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JAPAN 운동에 동참하고자 올해 하반기 모든 일본 출장을 취소했지만,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의 다양성, 장인정신 등 배울 점은 배우고 노력해야 그들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무조건 보지 않고 귀를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쌀 소비량의 격감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껴안고 고민거리 중 하나다.

쌀과 밥 시장의 성장을 위해 일본이 어떻게 하는지 벤치마킹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보통 외식 전문 기업이 아니어도, 식품 관련 회사가 외식 사업을 하기가 용이하기에 식품 관련 기업 중에서 레스토랑 하나 정도는 운영하는 회사가 많다.

그럼, 밥이 나오는 식당(밥집)의 경우 쌀이나 밥에 관한 전문기업이 레스토랑 하나 정도 운영해 볼 법도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3년 전 필자가 이야기 했던 [타니타 식당]은 식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전자저울 회사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체중과 다이어트라는 키워드가 있지만, 전혀 식품과 관련 없는 이 타니타 식당은 요리책, 식당에 이어 영화까지 찍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을 일으킨 식당이다. 좋아하는 밥을 맛있게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 조절이라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식탁 위에 전자저울과 타이머가 있는 것은 좀 위압감이 든다. 저울로 자기가 먹는 밥의 중량을 측정하고, 그리고 타이머는 20분에 맞춰 너무 빨리 먹지 말라는 것이다. 솔직히 식사 시간이 이로 인해 편하지가 않다. 밥의 식감도 일반적이진 않다. 꼭꼭 씹어먹게 하기 위해 좀 단단하다. 이런 점은 우리의 정서와 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본다. 이런 아이디어가 밥집에 필요하다.

우리가 일본보다 더 나은 것도 있다. 이천쌀밥집 같은 경우 손님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작은 돌솥에 바로 뜨끈뜨끈하게 밥을 지어 낸다. 밥, 누룽지, 숭늉으로 3단 콤보를 즐길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밥집들이 한참 전에 밥을 지어 똑같은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넣어 가져오는 것이 너무나 싫다. 한국의 스테인리스 밥그릇은 다 갖다 버리기 전엔 우리의 밥맛은 좋아질 수가 없을 것이다.

▲ 이천의 한 정식 식당. 핸드폰 카메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한 상 가득이다. <사진=박성환>

그럼, 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회사는 어디일까? 여러 회사가 있겠지만 밥솥을 만드는 회사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30년 전만 해도 가정에 코끼리표 밥솥이 하나씩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의 유명한 밥솥 회사인 ‘ZOJIRUSHI’다. 그런데 이 밥솥 회사는 매년 햅쌀이 나오는 가을마다 도쿄, 삿포로, 나고야, 하카타에 있는 유명 식당과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기간 한정 안테나 샾을 운영한다. 거기에서는 자사의 최고급 가정용 밥솥으로 3종류의 밥을 지어 비교해서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밥 추가는 무제한 공짜로 제공해 준다.

쉽게 설명하면 맥주 전문점에 가면 다양한 맥주를 한 번에 조금씩 맛볼 수 있는 '테스터 메뉴'가 있는데 그런 식인 것이다. 어디서 한 번에 다양한 밥을 맛볼 수 있을까? 그러면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밥이 어떤 것인지 알기가 쉽다. 다양한 종류의 밥을 하지도 않겠지만, 그런 걸 먹어볼 수 있는 식당 조자 없는 것이 아쉽다.

어느 중식당을 가도 짜장과 짬뽕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짬짜면’ 세트 메뉴가 있는데, 밥만 왜 없을까?

▲ 조지루시 식당 <사진=Zojirushi.co.jp>

과거 유학 시절 추가 반찬에 돈을 내는 일본의 문화에 ‘치사하다’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스테인리스 공깃밥 추가에 1,000원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 아쉽다. 제대로 지은 밥을 주고, 제대로 돈을 받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필자는 작년 나고야에 있는 컬래버레이션 식당에 다녀왔었는데, 코끼리표 밥솥보다 더 좋은 밥솥을 만드는 회사가 여럿 있는 한국에 이런 이벤트가 없는 것이 아쉽다.

굳이 비슷한 경우를 찾자면 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은 고객이 주문하면 그때부터 압력솥에 밥을 지어 16분 후 제공한다. 고깃집인데 웬만한 밥집보다 밥에 정성을 더 들인다. 그리고 1,000원짜리 공깃밥은 팔지 않는다는 콘셉트도 좋았다. 우리네 식사 특성상 음식을 빨리 제공해야 하니 ‘쾌속’ 모드가 아니면 더 맛있겠지만 그래도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을 제공해 주니 너무나 행복하다.

▲ 압력밥솥에 밥을 지어 주는 고기집 <사진=박성환>

쌀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회사는 또 어떤 회사가 있을까?

우리가 먹는 쌀은 쌀겨를 벗긴 것으로 쌀에 있어 제일 중요한 ‘도정’이라는 공정을 거친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시설 좋은 RPC에 가면 다 ‘SATAKE의 도정기를 사용한다. SATAKE는 전 세계에서 도정기 시장 점유율 1위인 회사로 그들 역시 맛있는 쌀의 상태를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회사다.

유명한 레스토랑 기업과 손을 잡고 도쿄 내에 자신들의 GABA 쌀로 밥을 지어내는 안테나 삽을 운영하고 있다.

포아그라를 올린 주먹밥부터 쌀로 만든 젤라토까지 메뉴의 아이디어도 다채롭다.

긴자에 있는 ‘아코메야’는 매우 많은 사람이 벤치마킹을 했다. 거의 모든 백화점 쌀 매장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아코메야’는 점점 더 진화해 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쌀에 부가가치를 더해 팔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최근 다양하고 독특한 쌀과 함께 맛있는 밥도 파는 곳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점점 더 좋은 쌀집과 밥집이 생겨나길 기대하며 다음에는 그런 곳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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