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인 엉 브하크 매장이 프랑스에서 떠오르고 있다. <사진=Negozio Leggero>

현재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8%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40%는 일회용 포장용으로 만들어진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에선 푸드 트렌드로 떠오른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바로 ‘포장하지 않는 가게’이다.

프랑스에선 엉 브하크(En Vrac)’라고 불리는 트렌드는 번역하면 ‘In Bulk’를 뜻하는데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게 ‘벌크’라고 하면 코스트코와 같은 물품을 대량으로 파는 곳을 뜻하지만, 프랑스는 다른 뜻인 ‘포장하지 않은’을 뜻한다.

엉 브하크 매장은 건조식품부터 신선한 과일, 채소, 유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품들을 판매하는 개인 상점인데 가장 중요한 사하은는 ‘포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님들은 스스로 재사용 가능한 유리 항아리 혹은 에코백 등을 가져오며, 그곳에 음식을 담는다. 식품의 가격은 저울질을 통해 중량당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 치즈와 요거트등 다양한 유제품을 파는 엉 브하크 매장 ‘레트리 드 파리' <사진=Laiterie de Paris>

현재 파리에서는 다양한 엉 브하크 매장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18번가에서 치즈와 요구르트를 제공하는 엉 브하크 매장 ‘레트리 드 파리(Laiterie de Paris)’는 한화 약 5천 원 정도의 치즈와 요구르트를 구매할 시 약 6백 원 정도의 보증금을 내고 담아갈 수 있는 용기(Jar)를 받게 된다. 다시 구매하기 위해 찾아올시 새로운 용기로 교체해주는 시스템이다. 물론 재사용 가능한 용기다.

이 밖에도, 식품협동조합과 같은 신선한 식품들을 전문으로 하는 곳과 다양한 밀가루 종류, 탭(Tap) 형식으로 돼 있는 와인 등이 있는 엉 브하크 매장이 존재한다. 와인 매장 같은 경우에는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클래스도 존재해 만약 담아갈 병이 없다면 같은 곳에서 보증금을 내고 병을 제공 받아 다음 방문 시 반환하면 된다.

▲ 식료품 엉 브하크 매장 '네고지오 레제로' <사진=Negozio Leggero>

프랑스 3구 지역에 위치한 엉 브하크 매장 네고지오 레제로(Negozio Leggero)는 다른 엉 브하크 매장과는 다른데, 직접 채우고 무게를 책정하는 일반적인 곳들과 달리 네고지오 레제로는 직원들이 직접 손님들을 위해 음식물을 담아준다. 매장의 주인 폴린 비고트(Pauline Vigot)는 푸드앤와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직접 해주면 쓰레기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한 정보와 조리법 아이디어를 제공하기에 용이하다”라고 설명했다.

▲ 액상 비누 등 청소 용품 엉 브하크 매장 '더네이키드샵' <사진=The Naked Shop>

음식 외에도, 식사 후 설거지 등과 같은 청소에 필요한 액체를 파는 엉 브하크 매장도 존재한다. 식기비누부터 세탁세재 그리고 샴푸 등을 판매하는 더네이키드샵(The Naked Shop)의 주인 마리아 멜라(Maria Mella)는 펌프 셀프서비스를 합친 엉 브하크 방식을 택했는데, 손님들은 그냥 기계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디스펜서를 통해 액체 형태의 청소용품이 나오며, 원하는 만큼 담아 바로 계산하면 되는 방식이다. 주인이 직접 가서 담아줄 필요가 없어 시간 절약이 되는 장점이 있다.

마리아 멜라는 프랑스 엉 브하크 매장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 “80년대에 시작해 90년대에 부흥했던 유기농 운동과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하며 “약 4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 곳에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등장했지만, 프랑스 문화는 언제나 치즈와 빵 등 각각 전문성을 느낄 수 있는 각기 다른 곳에 위치의 개인 상점들로 향했다”라고 덧붙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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