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1년간 개발하던 ‘와알못(Waalmot.com)’ 서비스를 베타 오픈했습니다. 웹으로도 볼 수 있지만, 현재 베타 테스트에 참가한 일부 사용자들만 ‘웹앱'으로 만들어진 앱을 배포 받아 테스트 시작을 했고, 여러 가지 사용성 부분을 점검한 다음에 정식 오픈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와알못' 서비스에 접목된 기술 중에서 ‘상황에 맞는 와인 추천'이라는 관점에서 칼럼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상황에 맞는' 와인 추천이란?

'TPO' 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Time, Place 그리고 Occasion' 이라는 단어의 약어로, 시기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맞는’ 라는 단어로 패션 업계에서 먼저 되었고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와인 역시 비슷합니다. ‘와알못'인 저도 어떤 사람과 와인을 마실 때 어떤 와인을 가지고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항상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반영하는 최근의 사례 하나를 언급해 보겠습니다.

▲ 중소기업을 위한 AI 기반의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드리엘의 염수원 대표. 와인 업계에서도 한정된 자원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할 때 꼭 사용해봤으면 하는 바램에서 굳이 이 사례를 본 칼럼에 기재했음.

위의 사진은 최근 적은 비용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만들어주는 AI 기반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아드리엘' 이라는 회사의 대표의 모습인데, 얼마 전에 이 분과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어 호스트로서 어떤 와인을 준비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이 분을 소개시켜준 분에게 잠시 이 분의 와인 취향을 물어보니 최근 미국 나파밸리의 와인을 좋아하고 ‘덕혼(Duckhorn)’이나 ‘디코이(Decoy)’와 같은 와인을 마시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분의 이력을 살펴보니 국내에서 공부를 해서 프랑스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사람과 결혼을 하고, 현재 한국에서 사업을 하신다고 하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화이트 와인 하나와 레드 와인 하나를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우선 화이트 와인. 가능하면 ‘미국에서 프랑스 와인처럼 만들고자 하는 곳'으로 생각을 했더니 ‘떠오르는 와인’이 있었는데, 이미 제가 마셔본 와인이더군요. 그리고 너무 딱딱한 라벨이라 가능하면 라벨이 화사한 와인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어야 하는 사실을 반영하고자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지금 이대로를 즐기자'라는 어휘를 가진 ‘파 니엔테(Far Niente)’를 가지고 갔습니다. 물론, 이 와인 역시 마셔본 와인이었습니다만, 대부분의 여성 분들이 좋아라 하는 와인 라벨이고, 고소영과 장동건의 웨딩 와인이라는 내용도 잊지 않고 설명을 했더니 좋아 하시더군요.

둘째 레드 와인. 가장 쉬운 그리고 호불호가 거의 없는 모 와인으로 하려고 했지만, 이것 역시 제가 마셔본 와인이라 이것은 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빠삐용'이라는 와인이 눈에 들어왔고, ‘빠삐용’이 우리가 생각하는 감옥을 탈출하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 프랑스어로 ‘나비'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아주 안 열리는 와인'으로 유명하기도 했고, 하프패스트텐 양윤주 소믈리에가 최근 사용하고 있는 ‘아벤'이라는 ‘프랑스'에서 만든 에어레이터를 기대하며 가지고 갔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오크를 잘 사용한 와인을 좋아라 하셨고, 화이트와 레드 와인이 가지고 있는 각 의미. 즉, 집에서 육아로 힘들고 코로나로 점철된 요즘 이 순간을 ‘나비(Papillon)’처럼  ‘탈출(Papillon)’ 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다(Far Niente)’ 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국가에서 만든 ‘아벤(Aveine)’ 에어레이터로 이 두 와인을 화사하게 열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와인 모임에서 호스트의 역할을 굉장히 중요하고, 같이 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이렇게 와인과 연결할 수 있으면 유치할지는 몰라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시스템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항상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난 번 와인 라벨을 인식하는 편에서 구글의 Vision AI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그림을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 구글 비전 AI를 통해 해당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추출하는 모습. AI 시대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나 아직 그 시간은 좀 더 필요한 상황.

구글도 아직은 학습이 부족하고, 와인 관련 컨텐트와의 연결이 부족해서 그 효과가 낮기는 한데, 이러한 부분이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와 결합되는 순간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아쉽게도 아직입니다.

▲ 오린 스위프트의 빠삐용 와인을 구글 비전 AI에서 검색한 모습. 라벨만 입력하면 해당 와인의 와이너리가 어디인지 어느 지역의 와인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아주 잘 찾아준다. 이러한 부분은 나중에 와인에 대한 지식 그래프가 연결되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예상됨.

해당 라벨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와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해당 라벨의 인식을 통해서 '오린 스위프트의 빠삐용' 이라고 인식하고, 빠삐용이 가지고 있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비, 탈출 등)를 추출하고 프랑스/미국 그리고 코로나가 가진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개념까지 연결하기에는 아직 ‘추론'의 영역은 가야 할 길이 다소 멀어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것은 '시간의 문제'로 와인 라벨을 통해서 추출된 단어를 통해 여러 의미를 가진 단어로 해석할 것이고, 사람이 생각하는 어떤 상황과의 매칭을 통해서 이 와인을 가지고 가야지 라고 생각을 하는 것처럼,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서 이러한 부분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이 미흡하다 보니 현실세계에서는 상황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는 것이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와인 업계에 있는 유명 인사가 ‘이럴 때는 이 와인'이라고 하는 부분으로 기사를 쓰거나 유투브 영상을 통해서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이신 ‘고재윤' 교수님의 ‘고재윤 교수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라던가 ‘와인디렉터 양갱’의 유투브가 대표적입니다.

▲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이신 고재윤 교수님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내용. 해당 내용에서 중요한 부분을 추출하고 이를 와인에 연결해서 해당 와인을 검색했을 때 고재윤 교수님의 해당 페이지로 링크되도록 작업을 했음.

▲ 와인디렉터 양갱의 모든 영상에서 추천한 와인도 모두 등록되어 있습니다. 방송에 언급된 와인을 찾았을 때 와인디렉터 양갱의 동영상에서 어떻게 소개되었고 해당 영상으로 링크되어 전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포털 역할을 함.

그러나, 이런 방식의 문제는 이러한 유명 인사의 추천 와인을 기억해 두거나 따로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일이 찾아 보는 것이 쉽지 않고 ‘어디서 봤는데…’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와인을 구매 시에 와인 전문가에게 문의하거나 매장에서 ‘어떤 씬(Scene)’을 주고 문의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유명 인사가 언급하는 와인들을 기억하거나 정리하지 않고 그때그때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리고 와인을 우연하게 검색했을 때 그 와인에 걸려 있는 와인의 상황이나 그와 비슷한 와인을 검색할 수 없을까 생각을 했고, 가장 쉬운 구현 방법으로 ‘해시태그(Hashtag)’가 생각나더군요.

와인에 해시태그로 인덱스를 걸어서 두면 다음에 편하게 찾을 수 있고, 비슷한 종류의 와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은 모두 수작업으로 정리해두었습니다.

▲ 검색 창에서 와인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김희선 이라고 입력하더라도 김희선과 관계된 와인들을 표시해줌. 사용자는 와인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본인이 기억하고 있는 단어로 검색하면 되도록 서비스 구성.

위의 그림은 인터넷에서 ‘김희선’ 배우와 관계가 있는 와인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희선이 좋아하는 와인이라고 언급했던 ‘콜긴’, ‘미우새' 방송에서 출연 어머님들에게 선물로 준 ‘실버 오크’ 그리고 본인의 약혼식에서 사용했던 ‘벨 에포크'까지 김희선과 관계된 와인들을 묶어서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김희선'이라고 입력을 하던 아니면 ‘벨 에포크'를 검색했을 때 ‘결혼’이나 ‘웨딩'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서 이 와인의 스토리를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것입니다.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들자면, ‘배용준’ 이라고 검색하면 배우 배용준이 결혼식 때 사용했던 와인들 목록이 나오기도 합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 이를 검색하다가 배용준 결혼식 와인 모두를 보고 참고해서 본인의 결혼식 때 사용할 수도 있겠죠.

현재 ‘와알못’에서는 유명 와인 유투버들이 언급한 와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정리해두어서 따로 기억을 하거나 방송을 보고 찾는 것이 아니라 와인 레벨에서 언급을 해서 우연한 기회에 특정 와인을 살펴볼 때 해당 방송으로 역으로 찾아갈 수도 있는 구조로도 되어 있고, 해당 유투브나 웹 사이트 링크를 모두 걸어뒀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응용하면 ‘와인스펙테이터 2019 Top 100’이나 ‘보르도 그랑크뤼’의 각 등급 와인이 무엇인지 기억할 필요 없이 전체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반대로 와인 라벨을 촬영해서 와인에 대한 상세 정보를 볼 때 보르도 몇 등급 와인인지 알 수 있고, ‘신의 물방울'에 나온 와인인지 여부 등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밖에 다양한 ‘상황에 맞는 와인'을 정리해 두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러한 부분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 와인디렉터 양갱의 특정 와인 에피소드에서 추천한 와인을 링크를 건 모습. 간단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모든 내용은 해당 유투버의 전체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음.

‘자연어 처리’ 시대에서 ‘자연어 이해'의 시대로

지금까지 상황에 맞는 와인 추천이라는 주제로 현재의 기술적 한계와 이에 대한 타협점으로 해시태그를 이용한 아주 기초적인 수준으로 대응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실패했고, 이러한 실패는 내부적으로는 내재화 할 수 있는 사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내용 역시 공유할 날이 오면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황에 맞는 와인' 추천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직 이러한 부분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일하고 있는 비닛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진행하다가 시간이 너무 걸려서 스타트업에서 기술적으로 풀만한 내용은 아니어서 특허만 취득하고, 나중에 이러한 상황에 맞는 와인을 기술적으로 풀어내는 노력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배경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해 갈 것이고, 특이점이 되는 순간이 오면 와인의 라벨 및 이에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메타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을 넘어 ‘자연어 이해(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분야와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추천'해주는 시기가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는 컴퓨터에게 대화하듯이 ‘저 오늘 10년만에 만나는 친구와 고기집에서 보기로 했는데, 5만원 대 정도의 레드 와인 추천해주세요' 라고 이야기 하면 시스템에 의해서 ‘손님에게 추천할 만한 와인 5개가 있고 각각 이러한 특징과 에피소드가 얽힌 와인입니다. 이 중에서 하나 고르세요' 라고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양재혁 대표

필자는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에 와인과 IT의 결합을 주제로 (주)비닛 창업하여 서비스 준비 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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