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호떡의 계절이다. 날씨가 추워지니 부쩍 호떡 집들이 눈에 띈다. 호떡 집들이 실제로 늘어나는 건지, 호떡집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는데 갑자기 눈에 띄는 건지 알 수 없다.

겨울에 거리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호떡집 앞에 서있을 때가 많다. 날이 추우면 추울수록 호떡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다. 기름 팬 옆에서 호떡이 지글지글 익는 모습을 볼 때부터, 뜨거운 호떡을 두 손에 받아 들고, 호호 거리면서 한 입 베어 물고, 달콤한 맛이 온몸에 퍼지는 그 하나하나의 과정에서 몸에 온기가 조금씩 더해지기 때문이다. 호떡집 앞에 멈춰서는 횟수가 늘어나는 걸 보니, 바야흐로 겨울이다.

▲ 겨울이면 길거리 곳곳에 호떡집들이 눈에 띈다.

호떡 하면 보통 흑설탕이 들어간 호떡을 말한다. 찐득한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고 속에 흑설탕을 넣고 잘 여며서 기름이 자글자글한 팬에 얹는다. 호떡을 살짝 눌러 납작하게 만든 후 한 면이 다 익으면 다시 뒤집어 익히면 완성이다.

호떡의 절대다수가 이 흑설탕 호떡이지만, 속재료나 반죽, 굽는 방식 등을 다르게 한 호떡들도 있다. 속 재료로 차별화 한 호떡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부산의 씨앗 호떡이다. 구워낸 호떡 가운데를 잘라 견과류를 설탕에 버무려 넣었다. 일반 호떡 중에도 흑설탕에 견과류 다진 것을 섞은 것이 있지만 씨앗 호떡 쪽이 들어가는 견과류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색 호떡으로 잡채나 치즈, 감귤 등을 넣은 호떡도 있다. 반죽을 다르게 한 것으로는 녹차 호떡, 찹쌀 호떡 등이 있다. 밀가루 반죽에 녹차나 찹쌀가루를 넣은 것인데, 녹차 호떡은 반죽에서 녹차향이 나서 깔끔하고 찹쌀 호떡은 찹쌀 덕에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중국 호떡은 굽는 방식을 달리해 식감이 바삭한 게 특징이다. 공갈빵처럼 속이 비어 있는데 흑설탕이 들어가 살짝 달콤하다.

▲ 녹차 호떡. 속은 흑설탕과 땅콩 분태가 들어갔다.

중국 호떡이라는 종류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호떡이란 음식 자체가 중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19세기 말 개항기 때부터다. 우리나라는 이전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잦긴 했으나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화교들이 들어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가지 중국 음식이 우리나라에도 퍼졌는데 이 중 하나가 호떡이다.

호떡이라는 이름 자체가 오랑캐 호(胡) 자를 쓴, 중국에서 들어온 떡이라는 의미다. 중국, 특히 중국의 서쪽 지역은 쌀이 아닌 밀이 주식이다. 식사 때 쌀밥 대신 밀가루를 반죽해 익혀 먹고는 하는데, 호떡은 이 음식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초기 호떡은 중국에서 먹는 것에 가깝게 밀가루를 두툼하게 만들고 속에 고기, 야채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식사 대용으로 팔았다. 구울 때도 장작이나 갈탄을 쓴 화덕에 구워내 겉이 바삭했다. 하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형이 일어나면서 속재료로 지금처럼 단맛을 내는 흑설탕 등을 쓰게 되었다. 또한 부엌에서 더 이상 장작이나 갈탄을 쓰지 않게 되면서, 화덕이 아닌 기름을 두른 팬에서 호떡을 굽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바삭하던 호떡은 지금처럼 부드럽고 쫀득하게 변했다. 위에 언급한 중국 호떡의 경우, 과거 장작이나 갈탄을 쓴 화덕에 구워낸 호떡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전용 팬을 이용해 바삭하게 구워낸 것이다.

호떡은 초기부터 대중으로부터 크게 사랑받았다. 일제시대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었다. 겨울 대표 간식이었을 뿐 아니라 부산 씨앗호떡처럼 지역마다 명물 호떡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지 오래인 만큼 식품업 등장 초기부터 호떡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이 등장했다. 초기에는 삼립 꿀호떡 같이 데워먹기만 하는 제품들이 있었다. 기름에 지져낸 호떡과는 달리 얇은 빵 속에 흑설탕 시럽이 들어간 형태이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요즘에는 호떡믹스가 인기다. 호떡 믹스도 판매한다. 모든 재료가 들어있고 섞어서 굽기만 하면 완성되는 제품으로 식품회사마다 다양한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 마트에 가면 여러 식품 회사에서 출시한 다양한 호떡 믹스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작년 tvN 예능 '윤식당2'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호떡이 재조명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스페인의 한 섬에서 연예인들이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서 디저트로 판매된 음식이 바로 호떡이었다. 

뜨끈뜨끈하게 갓 구워낸 호떡 위에 아이스크림 한 덩이를 올리고 시럽을 뿌려낸 호떡은 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호평을 받았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큰 화제가 되었다. 이를 전후해서 호떡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일었다. 호떡 전문점이 생기고 호떡을 디저트로 판매하는 곳도 생겨났다. 식사 대용에서 길거리 간식으로 변모한 호떡, 이제는 레스토랑 디저트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호떡의 변화는 계속된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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