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대리의 한식탐험 4] 여름에는, 매실

승인2020.06.24 17:29:27
▲ 솜대리의 한식탐험, 매실

그러고 보니 매실을 생으로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 달 칼럼 주제를 매실로 잡고 나서야 깨달았다. 매실청을 입에 달고 사는데, 얼마 전에도 매실청을 담근다고 온 부엌이 매실로 가득했는데 정작 입에 댈 생각은 못 해 봤다.

매실 칼럼을 쓰기 전에 매실을 먹어는 봐야겠다 싶어 매실을 찾았다. 얼마 전의 매실은 전부 매실청이 되어 버렸지만, 다행히 집 앞마당의 매실나무에 매실이 몇 알 달렸다. 노랗게 익은 매실은 깨끗이 씻어 입에 넣어 보았다. 고대했던 매실의 맛은... 별로였다. 맛없는 살구를 먹는 듯했다.

매실은 일상에서 굉장히 많이 쓰인다. 소화가 안 되면 매실차를 마시고, 음식에도 설탕 대신 매실청을 넣는다. 웬만큼 집밥을 해 먹는 집이라면 매실청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집밥 레시피로 수미네 반찬 레시피가 많이 활용되는데 여기에는 어지간한 음식에는 다 매실청이 들어간다. 매실청이 이렇게 부엌의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은 의외로 오래되지 않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매실은 모든 가정에서 구비하는 재료는 아니었지만 1999년을 기점으로 매실의 운명이 바뀌었다. 드라마 허준 덕분이다. 주인공이 역병을 물리치는데 매실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매실이 급격하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식음료 회사에서 앞다투어 매실 음료를 내놓았고, 각종 레시피에 매실청이 등장했다.

실제로 매실은 여러 가지로 효능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식중독, 배탈, 해독, 해열에 매실을 약재로 썼다. 해독 작용 덕분에 숙취나 담배를 많이 피운 경우에도 도움이 되며, 갈증 해소나 식용 증진에도 좋다고 한다. 매실에는 각종 영양성분도 풍부하다. 칼슘, 철분, 마그네슘, 아연, 구연산 등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구연산 함량은 다른 과일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구연산은 피로 해소와 대사작용, 칼슘 흡수에 좋다. (임신 초기에 신 음식이 당기는 것도 칼슘 흡수에 도움이 되는 구연산과 비타민C를 몸이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라마 허준 이후 매실의 효능과 영양성분이 크게 주목받았지만, 매실에 독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붐은 크게 한 풀 꺾였다. 지금도 매실에 대해 검색해보면 매실의 독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매실에 독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실의 독성 때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극히 낮다.

매실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이 체내에서 분해되면 시안화수소, 즉 청산이 된다. 청산가리 할 때 그 청산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성분은 주로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풋매실이나 매실 씨앗에 많다. 식물에게 있어 과일을 만드는 목적은 동물이 과일을 먹고 다른 곳에 가 배변 활동을 해서 그 안의 씨앗을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인데, 동물이 채 성숙하지 않은 열매나 씨앗까지 먹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될까 봐 미량의 독성을 넣은 것이다. 아미그달린은 은행, 사과씨, 살구씨, 복숭아씨 등에도 들어있다. 

우리가 먹는 청매나 황매에는 아미그달린 함량이 훨씬 낮으며, 혹여 잘 못하여 풋매실을 먹더라도 치사량에 이르도록 먹으려면 수 백개를 한 번에 먹어야 한다. 

▲ 매실청

매실의 활용처는 아주 다양하다. 일상에서는 매실을 설탕에 1:1로 절인 후 매실을 걸러 낸 매실청을 가장 많이 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요리할 때 설탕이나 물엿 대신 쓰인다. 매실 자체의 신맛 덕분에 따로 식초나 레몬즙을 넣지 않아도 음식에 상큼함을 더해준다. (참고로 몸에 좋다고 매실청을 일부러 많이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매실의 좋은 성분이 녹아나 단순한 설탕보다는 낫지만 매실청도 대부분은 설탕물이다. 효능을 바라고 많이 쓰는 것은 맞지 않다.) 소화가 안 될 때나 배탈이 났을 때도 먹는다. 매실청을 따뜻한 물에 타서 차로 마신다. 사이다나 탄산수에 타서 매실 에이드로 파는 경우도 많다. 매실을 설탕에 절인 후 고추장에 묻었다가 매실 장아찌로 먹기도 하고, 일본식으로 소금에 절이고 차조기 잎으로 붉은색을 내어 우메보시로 먹기도 한다.

생 매실을 먹는 경우는 드물어서 그런지 의외로 매실 자체에 대해서는 낯설다. 매실이 매화나무의 열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매실은 장미과 식물로 매화 축제를 여는 바로 그 매화꽃의 열매다. 꽃을 보기 위한 종자와 열매를 얻기 위한 종자를 각각 개량 시켜 왔기 때문에 한 나무를 매화 축제에도 활용하고 매실 수확에도 활용하는 경우는 없지만, 매화 축제로 유명한 광양은 전국에서 매실이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매실은 흔히 청매와 황매로 구분해서 이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종류라고 오인하기 쉽지만, 청매와 황매는 매실의 익은 정도에 따라 달리 부르는 명칭이다. 청매가 익으면 노랗게 변한다. 익으면서 빨갛게 변하는 종류도 있는데 이런 매실은 황매가 아니라 홍매라고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매실도 과일이니 익은 것이 더 맛있다. 하지만 매실은 과실이 여물고 나면 쉽게 떨어지고, 한 번 떨어진 열매는 쉽게 상처 나고 맛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시장에는 청매부터 많이 유통된다. 

매실의 제철은 지금이다. 6월 중순부터 청매가 나오고 7월부터 황매가 나온다. 마트에 가면 박스째 매실을 가져다 놓고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굳이 직접 담그지 않더라도 매실청이나 매실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매실은 여름 음료로 그만이다. 실제로 갈증 해소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매실청을 시원한 물이나 탄산수에 타 마시면 온몸의 세포가 깨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예정이라더니 벌써 에어컨 없이는 힘든 날씨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매실청 하나 냉장고에 쟁여두는 건 어떨까?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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