와인이 있었고, 그 다양한 와인들이 궁금했습니다. 일 년간의 불어 어학연수를 끝내고 보르도로 넘어가서 CAFA Formations라는 와인 전문학교에 들어가 와인을 공부했습니다. 일 년간의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SPC에 입사하게 되었고요. 아직도 좋은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배우고 있는 과정입니다.

Q. 한국 와인 시장이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몇 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한국 와인 시장은 꾸준히 조금씩 성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문화가 사실 식사 시 술을 겸하는 ‘반주’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일상생활로 스며들어 음식과의 궁합까지 생각하며 술을 곁들이는 문화는 없는 것 같아요.

와인이 조금 더 저렴한 가격대에서 많이 판매되고 소비된다면 ‘와인’이라는 술이 고급스러운 이미지 말고도 조금 더 편안한 이미지를 얻게 되고 자연스레 일상생활로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결선에서 서비스 시연중인 한희수 소믈리에

Q. 소믈리에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이나 주니어 소믈리에들에게 조언 말씀 부탁드립니다.

와인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정말 뼛속까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직업인 것 같습니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쌓기 위해 꾸준한 공부와 경험 그리고 도전이 필요한 직업이지만, 그만큼 많은 열정을 쏟게 하고 동기 부여를 주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이 함께 한다면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점차 알려지고 더욱더 전문성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멋진 직업이 될 수 있도록 같이 많이 힘써주셨으면 합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이 너무 많지만, 샤또 베이슈벨(Chateau Beychevelle)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샤또 베이슈벨은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역 그랑 크뤼 4등급 와인으로 Saint-Julien AOP에 위치합니다. 제가 보르도에서 와인을 공부했던 지라 보르도 와인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이 와인은 제게 조금 특별한 와인입니다.

지난 2018년 11월 홍콩에서 샤또 앤 도멘 카스텔 아시아 오세아니아 영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했었고 이 대회의 주최사인 카스텔 그룹은 프랑스에서 많은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는 그룹입니다. 그중에 샤또 베이슈벨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열린 카스텔 아시아 오세아니아 영 소믈리에 대회 결승전에서 샤또 베이슈벨을 블라인드로 버티칼 테이스팅하고 빈티지를 맞추는 문제가 나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결승전을 치르는 압박감 속에 와인을 제대로 테이스팅하기보단 분석하기에 바빴지만 제게는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우승한 포상으로 지난 4월 카스텔 그룹과 함께 샤또 베이슈벨을 다녀왔습니다. 포도밭을 거닐고 양조 시설을 둘러보며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경험하니 더 의미 있는 와인이 된 것 같습니다. 제게는 너무 값진 대회였고 값진 경험이었던지라, 이 와인이 뜻깊은 의미를 가진 그런 와인이 된 것 같습니다.

▲ 디캔팅 서비스 시연중인 한희수 소믈리에

Q. 소믈리에로서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멋진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겉보기에만 멋진 소믈리에가 아니라 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기고,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멋진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또,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매달, 매해 발전하는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소믈리에를 하며 좋았던 점 중의 하나가, 세상은 넓고, 생산되는 와인은 너무나도 많아 매번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쫓아가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계속 노력해야만 하는 직업인 거죠.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Q. 한희수 소믈리에에게 와인이란?

와인이란, 사랑이다.

사실 전 와인을 공부하고 이 일을 하면서 개인 삶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가족과 친구, 애인 만나는 시간을 줄여가며 일하고 공부했어요. 서비스하는 게 너무 즐거웠고, 소믈리에 대회를 준비하며 공부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 같아요. 와인을 마시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그래서 제게 와인은 그냥 함께하면 행복하고, 늘 궁금하고 그런 ‘사랑’ 같아요.

▲ 잔 서비스를 하기 전 잔을 체크하고 있는 한희수 소믈리에

Q.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저는 제1외국어가 불어, 제2외국어가 영어입니다. 지금까지 소펙사 한국 소믈리에 대회나 A.S.I. Diploma, 카스텔 아시아 오세아니아 영 소믈리에 대회 모두 불어로 치렀는데요.

지난 2019년 7월 남아공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당시 처음으로 영어로 출전하면서 이번 대회도 영어로 도전을 해봤습니다. 운이 좋게도 영어로 결승 무대까지 밟아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물론 어려웠지만, 굉장히 뿌듯한 결과였습니다.

Q. 대회 준비 혹은 대회를 치르는 동안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결승전에서 스피리츠 10종 테이스팅이 기억에 남아요. 초반에는 괜찮다가 나중에 가니 맛이 모두 섞여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혀에 마비가 온 것처럼 얼얼해서 마지막에는 사실 확신 없이 콜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스피리츠 10종 테이스팅은 어렵지만, 세계 대회는 이 정도 난이도로 나온다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근무하고 계신 업장을 소개해주세요.

▲ 한희수 소믈리에가 근무하고 있는 퀸즈파크 청담점

저는 파리크라상 외식사업부의 소믈리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파리크라상 외식사업부는 ‘퀸즈파크’, ‘라그릴리아’와 ‘베라피자’라는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고요. 저는 와인을 판매하는 21개의 레스토랑을 관리하며, 와인 리스트와 와인 프로모션 기획, 와인 관련 교육을 비롯하여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외식사업부의 와인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와인 갈라 디너, 와인 시음회 그리고 와인 클래스까지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기획 및 주최하고 더 다양한 활동 영역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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