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도 반려동물처럼 인간과 교감이 가능할까? 농촌진흥청이 식물이 인간 행동에 대해 기체 화학물질을 통해 반응하는 현상을 포착하고 인간과 식물의 교감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식물은 초식동물이나 곤충이 자신에게 해를 가하면 위협에 처한 정보를 다른 식물과 화학물질로 주고받는다. 이때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을 ‘화학언어(chemical word)’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화학물질이 ‘메틸자스몬네이트(MeJA: methyljasmonate)’이다.

농촌진흥청은 식물이 인간 행동에 실제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대상 식물은 새로 개발된 식물보다 야생종․토종 식물이 화학언어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선정했다.

먼저 종자를 퍼트리기 위해 인간을 이용하는 식물(우슬, 도깨비바늘)과 인간이 식용으로 이용하는 식물(갯기름나물, 우산나물)을 대상으로 사람이 식물에 가까이 접근해 입김을 내뱉었을 때 화학언어 물질이 얼마나 발생하는 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우슬’과 ‘도깨비바늘’은 메틸자스몬네이트를 0.04ppb(피피비)씩 배출했지만, ‘갯기름나물(0.35ppb)’과 ‘우산나물(0.36ppb)’은 이보다 약 9배 많은 메틸자스몬네이트를 배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어린 식물을 20분간 짓이겨 죽인 사람의 입김을 받아 죽은 식물의 동료 식물이 있는 유리 공간(챔버)에 넣은 뒤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 변화량과 관련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 사람의 입김을 처리했을 때보다 식물에 해를 끼친 사람에게서 받은 입김을 처리했을 때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메틸자스몬네이트)이 23%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대상 식물 가운데 인간이 식용으로 이용하는 갯기름나물과 토종 상추는 화학언어 물질 배출량이 26.6%, 20.0%씩 증가해 화학언어를 통해 말을 잘하는 식물로 확인됐다. 메틸자스몬네이트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JAR1, JMT)의 경우에도 식물을 짓이겨 죽인 후 받는 입김에서 각각 43%, 165% 활성이 증가했다.

반려식물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관심이나 괴롭힘에 대해 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기존에 해외에서 식물과 곤충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적은 있지만, 식물과 인간의 사이의 화학반응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정명일 도시농업과장은 “반려식물이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만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식물도 사람이 자신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미워하지 않는지를 느껴야 하는데 이번 실험은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했다.”라며,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을 정밀 분석해 사람과 반려식물 사이의 반응과 식물들 간의 해충을 쫓아내고 천적을 불러오는 동반식물 연구를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막연하게만 여겨온 인간과 식물의 상호작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올해 7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소믈리에타임즈 전은희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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