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비가 뒤덮고 있는 웅장한 프랑스식 샤토 건물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의 역사는 19세기 말 알프레드 텁스(Alfred L. Tubbs)로 부터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밧줄회사로 돈을 번 그는 나파 밸리 열차를 타고 종착역 칼리스토가에 내려 그의 두 번째 인생의 꿈을 이룰 장소를 찾고 있었다. 기후나 토양 조건으로 볼 때 나파 벨리 만한 곳이 없다는 말을 그는 믿고 싶었다.

토지거래는 곧 성사되어 1882년 1월 세인트 헬레나 산기슭 칼리스토가 북쪽 3킬로 지점의 31만 평 척박한 땅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돌이 많고 밀도가 느슨한 토양구조로 인해 배수가 좋고, 충적토와 화산질의 토양은 특히 포도 농사에 안성맞춤이었다. 따뜻한 낮과 서늘한 밤의 기온 차가 10도 정도라 포도의 산도 유지가 잘되고 긴 숙성 기간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을 내는 와인을 만들어내기 훌륭한 조건을 갖춘 땅이었다.

▲ 샤토 몬텔레나 입구의 메타 세콰이어 나무숲

그의 작은 소망이 결실을 보이는 데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 포도나무를 먼저 심어 포도원을 조성하고 나서 프랑스 건축가와 석공을 고용하여 프랑스식 샤토를 모방한 건물을 지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샤토 라피트(Château Lafite)가 모델이었기에 유럽에서 직접 수입한 두께 1미터짜리 돌로 외벽을 만들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알프레드 텁스 와이너리’라 지었다. 그의 소원은 프랑스 최고급 와인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고, 1886년에는 프랑스 본토 출신의 양조가 제롬 바르도(Jerome Bardot)를 영입했다. 1896년 당시만 해도 나파에서 일곱 번째 큰 와이너리였다.

▲ 샤토 몬텔레나 포도밭 구획 표시와 주요 토양 특성을 소개한 패널

텁스는 1897년에 죽었고, 아들인 윌리엄이 물려받았다가, 1919년 텁스의 손자가 다시 물려받게 되었는데, 곧 큰 불운이 닥치게 되었다. 1920년 미국의 수정헌법 제 18조가 발효되면서 '전국금주법(National Prohibition Act')이 시행되었다.

제안자 하원의원의 이름을 딴 '볼스테드법 (Volstead Act)'은 모든 주류의 제조, 판매, 운송, 수입, 수출, 배달과 소유를 금지했는데, 이는 당시 과음으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규모의 금주법안이 통과된 결과였다. 졸지에 된 서리를 맞게 된 것은 한참 성장 중이었던 나파의 와이너리들이었고, 텁스도 더 와인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금주법은 1923년까지 13년간 지속하였고, 그는 양조를 포기한 대신, 포도를 인근 와이너리에 팔거나, 집에서 자가 소비용으로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포도를 팔았다.

당시 금주법은 좀 느슨해서, 교회의 성찬용 와인 생산은 가능해서 베린저, 보리우 빈야드, 크리스천 브라더스 등 몇 개의 포도원은 미시용 와인을 만들었고, 이들에게 포도를 팔 수 있었다. 또한 가정마다 연간 750ℓ의 와인 양조가 허용되었기에 가정에 포도를 팔면서 유지해나갔다. 그러나 사람의 본능을 막는 법률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밀주가 성행하고 온갖 불법이 난무하자 금주법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가 일고 사회 불만이 고조되었다.

▲ 샤토 몬텔레나 포도밭에서 익어가는 포도 송이

알프레드의 손자 채핀 텁스는 금주법 철폐를 예상하고 와이너리와 지하 양조설비는 새롭게 단장하기 시작했고, 결국 1933년, 13년간의 금주법이 막을 내리고 양조가 가능해졌지만, 한번 식어버린 와인산업은 회복이 더디었고, 금주법 시대의 싸구려 와인에 길들어진 입맛에 고급 와인이 먹히지 않았다. 텁스의 손자 채핀은 일부 와인만 직접 만들고 나머지 포도는 외부에 팔면서 버텨나갔다.

1940년 채핀은 와이너리의 이름을 바꾸게 되는데, 인근 마운트세인트헬레나(Mount Saint Helena)를 줄여서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란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다.

▲ 풍광이 좋은 샤토 몬텔레나의 포도밭

사업 재건에 힘을 쏟았던 채핀 텁스는 1947년 사망하게 되자 와이너리의 모든 기능이 정지되었으며, 이후 20년간 포도원은 거의 방치되고, 텁스의 후손들은 1958년 거의 파산 상태에서 샤토(Chateau)를 팔았다.

텁스 패밀리는 3대에 걸쳐 77년간 고생만 하다가 빈털터리가 되었다.  덤불만 무성한 포도밭과 샤토 건물은 중국인 요츠 & 지니 프랑크 부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프랑크 부부는 2차 대전 이전 홍콩에서 전기기술자로 취업이민을 왔고, 은퇴 후 살 집을 물색 중이었다. 프랑크는 향수병에 젖은 부인을 위해 포도원에 중국식 호수를 파고 정자와 나무 다리를 놓고 잉어를 키웠다. 오늘날 이 제이드 호수는 나파 벨리의 손꼽히는 명소가 되었다.

▲ 몬텔레나 제이드 호수에 한가로이 유영하는 백조 한쌍

1970년대 초부터 샤토 몬텔레나의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던 짐 베럿(Jim Barret)이 몬텔레나의 새 주인이 되었다. 그의 사업상 친구였던 리 패쉬치(Lee Paschich)가 1968년에 샤토 몬텔레나 건물과 18만 평의 포도밭을 중국인 부부로부터 샀다가 짐 베럿에게 백만 불에 팔기로 한 것이다.

와이너리를 인수한 짐은 포도나무들은 뽑아내고 새 나무를 심었고, 최신식 양조 장비를 들여왔다. 짐의 꿈은 나파밸리에서 세계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포도나무가 자라서 와인을 만들려면 3~4년은 기다려야 했고, 유동성 위기를 피하는 방법은 그 기간 남의 포도를 사서 와인을 만들어 팔아야 했고, 숙성기간이 짧은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야 했다.

▲ 제이드 호수 위에 놓인 아치형 다리, 한 때 중국인 부부가 소유하면서 만든 인공호수다.

그는 보리우 빈야드와 로버트 몬다비에서 양조 경험이 있던 크로아티아 출신의 마이크 그르기치를 양조 책임자로 채용했고, 1972년 이웃 포도밭에서 리슬링을 사서 잔당을 2% 정도 남긴 달콤한 리슬링을 만들어 ‘샤토 몬텔레나 요하네스버그 리슬링 레이트 하비스트’를 내놓았는데, 달콤해서 인기가 좋았다.

함께 만든 1972년산 샤르도네는 처녀 빈티지였고, 새 프렌치 통을 쓰는 바람에 오크 향이 지나치고 텁텁한 맛으로 성공적이지 못했으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해인 1973년, 두 번째 만든 샤르도네는 3년 후인 1976년, 우리가 익히 아는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의 몽라셰와 뫼르소를 제치고 화이트 부문 일등의 쾌거를 이룬 기적의 와인이 되었다.

▲ 1976년 파리의 심판 주인공 샤토 몬텔레나 1973빈

자신의 와이너리를 갖는 것이 일생의 염원이었던 그르기치는 짐 베럿의 아들 보 베럿이 버티고 있는 샤토 몬텔레나에서는 그의 꿈 실현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파리의 심판으로 유명해진 후 일 년 뒤인 1977년 샤토 몬텔레나를 떠나 텍사스의 커피 재벌 오스틴 힐즈와의 파트너쉽으로 나파벨리의 중심 러더포드에 그르기치 힐즈 Grgich Hills 와이너리를 세우게 되었다. 그 이후 샤토 몬텔레나는 짐의 아들 보 베럿이 경영권을 계승하면서 지속 번창하고 있다.

▲ 짐 베럿과 보 베럿 부자의 사진이 실린 기념 와인세트

파리의 심판

존재감이 전혀 없었던 미국 와인 와인이 갑자기 세계 와인계의 스타로 등장하게 된 엄청난 사건이었던 파리의 심판은 지금부터 약 44년 전인 1976년 5월 24일 파리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파리 한복판에서 미국 와인과 프랑스 와인이 와인의 라벨을 감추고 와인의 맛과 향의 특성에만 집중해서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벤트였고, 로마네 콩티 주인을 포함, 프랑스 최고의 미식가, 와인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겼는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부문 모두 미국 와인이 1등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 샤토 몬텔레나 와이너리 입구에 전시된 와인과 파리의 심판 기사

결과가 나오자, 프랑스 심사위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일부는 자신이 매긴 점수표를 다시 돌려달라고 난리를 피우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미국 타임紙 기자 조지 테이버는 재빨리 기사를 써서 미국으로 보냈는데, Judgment of Paris, 즉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9명의 프랑스 심사위원들이 20점 만점 제로 평가했는데, 먼저 샤르도네 품종으로 우열을 겨룬 화이트 부문에서 미국의 샤토 몬텔레나가 전설의 부르고뉴 뫼르소, 몽라셰를 물리치고 1등을 차지한 것이다. 프랑스 심사위원 9명 중 6명이 최고점수를 줬으니 당연히 1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 테이스팅 룸 입구에 비치된 베럿 패밀리 관련 기사내용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와인이 최고라는 사실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수천 년의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의 역사, 그리고 프랑스 만의 특별한 테루아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와인을 만든다고 자부했었는데, 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코가 납작해졌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미국 와인이 세계 무대에서 급부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출품되었던 몬텔레나의 샤르도네는 그르기치가 몬텔레나에서 만든 두 번째 빈티지였다는 사실이며, 그나마도 자신의 포도가 아닌 인근 포도밭에서 사입한 포도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또한 당시 출품된 와인의 평균 소매가격은 프랑스 와인이 25불, 미국 와인이 6불로, 네배의 가격 차를 극복하고 일등을 했다는 점이 가성비 차원에서도 더욱 빛난다.

▲ 몬텔레나가 생산하는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다

몬텔레나의 창업자 알프레드 텁스 가문은 77년간 3대에 걸쳐 고생만 하고 파산했는데, 짐 배럿은 이 와이너리를 인수한 지 5년 만에 대박이 난 것이다. 사업은 역시 타이밍과 인재가 핵심임을 깨닫게 한다.      

레드와인 부문에서도 나파벨리의 스텍스 립 와인셀러(Stag’s Leap Wine Cellars)이 프랑스의 무통 로칠드, 오브리옹, 몽로즈 같은 기라성 같은 와인을 제치고 1등을 하게 되었으니 프랑스 심사위원들은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양 부문에서 모두 참패를 당하자 심사위원들은 패닉 그 자체였다.  이 사건은 미국 와인을 일약 스타로 올려놓게 되었고, 영원한 일등은 없다는 교훈을 던져 주었으며, 이름없는 수많은 양조가들에게 꿈을 주는 비전이 되었다.

▲ 아이비로 덮힌 고색창연한 샤토 몬텔레나 와이너리 전면

그런데, 30년 뒤 또 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파리의 심판 30주년 기념으로 2006년에 다시 프랑스와 나파 와인이 재대결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진정한 가치를 드러난다고 자신만만했지만, 그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레드 와인 부문에서 미국 나파 벨리 와인이 1등부터 5등까지 싹쓸이를 하게 된 것이다.

▲ 2006년 제 2차 파리의 심판 참가 심사위원들의 기념사진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를 맛보다

몬텔레네의 샤르도네 양조 방식은 상당히 절제된 프랑스식 방식이다. 말로락틱 발효를 생략하고 전체와인의 일부(10%)만 프랑스 오크통 숙성을 하므로 상당히 프레쉬하면서도 섬세한 샤르도네를 만든다. 캔달 잭슨 같은 버터리하고 오크향이 물씬 나면서 바디감이 무거운 그런 스타일과는 상당히 대척점에 있는 샤르도네 스타일이다.

▲ 로비에 전시된 몬텔레나 와인들

쨍쨍하고 기분 좋은 산도, 사과, 배, 감귤류, 자몽, 백도, 오랜지 껍질, 흰후추, 그리고 약간의 오크향 터치를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양조시 50% 정도의 포도는 제경하지 않은 전송이 발효를 하고 있고, 앙금 접촉을 길게 하지만 바또나주(효모젓기)는 생략한다. 섬세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데 많은 양조 노하우가 숨겨져 있다.

▲ 테이스팅 룸 입구에 전시된 파리의 심판 기념 오크통

샤토 몬텔레나의 뒷 이야기들

2008년에 파리의 심판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와인 미라클(Bottle Shock)'가 나와 많은 와인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가면 ‘미국을 만든 101개의 물건’ 중 몬텔레나와 스텍스 립 두병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된 것이다.

▲ 와인 마라클(원제 Bottle Shock)관련 전시 자료들

샤토 몬텔레나를 만든 마이크 그르기치(1923)는 올해 97세가 되는데, 옛 유고슬라비아 자그레브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그는 독일,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들어와 결국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그르기치 힐즈 와이너리를 세우게 된 것이다.  지금의 샤토 몬텔레나는 70년대 당시 오너였던 짐 베럿의 아들 보 베럿이 이어나가고 있고, 우리나라 나라셀라에서 수입하고 있다.

▲ 샤토 몬텔레나 지하의 와인 숙성고

파리의 심판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를 주관한 사람은 부유한 영국인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조그만 와인샵 겸 와인학원 아카데미 뒤뱅을 운영하던 스티븐 스프리에였다. 그는 미국 200주년(1776~1976)을 기념하는 행사로 파리에서의 블라인딩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미국 와인의 우수성을 소개하려고 했었다. 결국 프랑스에 불리한 결과 때문에 프랑스 와인계에서 거의 매장을 당하고 욕을 많이 먹게 되었지만, 미국 와인은 이 사건을 계기로 거대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언론인으로서 유일하게 참석하여 결과를 전 세계에 알렸던 타임紙 파리 특파원 조지 테이버는 ‘파리의 심판’이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세계 와인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 샤토 몬텔레나의 제이드 호수 가는 길

파리의 심판, 그 인문학적인 의미

‘파리의 심판’ 이라는 기사 제목은 사실 3200년전에 똑 같은 제목의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카피다.

파리의 심판은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는 사건으로, 파리스(Paris) 라는 이름의 목동이 제우스 신 대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는 심판관이 되어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아주게 되고,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파리스에게 절세미녀 헬레네를 소개해줌으로써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단초를 제공하였다.

▲ 몬텔레나에서의 시음 와인들, 리슬링, 샤르도네, 카베르네 소비뇽, 그리고 진판델

테티스 여신과 인간 펠레우스와의 결혼식에 모든 신이 초대되었지만 유일하게 불화의 여신 ‘에리스’ 만 초댓장을받지 못하자, 화가 난 에리스는 파티장에 황금사과를 하나 던지며 ‘가장 아름다운 여신’의 것이라고 하자, 제우스의 부인 헤라, 전쟁의 여신 아테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 것이라 다투게 되었다.

머리가 아파진 제우스는 파리스(Paris)에게 판정을 맡겼다. 여신들은 각기 파리스에게 자신을 택해 달라며 비밀 제안을 하게 되는데, 헤라는 ‘세상의 반을 다스릴 권능’을, 아테나는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남심을 간파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제안하게 되는데,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

이것이 ‘오리지날’ 파리의 심판 (Judgment of Paris)이다. 그러나 정작 아프로디테가 소개해 준 ‘가장 아름다운 여인’는 미케네 왕 아가멤논의 동생이자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가 아닌가? 결국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와 함께 그리스로 가서 헬레네를 유혹해 트로이로 돌아오게 되고, 여인을 되찾기 위해 영웅들이 벌이는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다. 이 전쟁의 전말은 우리가 보았던 브래드피트(아킬레스 역) 주연의 ‘트로이’ 영화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 루벤스의 Judgment of Paris <사진=Wikimedia Commons>

이렇게 3,200년전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을 기사 헤드라인으로 쓴 덕분에 이 사건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재미난 스토리로 기억될 수 있다. 만약 타임紙 기자 조지 테이버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없었다면 과연 이런 멋진 제목을 뽑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와인은 인문학적 연결고리가 많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고, 마실만 한 가치가 있으며, 밤새도록 이야기할 만한 소재가 풍부한 음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 나파 벨리 입구에서 동료들과 함께

프랑스 속담에 ‘혼자 마시는 와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인생과 같다’는 말이 있다. 와인은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눌 때 더욱 가치를 발하며, 우정과 신뢰, 사랑을 깊게 만드는 촉매제로서의 기능을 한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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