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최근 한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한 덩이의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 이동철 지음/오우아]였다. 이것은 하이엔드 마케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 쌀 마케팅에도 정말 필요할 것 같아 저자의 강의를 찾아 듣게 되었다.

여기에는 정육점계의 루이비통이라 불리는 호주 시드니의 명품 정육점 ‘빅터처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빅터처칠’은 1876년부터 프리미엄 고기를 판매하던 곳으로 바닥은 최고급 이탈리아산 대리석으로, 벽은 히말라야 암염으로 되어 있다. 가게의 직원들은 모두 세계 요리대회 수상자 출신이고, 최첨단 장비가 있어 고기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의 연봉은 1억4천만을 넘는다고 한다. 

저자는 ‘하이엔드란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여야 한다’ 라고 말한다.

최근 해외토픽에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멜론이라고 하는 일본의 ‘유바리 멜론’ 2개의 낙찰가가 무려 300만 엔 (약 3,225만 원)이나 되어 화제가 되었다. 한 개의 가격이 무려 150만 엔 (약 1600만 원)이다. 보통 멜론의 가격이 만 원 정도인데 이 멜론은 무려 가격이 1,600배나 더 비싸다.

원래 일본의 유바리 멜론은 다른 멜론보다 과즙이 달고 맛있어 고가에 거래된다. 게다가 처음 수확된 농수산물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풍습 때문에 더욱더 고가에 거래된다. 그래도 2개에 3,000만 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
 

▲ 유바리 멜론 <사진= 일본 TV NNN>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왜 우리 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

불황이라고 해서 단순히 고객이 싼 거만 찾는다고 아니다. 쌀에 아무런 마케팅도 아무런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쌀도 대체 불가, 모방불가, 측정불가가 될 수 있다.

필자가 4번째 칼럼에서 일본 긴자거리에 있는 최고급 쌀집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 쌀집이 없는지 부러워했다.

일본에는 쌀 중에서 하이엔드라 불릴 만한 쌀이 매우 많이 있다. 필자가 최근에 맛본 쌀은 ‘용의 눈동자’(류노히토미)라는 제품으로 1kg 약 15,000원 정도에 판매가 되고 있다. 다른 쌀에 비하면 약 5배나 비싸다. 게다가 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환상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이 쌀로 밥을 지으면 밥알은 매우 크고, 윤기는 다른 쌀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밥의 찰기는 마치 찹쌀과도 같다. 입에 넣자마자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쌀과는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한 쌀이다.
 

▲ 용의 눈동자(좌) 일본 야후 와 금수강산 금쌀(우) <사진=박성환>

용의 눈동자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엄청 비싼 쌀은 아니다. 쌀 재배 시 기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 농법을 사용한 쌀은 더 비싸다.

우리나라에도 하이엔드라 부를 수 있는 쌀이 있기는 하다.

순금을 나노 크기로 분쇄해 논에 뿌린다. 이렇게 재배한 쌀 포장지는 피겨 여왕 김영아의 옷을 디자인했던 한국의 대표 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직접 디자인 했다. 가격은 일반 쌀의 7배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는 쌀 브랜드가 약 2,000개나 된다. 하지만 이 중 하이엔드라 불릴만한 쌀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쌀집 안을 채울 컨텐츠가 부족하다. ‘빅터처칠’과 같은 쌀집이 만들려고 해도 그 안을 채울 수 있는 쌀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용의 눈동자’와 같은 하이엔드라 불릴만한 쌀이 매우 많다. 그렇기에 긴자 중심에 쌀집이 생길 수가 있는 것이다.

하이엔드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군 중에서 가장 기능이 뛰어나거나 가격이 제일 비싼 제품을 말한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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