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대리의 한식탐험 3] 역전 앞과 중국 당면의 공통점

승인2019.10.23 14:19:01

중국 당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 당면이 처음 알려진 건 훠궈 덕분이다. 훠궈가 인기를 끌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중국식 넓적 당면도 대중에 알려졌다. 그런데 어느새인가 중국 당면 그 자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찜닭, 떡볶이 등 한식 메뉴에 슬그머니 들어가는가 하면, 먹방에서도 단골 소재로 쓰였다. 요즘엔 나아가 분모자(소위 떡 당면이라 불리는 두툼한 당면), 실당면 등 다른 다양한 중국 당면들도 덩달아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중국 당면하면 이젠 모르는 사람이 드물고, 그 자체가 하나의 고유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중국 당면은 잘못된 단어다. 역전(前) 앞이라는 단어가 앞이라는 말을 두 번 쓴 겹말이듯 중국 당면도 마찬가지다. 중국 당면이란 단어가 이런 오류를 가지게 된 이유를 알려면 당면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 '중국 당면' 하면 주로 이 넓적 당면을 말한다.

당면은 단어 자체가 중국에서 온 면을 뜻한다. 당면의 당은 당나라 당(唐) 자를 쓰고 있다. 오랑캐를 뜻하는 호(胡)를 써서 호면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 청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청나라 식자재의 하나로 취급받던 당면이 대중화된 것은 일제시대부터다. 한반도에 당면 공장이 설립되면서 공급이 늘어났다. 이때부터 각종 한국 음식에 당면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렇게까지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가난하던 시절 음식의 양을 늘리기 좋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잡채, 만두, 순대 등 오늘날에는 당면이 쓰이는 게 당연한 음식들에도 일제시대 이전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늘날 잡채에는 당면이 주 재료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면이 일체 사용되지 않았다. 잡채라는 이름 자체가 여러 가지 채 썬 재료를 뜻하는 만큼, 채 썬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음식이었다. 만두에도 고기와 야채, 순대에도 피와 야채 등이 주 재료였지 당면은 들어가지 않았다. 

▲ 오늘날 우리나라 대부분의 만두에는 당면이 들어있다.

이젠 한국 음식에 있어 당면은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었다. 많이 사용되는 만큼 우리나라 당면도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다. 당면은 전분으로 만들어 투명하고 쫄깃함이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녹두 전분을 많이 사용해왔고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녹두 전분으로 만든 당면들이 유통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고구마 전분으로 면을 만든다. 여러 식품 브랜드에서 당면을 만들지만 종류는 많지 않다. 자른 당면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당면의 모양은 1mm가 조금 넘는 원통형 모양으로 대부분 같다. 최근에야 중국 넓적 당면의 인기에 따라 넓은 모양의 당면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 일반적인 우리나라 당면

반면 중국 당면은 모양이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 당면보다 훨씬 얇은 것도 있고 가래떡 같이 두꺼운 것도 있다. 이 중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은 넙적 당면이나 분모자 등 두꺼워서 씹는 맛이 있는 종류들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외 동남아, 일본 등지에서도 당면을 즐겨 먹는다. 나라마다 종류마다 당면에 사용하는 재료와 모양은 제각각이고, 사용하는 용도도 샐러드, 수프, 볶음 요리 등 다양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들 나라도 중국에서 당면을 들여왔지만 지금은 전통 요리에도 당면을 다양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식생활의 변화는 참 빠르다. 외국 식자재였던 당면은 대중화된 지 100년도 되지 않아 전통 한식 재료가 되었다. 당면이라는 이름 자체가 '중국식 면'이라는 것도 잊고, 중국 당면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수 십 년이 지나면 중국 당면도 당연하게 한식의 일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에서 새로움이 탄생한다. 일부에서는 우리 음식에 당면이 들어간 것은 양을 늘리기 위함으로 음식의 질을 떨어트렸다고 보기도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우리 음식은 꾸준히 대중에게 관심을 받고 잊히지 않고 있다. 중국 당면이 우리나라 음식에 가져오고 있는 변화가 흥미롭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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