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라벨 검색 서비스 중의 하나인 와인서처와 비비노의 소매점 관리 메커니즘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평균 가격의 산정 방식과 코멘트 처리 부분에 대해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인서처와 다른 방식의 비비노의 평균 가격의 산정

와인서처의 경우에는 20년 이상 와인 업계에서 와인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으로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서비스를 한 만큼, 풍부한 와인 관련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 65불의 유료 가입자도 상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약 96,000개 정도의 와인 관련 소매점과 생산자 등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오랜 비즈니스 경험과 풍부한 와인 관련 업계의 생태계 참여로 와인의 가격을 평균을 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해당 와인에 연결되어 있는 와인의 가격을 평균 내면 되니 말이죠.

▲ 와인수입사 씨에스알와인에서 수입하는 미국 키슬러 레누아제티에 샤르도네 가격표 부분. 구입 물량, 비싼 세금체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해외 평균가격과 비교해서 아주 경쟁력 있게 구입할 수 있음. 서래마을에 위치한 레드텅 와인스토어에서 구입 가능.

이에 반해, 비비노는 와인서처에 비해 비교적(?)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업체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와인서처에 비해 생태계의 자발적인 참여가 덜한 부분이고, 와인서처와는 달리 외부 투자에 의한 기업이다 보니 여러 가지 압박이 있어 와인에 대한 직접 판매의 시작을 통한 부분 때문에 시장의 참여, 특히 소매점의 참여가 더딘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평균 가격을 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가격 부분은 실제로 여러 왜곡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판매를 하고 있는 소매점의 가격의 평균적인 가격 보다는 소수의 샵 가격으로만 평균을 내야 하니 비교적 고가,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입력하는 가격(그래서 비비노에서는 Average Price 라는 항목이 있어 와인 소매점만이 아닌 사용자에게 직접 받기도 합니다)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여러 가지로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와인의 가격, 특히 ‘해외 평균가’라고 하는 부분은 ‘비비노 보다는 와인서처'에서 값을 참조하고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잡는 경향이 일반적입니다.

구입 물량의 차이, 세금 체계의 차이 그리고 유통 구조의 차이로 인해서 국내가 해외보다는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게 책정된다는 이슈는 있지만, 이러한 부분도 50년 만에 일부 주종에 한해 진행이 된 종량세 개편 논의가 올해 한번 더 논의한다거나 작년에 핫하게 언급되었던 온라인 통신 판매를 통한 부분 역시 올해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되면 이로 인한 시장 확대 그리고 치열한 경쟁 구조를 통한 유통 마진의 축소 등의 부작용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와인 유통업계의 노동 생산성 개선, 와인 업계의 IT 제반 시스템 적극 도입 등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해외 가격은 말 그대로 ‘참고할 정도의 수준'이지 왜 그 가격에 팔지 않느냐고 물어보지 않는 것이 와인 업계에 있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높은 수준의 비비노 코멘트와 평점 시스템

미력하나마 와인 공부를 하면서 와인 테이스팅을 할 때 테이스팅 노트 등을 적는 모습을 보면서 훌륭하다 라고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색과 향 그리고 맛으로 이어지는 저 개인적으로는 ‘집착'이라고 느낄 만큼의 행위인데 이를 바탕으로 코멘트를 적는 분들을 보면 찬사를 보냅니다.

가격이 와인서처가 앞서 있다고 한다면, 코멘트와 평점 부분은 단연 비비노가 앞서 있습니다. 혹자는 비비노의 평점과 코멘트는 뭔가 잘못된 혹은 조작된 것이 아니냐 라고 하는 의혹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아니 똑같은 시스템인데 와인서처에서는 사람들이 코멘트 안 다는데, 왜 유독 비비노에서만 그렇게 많이 입력하는지 모르겠다. 뭔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 라고 하는데, 제 생각은 ‘글쎄요'라고 생각합니다.

▲ 비비노에서 제시한 비비노 평점에 대한 분포. 통계시간에 배운 정규분포에 가까운 모습으로 수렴되고 3.6점~3.7점 이상이면 평균 이상.

실제로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와인서처는 오래 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 출발이 ‘앱'이 아닌 ‘웹’ 기반의 시스템이기에 앱으로 뭔가 처리하는 방식에는 아무래도 뒤쳐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비비노는 스마트폰으로 와인 라벨을 ‘촬영’하고, 정보를 ‘확인’하고 와인 신나게 마시고, 일정 시간 후에 ‘푸시(Push) 메시지’로 ‘너 이 와인 마셨지? 코멘트와 평점 좀 달아줄래'라고 메시지 보내는 일련의 시스템이 와인서처에 비해서 훨씬 더 빠르게 코멘트와 평점을 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비비노 앱에서 와인 라벨 촬영 후, 일정 시간 후에 푸시 메시지가 와서 평가 여부 문의하는 화면.

기술적으로 살펴 보더라도 와인서처는 아무래도 ‘구식' 기술이 많이 채용되어 있습니다. 와인서처는 그 기술적 한계를 ‘경험'과 ‘데이터'로 보완하고 있는 반면, 비비노는 최근의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부족한 와인 관련 데이터는 최신의 기술과 시스템으로 와인서처와 다른 형태로 포지셔닝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댓글과 평점, 랭킹 등이 그러한 부분입니다.

▲ 비비노의 평균 점수는 3.6점이라고 하고, 4.0 이상 받으면 상위 15%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가성비가 좋은 구간은 3.8점과 3.9점 정도에서 가성비 좋은 것을 고르시면 실패(?)할 일이 없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얼마 전 와인 수입사 관계자들에게 댓글과 평점에 대한 부분이 어떻게 산정되는가 라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의 대답은 ‘그 로직은 알 수 없습니다. 비공개로 처리할 것이고, 아마 공개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왜 로직을 공개하지 않는가 라고 하는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로직을 공개하면 안 좋게 사용할(어뷰징, Abusing)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비노에서는 이러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라' 라고만 언급을 할 것입니다. 이런 예는 구글,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로 자사의 핵심 알고리즘에 대해서 대략 공개는 하지만, 자세한 메커니즘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이유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특정 와인에 대해서 평점과 댓글을 적으면 바로 보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표시되는 정보는 아마도 ‘가장 최근에 작성한 댓글'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즉, 특정 코멘트를 작성한 본인과 다른 일반인들이 보는 화면을 다르게 구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작성했는데 그걸 확인할 수 없다면 문제고, 그리고 최근의 내용만을 맨 위에 표시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만약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좋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도 포탈 사이트의 댓글 관련해서 많은 이슈가 있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비비노도 아마 비슷하게 다양한 스코어링(Scoring) 방식의 댓글과 평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해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조합'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 와인 랭킹에 따른 정보. 랭킹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과의 가중치 차이.

  • 와인 코멘트에 대한 횟수. 많이 입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가중치 차이.

  • 와인 코멘트에 대한 최근 여부. 특정 기간 동안 얼마나 입력했는지에 대한 가중치 차이.

  • 와인 코멘트 길이. 짧게 쓴 사람과 길게 쓴 사람의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코멘트에 대한 사람들의 좋아요 평가. 다른 사람들의 좋아요 선택 가중치 차이.

  • 비비노 시스템 내에서 팔로워 숫자와 팔로잉 숫자에 따른 가중치 차이.

  • 각종 반복적 행위 제외 메커니즘 보유. ‘자주’ 1점을 주거나 특정 IP주소에서 하는 행위 등.

  • 기타 등등

▲ 와인 만화로 유명한 '신의 물방울'에서 특정 와인을 평가할 때 일반인은 1포인트, 토미네 잇세와 같은 평론가는 10포인트로 계산해서 합계를 내는 방식으로 와인을 평가하는 화면. 신의 물방울 21권, 학산문화사.

비비노에서 보면 랭킹 시스템이 있어서 그 내역을 보면 비단 어느 특정 항목만을 보고 순위를 정하거나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내부 메커니즘이 있고 이를 점수화(Scoring)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랭킹 및 평점 등을 진행하기에 특정인 일부가 해당 부분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만약 ‘나쁜 짓’을 하고 싶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래 화면의 몬테스 알파의 카베르네 소비뇽 3.8점은 0.1점 조차도 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34,382번이나 평가를 했기 때문이죠.

▲ 비비노에서 3.8점을 받은 몬테스 알파의 카베르네 소비뇽. 34,382번 이상 평가를 받아 3.8점의 점수는 거의 변동 없이 저 점수로 될 가능성이 매우 큼.

코멘트 부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최근에 작성한 ‘허접한' 댓글을 해당 와인 평가 최상위에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작성한 본인에게는 바로 보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유명하고, 제대로 코멘트를 달고 있는 사람의 코멘트 그리고 가능하면 평가 점수가 후한 사람의 코멘트가 채택될 가능성이 큽니다. 애써 마신 와인인데 부정적인 코멘트를 보여주기 보다는 ‘선택의 이유'를 인정해주는 코멘트가 사람의 ‘공감'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감성의 측면을 바탕으로 기술적으로 보완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남이 평가한 코멘트와 평점은 그냥 남이 평가한 것

진정한 코멘트와 평가는 비비노가 알아서 잘 알아봐 줄 것이고, 와인 업계에 있는 분들과 일반 소비자 분들은 그냥 ‘참고'만 해야지 남의 코멘트와 평가에 대해서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보편타당하게 저렇구나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점수가 아무리 좋고 평가가 후하다가 해도 제가 싫으면 그냥 싫은 것입니다. 평가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가격에 집착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말이죠.

동부 이촌동에서 와인바, 하프패스트텐을 운영하는 양윤주 소믈리에도 손님에게 와인 추천을 요청 받고 손님의 여러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추천을 했는데, 해당 손님이 비비노를 통해 본 와인의 평균 점수만을 가지고 와인을 평가할 때 많이 속상하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남이 작성한 평가점수보다는 왜 대한민국 1등 소믈리에 중의 한 명이 그 와인을 추천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면서 소믈리에의 지식을 얻어 내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요?

▲ 비비노 평점과 전문가들과의 비교 차트.

지금까지 와인서처와 비비노의 해외 평균 가격과 평점 그리고 코멘트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와이너리 - 와인수입사 - 소매점에 이르는 유통 구조에서 발생하는 와인 관련 데이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필자는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에 와인과 IT의 결합을 주제로 (주)비닛 창업하여 서비스 준비 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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