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매년 복숭아 철이면 거의 일주일에 한 박스씩 복숭아를 먹어치운다. 다른 과일은 아무리 맛있더라도 한 박스 먹고 나면 물려서 연달아 사 먹지는 못하지만 복숭아는 거의 매주 다른 품종이 나오니 질릴 일이 없다. 복숭아의 품종은 수백 가지에 이르고 품종 별로 식감, 향, 맛이 모두 다르다. 각 품종 별로 수확 시기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로 짧아서 한 가게에서 똑같이 '말랑한 백도'라고 써 붙여 놓고 파는 복숭아도 지난주 것과 이번 주 것이 다르다. 지난 주에 먹었던 복숭아가 맛있었다고 복숭아를 또 사면 다른 맛이 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 먹은 복숭아를 먹기 위해서는 가게에 품종을 물어놨다가(보통은 황도, 백도라고만 써놓고 팔지만 과일 가게나 농장에서 샀다면 물어보면 품종을 알 수 있다.) 일 년 후 그 복숭아를 찾아야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매주 새로운 복숭아를 맛볼 수 있다. 그러니 6월 말부터 9월까지 제철 내내 먹어도 물릴 일이 없다. 

▲ 같은 농장에서 주문한 두 가지 복숭아. 일주일 간격으로 주문했지만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복숭아는 보통 생과일로 먹지만 식재료나 약용으로도 쓰인다. 특히 서양에서는 복숭아를 식재료로 많이 활용한다. 복숭아 조림이나 피클을 만들기도 하고, 구운 후 부드러운 치즈나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디저트로 먹기도 한다. 피클이나 통조림은 만들기 쉽고 레시피도 흔하므로 남는 복숭아나 맛없는 복숭아가 있다면 도전해봐도 좋다.

한편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복숭아를 약재로 많이 써왔다. 복숭아는 불로장생의 과일이라고 생각해 무릉도원, 신선, 장수 등과 연관시키곤 했다. 한의학에서는 여자에게 특히 좋다고 본다.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등에 효능이 있으며 혈액순환이나 변비에도 좋다고 한다. 복숭아 씨앗도 기침이나 가래를 다스리는 데 많이 쓴다. 참고로 복숭아 씨앗에는 전 편에서 다뤘던 매실 씨앗처럼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이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를 통해 사용하자. (자세한 내용은 솜대리의 한식탐험 4 '여름엔, 매실' 편 참고) 영양학적으로도 복숭아는 비타민이 많아 피로 해소에 좋고, 피부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복숭아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품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적은 편이지만 복숭아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은근히 많다. 복숭아를 만지거나 복숭아 즙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는데 증상은 약하게는 가벼운 피부 두드러기부터 심하게는 호흡 곤란까지 다양하다. 영화 기생충에도 복숭아 알레르기와 관련된 사건이 등장한다. 보통 가공식품에도 복숭아가 들어간 음식에는 별도로 표시가 되어있다.

복숭아는 정말 쉽게 무른다. 복숭아를 고를 때는 단 하나의 멍이나 흠도 허투루 봐서는 안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샀다가 다음 날 상해버린 복숭아를 마주치고 가슴을 칠지도 모른다. 복숭아는 상처가 없고 꼭지 부분까지 푸른빛이 없이 잘 익었으며 향이 좋은 것이 좋다. 잘 익은 복숭아는 매대 근처에만 가도 복숭아 향이 훅 끼쳐온다. 바닥 쪽에 놓인 꼭지 근처가 상한 경우도 많으니 투명한 박스에 들어있는 복숭아는 사기 전에 미리 살피자. 사 온 복숭아는 햇빛이 닿지 않고 서늘한 곳에 박스채 보관한다. 복숭아는 후숙 과일이라 실온에서 보관하면 더 맛있어진다. 양이 너무 많아 채 다 먹기 전에 무를 것 같다면 신문지에 싸서 냉장실에 보관한다. 군데군데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하루만 지나도 못 먹게 될 수 있으니 가능한 바로 먹자.

▲ 베란다에 박스 채 두고 먹고 있는 복숭아

복숭아는 가능한 농장에서 바로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당일 수확한 복숭아를 바로 배송해 주는 복숭아 농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복숭아는 금방 상하는 만큼 농장에서 바로 산 것과 마트에서 산 것의 차이가 정말 크다. 농장에서 사 먹으면 복숭아를 품종 별로 즐기기에도 좋다. 보통 배송 시 품종 정보를 주는 데 맛있는 것은 기억해 놨다가 다음 해 같은 농장에 연락해서 수확시기에 맞추어 배송받으면 된다. 흠과도 상관없다면 복숭아를 더 싸게 즐길 수도 있다. 복숭아는 상처가 잘 나는 만큼 흠이 있는 과일을 모아 싸게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상품의 절반 가격 정도 한다. 맛에는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집에서 부담없이 즐기기 좋다. 

본격적인 복숭아 철이다. 올해도 좋아하는 복숭아 몇 가지, 새로운 복숭아 몇 가지를 먹어볼 셈이다. 올해 복숭아 맛이 좋다고 하던데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그 복숭아는 얼마나 맛있어졌을지, 또 새로운 복숭아는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된다. 이 재미, 혼자만 느끼긴 아깝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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