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차를 우리는 다예사

중국 보이차(普洱茶)는 마시는 골동품으로 불리며, 운남(雲南)의 소수민족이 대대로 만들어 즐기던 변방의 차였다. 그러나 청나라 옹정 10년에 황실공차로 선정되면서 귀족들에게 알려지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후, 중국에서 저술된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물리소지식(物理蘇知識)’,‘백초경(百草經)’등에서 성인병에 좋은 차로 소개되었다. 최근 세계 10대 식품에 녹차가 포함되면서 차 중에서 최고의 차로 불리는 보이차는 약리작용과 치료효능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과학적 분석과 임상실험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보이차의 맛과 품질을 결정짓는 3대 원칙은 재료, 기술, 보관이다. 이중에 재료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떼루아(Terroir)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운남성의 차산 별로 차 맛과 차 가격이 다른 이유도 떼루아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찻잎의 개성이다. 즉, 최고의 떼루아에서 최고의 찻잎으로 보이차가 탄생한다.

▲ 이무지역 괄풍채 보이차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중국의 경제 사정도 어렵고, 유통하는 차 상인은 물론 보이차 관광객의 이동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보이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중국 현지에서 예측했다. 2003년 중국에 SARS 전염병이 창궐하였을 때 4~6월까지 이동을 통제하여 보이 춘차 생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9년의 가뭄보다 2020년에도 더욱 심한 가뭄으로 경제환경과 보이차 생산환경에 적신호가 왔다.

▲ 빙도 고수 춘차

운남성 보이차산의 춘차 찻잎의 채집은 2월부터 시작하여 3월, 4월이 가장 절정 시기이고 5월에 끝났다. 그러나 2020년 2∼3월에 보이차 찻잎 채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뭄이 심하고, 중국 내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소비시장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년 춘차 경우 곡우(穀雨)이전에 채집한 찻잎으로 만든 우전(雨煎) 보이차가 가장 좋은 품질의 보이차가 되는 이유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차나무 뿌리가 땅속 깊숙이 수분과 영양분을 찾아 내려가기 때문이다.

▲ 이무지역 최고의 차로 부상하는 박하당 보이차

그러나 너무 가물면 차나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찻잎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이차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찻잎이 피기도 전에 꼬불꼬불하게 말리기 때문에 상품으로 가치가 없어진다. 2020년의 대지 보이차 시장은 녹차, 청차 등의 품질 좋은 춘차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수 보이차의 시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량과 더불어 경제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소비자가 주 고객층이기 때문에 고수 보이차 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7년 보이차 시장이 침체 된 후, 수많은 중소 브랜드의 차창이 유명한 신·구 육대차산의 고수 보이차를 생산하면서 살아남았고, 고수차의 우수한 품질 때문에 보이차 시장을 성장시켰다. 이후, 2010년부터 대형차창이 신·구 육대차산의 고수 보이차에 관심을 보이면서 고가 고수 보이차 시장을 형성했다. 자금에 압박이 거의 없는 대형차장은 고수 보이차를 시장에 유통하는 것보다도 장기투자를 고려해 숙성보관시켜 시킴으로써 고수 보이차의 시장점유율은 축소되고, 고가판매를 유도했다. 2020년도의 고수 보이춘차는 가뭄으로 인해 급격한 생산량의 감소로 더욱더 소매시장에서 고수차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중국의 보이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주장했다.

▲ 맹해 포랑산 노반장 차왕수

2020년은 2019년보다 더욱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차농(茶農)들의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겨울을 지낸 차나무들이 봄이 오면 적당한 봄비로 새싹을 피우기 위해 차나무에 활발한 생육 활동을 생기있게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다리던 봄비는 2월∼3월까지 거의 내리지 않고 가뭄이 오랫동안 장기화하면서 찻잎을 채집이 불가능해져 농부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운남성의 유명한 고수 보이차산은 해발 1600∼2000M에 사이에 있으며,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19년 2월∼3월은 평균 최저기온 6℃(10년간 평균 온도 10℃), 최고 기온 30℃(10년간 평균 온도 31.5℃)였지만 2020년 같은 기간 동안 평균 최저기온 5℃, 최고 기온 29℃로 추운 날씨가 지속됐다. 그리고 신(新)육대차산 맹해(勐海)차산, 임창(臨倉)차산은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았으며, 구(古)육대차산 맹랍현(勐臘縣)지역, 즉 이무(易武)차산은 올해 들어 3월 7일(토)에 약간의 첫비가 내렸지만, 내리나마나 할 정도로 적은 양이어서 봄비를 기대한 농부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 맹해 포랑산 차산

맹해지역은 차산 주변에 물을 구할 수가 없어 차나무에 물을 주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며, 이무지역의 만송(曼松)농가의 농부들은 무거운 물통을 지고 험한 산속으로 올라가 차나무의 고갈을 막고자 조금씩 물을 주는 진풍경이 생겨났다. 2020년 고수 보이춘차의 본격적인 채집은 4월 중순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  보이찻잎을 채집하러가는 소수민족 하니족

2020년의 고수 보이춘차 생산량은 작년처럼 차산에 따라 생산량이 1/2∼1/3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며, 쇄청건조(灑菁乾燥)한 모차 가격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상승할 것으로 본다. 아직 고수 보이춘차가 나오지 않았고, 차 상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운남성으로 갈 수가 없기때문에 고수 보이춘차 가격이 유동적일 수가 있다. 2020년 최고의 운남성 고수 보이춘차 빈티지의 탄생 여부는 4월 중순경이 되어야 윤곽이 잡히겠지만 보이차 애호가들을 위해 품질 높은 고수 보이춘차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2020년 고수 보이춘차의 맛과 향을 기대해본다.

▲ 고재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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