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는 1488년 희망봉의 발견으로 유럽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처음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특히 케이프타운 근처는 특히 바람이 거세어 농경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당시의 주 관심은 인도와 향신료였기에 항해 도중 잠시 들리는 기지의 역할만 했었다.

최초로 정착한 유럽인들은 17세기 얀 판 리베이크(Jan van Riebeeck)를 따라 온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의 칼뱅파 개신교도들이었다. 이들은 동인도 무역을 위한 중간 보급기지 구축을 위해 케이프타운 식민지 개척을 목적으로 판 리메이크와 함께 들어온 일행으로 1652년 봄에 남아프리카에 발을 디뎠다.

▲ 시그널 힐에서 대서양으로 지는 석양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미리 와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네덜란드에서 많은 농부들이 건너와 농장과 식민지를 확장해갔는데, 이들의 후손을 나중에 보어인 (Boers, 아프리칸스어로 '농부'라는 뜻)이라 부르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1598년 앙리 4세의 낭트 칙령으로 종교의 자유를 간신히 얻었던 위그노 신교도들은 루이 14세가 이 칙령을 폐지(1685년)하는 바람에 약 40만명의 위그노 신교도들이 인근 국가로 이민을 갔고, 이중 일부가 케이프타운 식민지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당시 대부분을 차지하던 네덜란드인들에게 쪽수(?)에 밀려 문화, 언어적으로 완전히 동화되었다. 하지만 이들 위그노들에 의한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기술은 오늘날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와인을 만들고 수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 시그널 힐에서의 대서양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귀금속 광산이 발견되면서 채굴권을 둘러싸고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고, 1899년 보어인들과 영국 사이에 보어전쟁이 발발하였다.

본국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영국과의 전쟁에서 본국인 네덜란드의 무관심 아래 보어인들은 처참하게 패했고, 1902년 트란스발, 오라녜 연합군이 영국에 항복하면서 영국령이 되었다. 굴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250년간 조상 대대로 일구어왔던 식민지를 빼앗아 간 것이다.  이후 아파르트 헤이드 등 아픈 역사를 딛고 오늘에 이르렀다. 

테이블 마운틴 Table Mountain은 5억 년 전 바다 밑에서 형성된 거대한 사암 덩어리로,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인해 융기를 거듭하여 해발 1,086미터까지 솟아오른 것이다. 산의 윗부분이 칼로 자른 듯 반듯하고 마치 식탁처럼 생겼다 하여 '테이블 마운틴’이라 부르며 총 길이는 3.2킬로미터에 달한다.

▲ 테이블 마운틴, 마치 거대한 식탁처럼 생긴 모습으로 길이가 3.2킬로미터에 달한다.

20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서도 보일 정도라, 대항해 시기부터 아프리카 남단을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유럽인으로서 처음 이 산을 본 사람은 1488년 포르투갈 항해가 바르돌로뮤 디아스였다.

한쪽은 Devil’s Peak 데블스 피크라는 원뿔 언덕이 있고 건너편에는 사자의 머리를 닮은 라이언스 헤드가 있다. 테이블마운틴의 정상 부근은 하얀 식탁보를 얹은 것처럼 흰 안개로 덮여 있는 날이 많다.

▲ 해변에서 바라본 데블즈 피크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으나, 바람이 센 날은 운행이 정지되므로 허탕을 치고 돌아서기 일쑤이다. 맑은 날에는 희망봉까지 내려다볼 수 있고, 거대한 대서양을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는 세계 최고 절경 중의 하나이다.

시그널 힐은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이다. 해발 350m(1,150ft) 높이에 있으며, 테이블 마운틴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 내려간 언덕 부분이며, 우뚝 솟은 사자머리 Lion's Head로 인해 마치 거대한 스핑크스 같아 보인다.

▲ 셔틀버스를 타고 해변 마을에서 바라본 라이온즈 헤드

사자의 허리처럼 완만한 시그널 힐은 과거에 해안으로 접근하는 선박들에게 신호와 경고를 보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요즘도 평일에는 정오 무렵 시그널 힐(Signal Hill) 에서 대포가 발사된다. 통신 수단이 없었던 19세기 초반부터 해안 주변의 선박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 포를 발사했고, 이 전통이 아직도 남아있다.

▲ 테이블 마운틴과 라이언스 헤드

시그널 힐이라는 이름은 해안을 통과하는 배들과 통신하기 위해 깃발을 휘날리게 했던 데서 유래했다. 대포를 발사하기 시작한 것은 1902년이었는데, 항상 안개가 심했던 이 지역은 깃발을 볼 수 없는 날이 많아 소리로 신호를 주고 테이블 만(Table Bay)의 배들이 정확한 시각을 함께 맞출 수 있었다. 언덕에는 두 개의 포가 있는데, 이 포는 1795년 영국이 침략했을 때 가져온 것으로, 철로 만든 포 중 사용이 가능한 가장 오래된 대포라고 한다.

▲ 시그널 힐에서의 석양 무렵

시그널 힐 하이킹 코스를 이용하여 테이블 마운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으며, 산 위에서 케이프타운 중심부와 대서양 해안과 주변을 탁 트인 시야로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특히 동틀 무렵이나 해질 때 최고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 대서양으로 떨어지는 낙조

언덕에는 이슬람 식 묘지인 크라마트가 있고, 시그널 힐 위에는 주차장이 있으나 협소하여 교통혼잡이 극심하므로 일몰을 보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와서 주차하고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일몰을 보기 위해 기다리면서 간단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 언덕에는 매트들이 깔려있어 대서양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 시그널 힐에서 바라본 테이블 마운틴, 기념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팟이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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