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84> 밥을 위한 진화론

승인2020.10.08 11:13:28

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이 칼럼의 목적은 제목처럼 ‘밥이 답이다.’라는 거다. 쌀과 밥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서다. 흰밥이든 현미밥이든 다 똑같은 쌀이고 밥이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며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유전자에 각인되어 온 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밥이 좋다는 기사나 정보보다는 건강에 나쁘다는 식의 기사나 정보가 더 많다.

벼를 재배하는 농부의 땀방울이나 개발하는 학자들, 관련 분야 사람의 노력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한 내용이 너무나 많다.

쌀과 밥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나 농식품소비본부와 같은 기관의 많은 분도 노력하고 있다.

이미 8월 말부터는 조생종 햅쌀이 수확되어 시장에 나왔고, 추석이 지난 지금은 한참 중만생종의 쌀이 수확되는 시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10월호에 따르면 2020년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감소 전망으로 올 생산량은 약 368만 3천 톤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올해는 특히 유례없는 54일간의 긴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벼의 생육마저도 좋지 않다. 이로 인해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질까지도 저하되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코로나로 소비량까지 줄어들어 농가의 소득마저도 감소할 전망이다. 단지 쌀의 수급은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 단 하나만을 위안으로 삼아야 정도다. 이러니 국가의 모든 관련 기관들이 손을 맞잡고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 농업관측 10월호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런 상황에 한쪽에서는 어떻게 하면 쌀의 소비를 늘릴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곳에서는 거기에 찬물을 끼얹고 형태를 보이기 안타깝다. 그곳은 다름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다. 시기도 9월 초 막 햅쌀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백미 섭취가 당뇨 위험성과 연관이 있다.’ 쌀에 대한 푸드 포비아를 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올리고 있으니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날 정도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국적 연구진이 성인 13만 명의 10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높은 당뇨 발생 위험이 백미 섭취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 위험성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는 인도, 중국, 브라질 및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국가들이 참여한 국제 협력 연구로,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교(McMaster University) 및 인구보건연구소(PHRI)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해당 연구는 Diabetes Care지에 게재되었다.

연구진은 21개 국가의 35세~70세 성인 132,373명에 대한 9년 6개월간의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 이 시기 동안 당뇨는 6,129건 발생했다.

연구대상을 백미 섭취량에 따라 하루 150g 미만, 150g 이상 300g 미만, 300g 이상 450g 미만, 450g 이상으로 분류하여 당뇨 위험성을 살펴본 결과,
450g 이상 섭취한 그룹의 당뇨 위험성이 150g 미만 섭취보다 높았다. 
대륙별로는 평균 하루 백미 섭취량이 630g으로 가장 높았던 남아시아가 당뇨 위험성도 가장 높았다. 한편 중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백미 섭취와 당뇨 간의 유의미한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틀린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엄밀히 말해 당질을 많이 먹는다면 당뇨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고 표현해야 한다. 그걸 백미라고 꼭 집어서 말하는, 그것도 한참 햅쌀이 쏟아져 나와 여러 곳에서 쌀에 대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침 그 시기에, 그런 자료를 올리는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참고로 2019년 한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약 162g으로 하루 한 공기도 먹지 않는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쌀 소비량이 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30년 동안 당뇨병 발병률은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다. 식습관 전체가 바뀐 것을 단순히 흰쌀밥 탓만 하고 있다.

각 인종 별로 가진 DNA나 식습관이 다른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지도 않은 시험 결과로, 매우 부정적이며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자료를 기재했다. 같은 내용도 ‘백미보다는 현미가 더 건강하니 현미를 많이 드세요.’ 라든지 얼마든지 표현은 바꿀 수 있다.

쌀에 대해 트집을 잡을 시간에 마치 몸에 좋은 약인듯 팔고 있는 ‘크릴 오일’ 따위의 관리 감독에 좀 더 매진하길 바란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한겨레 10월 3일 자 기사에 ‘한국인에게는 비만과 당뇨를 막는 쌀밥 유전자가 있다’라는 반가운 기사가 실려 조금 마음이 놓인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연구진이 과학 저널 ‘Evolutionary Applications’의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오랜 벼농사 덕분에 고탄수화물 식사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의 부작용을 막는 유전체의 적응이 일어났다는 거다. 그것도 같은 아시아라고 해도 오직 한국인, 중국한족, 툰족, 일본인에게서만 이런 유전체 적응을 볼 수 있었다는 결과였다. 쉽게 말해 한민족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사람들만 쌀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적응을 했다는 것이다.

▲ 과학저널 표지 <사진=과학저널 'Evolutionary Applications'>

그러니, 예전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맞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한 거다. 우리의 몸은 밥을 많이 먹어도 되게끔 생물학적으로 진화됐다는 결과다. 그런데 밥이 아닌 다른 걸로 영양을 공급받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이제 다시는 밥이 무슨 당뇨 및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지금보다 밥을 2배로 먹어도 걱정하지 말고 먹자.

*출처 논문: Evolutionary Applications/Early View

Genomic adaptations to cereal‐based diets contribute to mitigate metabolic risk in some human populations of East Asian ancestry

*푸드 포비아(Food Phobia) – 음식에 대한 공포증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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