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여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 '성우 이용원' <사진=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과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성우 이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로 3대째 운영하며 사랑받고 있는 공간이다. 오랜 세월을 그대로 담은 간판과 주변외관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충분할 정도로 그 멋이 있는 장소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타계하기 얼마 전 단골 이발소인 '성우 이용원'에 들렀다는 소식으로 더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 서울시는 서민들의 민속생활사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높은 곳으로 판단하고, "1927년경 개업하여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발소 같은 장소에서 86년 동안 운영된 이발소로 공덕동 일대의 시대적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라는 보존 필요성을 밝히며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90년째 세월을 깎는 풍경을 담은 독립영화도 있다. 지난 2016년 '제7회 서울메트로국제지하철영회제'에 이동주 감독의 '성우 이용원(Seongwoo Barbershop)'이라는 작품이다. 

이렇듯 시간이 멈춘듯한 모습의 '성우 이용원'은 오랫시간 동안 우리 곁에 그모습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았다. 

▲ '서울미래유산'이라는 현판이 설치된 성우이용원 입구

하지만, 앞으로는 성우 이용원의 세월이 담긴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긴 어렵게 되었다.

지난 3월, 서울미래유산의 멸실과 훼손을 막기 위해 수리비를 비롯해 후원기업 매칭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등의 소식들이 전해졌고, 최근 10월 만리시장에 위치한 성우 이용원 앞에는 '서울시 문화정책-성우 이용원 보수공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10월, 이를 본 한 SNS 유저는 "가급적 옛 흔적을 잘 살리는, 섬세한 작업으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며 리모델링 중인 '성우 이용원'을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1월 느지막이 공개된 '성우 이용원'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사뭇 다르다.

▲ 외관이 크게 바뀐 '성우 이용원', 이남열 이발사로 보이는 한 사람이 공사 중인 성우 이용원 밖을 쳐다보고 있다.

근처에 거주하는 회사원 30대 김 씨는 "앞으로 성우 이용원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 정말 아쉽다. 서울시의 공무원이 원한 리모델링인지, 이남열 이발사가 원한 리모델링인지 의문이다. 어찌 됐든 아쉽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 공사 중인 성우 이용원 앞 도로.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북적이며 옛 정취를 느끼곤 했지만, 이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딱딱하고 시간을 옮겨온 듯한 만리시장의 분위기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장소가 되었다.

리모델링 전, 시인인 한 단골 손님의 시 구절이 거울 앞에 걸려 있었다.

"만리동 언덕길 / 세월의 더께로 / 메마른 몸을 비튼 / '성우 이용원' ... 의자에 앉으면 / 빛바랜 추억 사이로 / 세월이 흐른다"

미래유산으로 보존한다는 서울시 문화정책이 정말 문화를 보존하고자 하는 정책인지 의문을 품게 하는 '성우 이용원'의 리모델링이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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