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올로 와이너리 언덕에 위치한 Hotel & Spa do Vinho

브라질, 그 이름만 들어도 우거진 열대 우림에서부터 해변, 카니발, 아마존의 이국적인 유람선까지 모든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브라질은 이제 와인으로 이웃 아르헨티나와 칠레 뒤를 이어 미국과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남미 국가가 될 듯 하다.

브라질 남동쪽에 위치한 벤토(Bento) 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포도 재배지역은 브라질에서는 유명하지만 아직 세계시장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벤토 근처를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토스카나 지방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구불구불한 능선은 정감을 주며, 낮은 구릉을 따라 늘어선 포도밭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무더운 브라질에서 무슨 와인이 나오겠냐 하겠지만, 이곳 남쪽 깊숙한 지역은 포도나무를 키우기 알맞은 기후를 보이고 있어 국제품종인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과 함께 놀랄만한 품질의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되고 있다.

▲ 남반구의 2월은 수확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포도밭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농부들

미올로(Miolo) 와인 그룹은 초첨단 양조설비를 갖추고 최고의 와인을 빚어내기 위해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을 불러 양조자문을 받은 결과 30~30불 대에서 최고 수준의 보르도 블랜딩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내는데, 품질로 비교하면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50~100불대 와인에 해당하는 와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저렴한 땅값과 경쟁력있는 인건비가 장점인 브라질은 최고의 가성비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미올로 와이너리의 입구

미올로 와이너리의 역사는 1897년에 시작되었는데, 와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청년 주세페 미올로 (Giuseppe Miolo) 가 이태리 베네토(Veneto)에서 브라질로 이민을 오게 되었는데, 브라질에서도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의해 개척되기 시작한 자치주 벤토 곤살베스(Bento Gonçalves)로 정착하게 되어, 발레 도스 비네도스에 조그만 땅을 사서 포도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미올로는 유럽산 포도 품종을 심기 시작했고, 수년간 포도를 생산하여 납품하는 과정을 거쳐 드디어 1990년 이후부터는 자체 양조설비를 갖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올로는 브라질 와인의 품질을 대표하는 위치에 이르렀으며,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무려 백 년의 역사를 지닌 이 와이너리는 연간 1,60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 벤토 곤살레스의 구릉진 포도밭 너머에 자리잡은 미올로 Miolo 와이너리

미올로 와이너리는 브라질 남부의 계곡 지역인 벤토 곤살베스의 작은 두 마을 가리발디와 몬테 벨로 사이의 해발 450~650미터에 자리잡고 있으며, 발레 도스 비네도스(Vale dos Vinhedos) 로 알려진 이 지역은 2007년 유럽연합(EU)이 인정한 브라질 최초의 원산지 통제명칭 (DO)을 취득했다. DO는 포도나무의 식재, 생산과정, 그리고 와인의 상업생산을 위한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반드시 손으로 수확해야 하고, 품종별 생산량 규정도 까다롭다.

▲ 브라질 발레 도스 비네도스의 와인 명가, 미올로 와이너리 전경

레드 와인 생산을 위해서는 나무당 2.5kg, 화이트는 3kg, 스파클링 와인은 나무 한 그루당 최대 4kg만 수확할 수 있다. Varietal 와인은 레드의 경우 85% 이상 Merlot가 포함되야 하며, 화이트의 경우 샤르도네가 85% 이상 포함되야 한다. 블랜딩 와인은 최소 60%의 메를로, 또는 샤르도네가 포함되야 한다. 모두 6개월 이상의 숙성을 거쳐 출하되며, 생산지역인 발레 도스 비네도스(Vale dos Vinhedos) 에서 최고급 브라질 와인이 나온다.

▲ 남반구의 2월말은 수확의 계절이다. 포도 수확중인 농부

와인 생산 외에도 와인의 생산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즐기고 싶어하는 관광객을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이 지역의 자연풍광을 만끽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하 와인저장고를 포함, 모든 와인 양조 설비를 견학할 수 있다. 미올로 와이너리에만 연간 약 130,000명의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 수확을 기다리는 포도밭의 포도송이들

1990년대까지 브라질은 와인 수입이 금지된 폐쇄경제 체제였으나, 이후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이웃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서 질 좋은 와인이 쏟아져 들어와 경쟁하게 되면서 브라질의 와인은 생존을 위해 애써왔다. 따라서 브라질 와인 산업의 역사는 불과 25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태동이 늦은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있지만, 현대적 설비 투자와 유명 와인컨설턴트의 활용 등을 통해 빠르게 품질을 안정화 해왔다. 브라질은 남반구에서 5번째로 와인 생산량이 많은 나라로, 오히려 뉴질랜드 보다 생산량은 앞선다. 79,000헥타르(2.4억평)의 포도원 면적에 약 1,000개 정도의 와이너리가 있지만 90%가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이며, 그 외 2만 가구의 농가에서 자가소비용 와인을 만들거나 포도를 재배해서 판매하고 있다.  

▲ 미올로 와이너리의 양조설비

브라질의 대부분은 열대 우림으로 덮혀 있지만, 최남단 리오 그란데 도 설(Rio Grande do Sul)은 기온이 포도나무재배에 알맞아 브라질 와인의 90%가 생산된다. 브라질의 6대 주요 와인 산지 중 5개가 모여있다. 그 중 세라 가우샤(Serra Gaúcha) 지역은 발레 도스 비네도스, 핀토 반데이라, 알토스 몬테스, 파루필하, 몬테 벨로라는 다섯 개의 하위 생산지 명칭을 포함하고 있어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 볼 수 있다.  

▲ 와이너리에서 야외 식사를 준비해줘서 동료들과 잔디에서 식사후 망중한을 즐기다

브라질의 와인 산지에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데, 이들은 1870년대 브라질로 이주하였고, 집에서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나무를 들여 왔다. 나이 많은 주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오래된 베네치아 사투리를 쓰고 있으며, 이런 이태리 문화는 지역 요리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브라질 와인은 캘리포니아 와인처럼 진하고 바디감 있는 레드 와인 스타일 보다는 마시기 쉽고, 가볍고, 과일 맛이 도드라지는, 알코올 함량이 낮은 와인이다.  데이트용 음료부터 카니발까지 어떤 경우든 가볍게 홀짝일 수 있는 그런 와인이다.

▲ 건너편 언덕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심겨져 각기 다른 색을 띄고있다.

프랑스 모엣 샹동은 브라질 와인 시장의 잠재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1973년에 샹동 브라질 와이너리를 세웠다. 더운 나라에 시원한 스파클링이 주효할 것이란 판단이었는데, 대박이 났다. 오늘날 세라 가우샤 와인 산지는 스파클링 와인 산지 겸 휴양지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 장미꽃은 병충해 예방을 위한 것이다. 장미는 병충해에 취약하기에 농부들은 장미의 상태를 보고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이 브라질에서 인기가 있긴 하지만, 실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같은 Still 와인이 더 많이 생산된다. (레드 와인이 53%, 화이트 47%)  메를로 품종이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인데,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리슬링, 뮈스캇, 카베르네 프랑과 같은 다양한 품종의 와인도 흔하다. 가장 특이한 브라질 와인은 이웃한 우루과이에서 인기 높은 품종으로, 복합미가 돋보이고 타닌이 강한 짙은 색상의 따나(Tannat) 와인이다.

▲ 탐스럽게 자란 포도송이들, 수확을 기다리고있다

브라질 최대의 와인산지는 포르토 알레그레(Porto Alegre)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다. 와인 시음장과 관광 명소는 주로 발레 도스 비네도스(Vale dos Vinhedos) 생산지역에 몰려있다.  30여 개의 와이너리 시음시설이 있으며, 연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브라질의 최대 와인 생산업체 중 하나인 미올로(Miolo) 와이너리, 리디오 카라로 Lidio Carraro, 까사 발두가 같은 와이너리의 방문을 추천한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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