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이 우리 몸에서 산화되어 나오는 열량은 그램(g)당 7칼로리나 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그램 당 4칼로리, 그리고 지방은 9칼로리의 열량을 내 놓으므로, 웬만한 음식물에 비하여 상당히 칼로리가 높은 편이다. 500㎖의 맥주 한 병이면 약 200칼로리, 와인 한 병(750㎖)이면 약 600칼로리의 열량을 가지고 있으며, 작은 위스키 한 병(375㎖)이면 850칼로리가 넘은 열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하루에 독한 술 한 병을 마시고 식사를 적게 해도 어느 정도는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음식물의 영양소는 인체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산화되고, 나머지는 저장되어 서서히 꺼내서 사용되지만, 알코올은 인체에 저장되지 않고 계속 산화되면서 효소(비타민)나 무기질 등이 강제로 동원되어 소모되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의 부족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알코올의 에너지를 ‘실속 없는 칼로리(Empty Calory)’라고 하고, 술을 마시고 난 다음 허탈상태가 되는 것도 바로 이런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실속 없는 칼로리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여 술은 살이 찌지 않는다고 알기 쉬우나, 술의 칼로리를 먼저 이용하여 활동을 하므로 안주의 칼로리는 고스란히 저장되니까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면 안주를 안 들고 술만 마시면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하지만, 점심 때 먹었던 음식의 칼로리가 저장된다. 즉 술을 마시면 이론적으로는 살이 찌지 않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술의 칼로리와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면 전력이 더 소모된다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누르나마나 전력 소모는 동일하다. 그러나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리면, 사람이 더 탈 수 있어서 엄청난 전력 소모를 방지하니까, 닫힘 버튼을 누르면 전력이 더 소모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술도 위와 같은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간단하게 술을 마시면 살이 찐다고 하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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