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먹는 과일이다. 와인으로도 마시고 빵이나 한 줌 견과 속 건포도로도 먹는다. 전 세계 생산되는 포도의 2/3는 와인 제조용이고 나머지 중 2/3을 생과일로, 1/3은 건포도로 먹는다. 조선시대에도 포도는 말리거나 술로 빚어 가공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쉽게 상하고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사철 포도가 수입되고 있지만 갓 수확한 우리나라 제철 포도의 맛에 비할 바 아니다. 지금, 바로 그 제철 포도를 맛 볼 철이다. 

요즘 노지에서 자란 캠벨 얼리가 막 수확되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캠벨 얼리는 우리나라 대표 포도 품종이다. 조생종이라 시장에 빨리 내놓을 수 있고 내한성, 내병성 등이 강해 키우기도 좋은 편이다. 색깔이 잘 착색되는 편이라 색깔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지는 일은 잘 없지만, 완전히 익지 않았을 때부터 색이 진하기 때문에 간혹 덜 익은 포도가 수확돼서 유통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재배하는 포도 품종이 다양하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는 만 여개 포도 중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은 캠벨 얼리와 거봉 두 가지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캠벨 얼리가 우리나라 포도 수확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다가 최근 포도 품종이 다양화되면서 그 비중이 50% 정도로 줄었다. 

▲ 캠벨 얼리

새로운 포도 품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샤인 머스켓이다. 알이 큰 청포도로 최근에는 마트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송이 당 2만 원이 넘는 비싼 포도지만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해서 잘 팔린다. 망고향이 난다고 해서 망고 포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배 농가가 빠르게 늘어 최근에는 국내 포도 재배 면적의 약 15%을 차지하지만, 수출 물량도 많고 여전히 수요에 비해서는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블랙 사파이어, 델라웨어 등도 종종 눈에 띈다. 블랙 사파이어는 색깔이 진하고 길쭉하게 생겨서 가지 포도라고도 불린다. 신맛이 없고 굉장히 단데 간혹 떫은맛이 나기도 한다. 델라웨어는 알 크기가 손톱만 하고 밝은 자주색의 포도로 이 포도도 굉장히 달다.  

▲ 왼쪽부터 샤인 머스켓, 블랙 사파이어, 델라웨어 (사진 출처: 샤인 머스켓 - 연합뉴스, 블랙 사파이어 - 이마트몰)

샤인 머스켓, 블랙 사파이어, 델라웨어는 모두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씨앗이 없어서 먹기 편하다. 업계에서는 혼자 사는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품종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위의 세 가지 포도와 캠벨 얼리, 그리고 거봉 모두 외국 품종이라 최근에는 국내 품종의 포도를 개발하고 육성하려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더욱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맛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그래도 가장 일상적인 포도는 여전히 캠벨 얼리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포도를 고르고 보관하는 법을 알아보자. 앞서 얘기했듯 캠벨 얼리는 색깔로는 완숙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잘 익은 듯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덜 익어서 시기만 할 때도 있다. 잘 익은 맛있는 포도는 근처에 가면 향이 강하게 나니 포도 매대 근처에 가면 코를 킁킁거려보자. 보기에는 알이 꽉 찬 포도가 실해 보이지만 오히려 안 쪽이 안 익었을 수 있다. 알이 지나치게 많이 달리지 않은 포도를 고른다. 포도껍질에 하얀 가루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농약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친환경 재배의 징표다. 하얀 가루는 과분이라고 부르는 껍질의 일부분인데 워낙 약해 농약을 치면 씻겨 나간다. 포도가 어렸을 때부터 종이에 싸서 농약에 직접 닿지 않고 자라야 과분이 난다. 같은 값이면 과분이 없는 포도보단 있는 포도가 낫다. 참고로 과일의 당도와는 관계없다. 마지막으로 신선한 포도는 마르지 않고 알이 탱탱하다.포도를 잘 골라 사 왔다면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넣자. 포도는 물기에 약하니 씻지 않고 종이에 싼 채로 보관한다. 상한 포도알이 있으면 미리 따주고, 포도끼리 닿지 않게 공간에 여유를 두고 넣는다. 씻을 때는 송이 채로 씻으면 포도알 사이의 먼지 등이 제대로 안 씻길 수 있으니 알알이 떼서 씻는다. 

▲ 과분이 나 있는 캠벨 얼리

포도에는 당분이 많은데 그중에도 체내 흡수가 빠른 단당류의 함량이 높다. 오죽하면 단당류 당의 이름을 '포도'당이라고 지었을까. 그만큼 피곤할 때 포도를 먹으면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시 심각해진 코로나 사태와 길어진 집콕 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포도로 깨워보는 건 어떨까?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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