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6.4%나 감소한 350만 7,000t으로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론 1인당 쌀 소비량도 57.7kg으로 줄었지만, 이보다 더 빠르게 쌀 재고량이 줄어 많은 전문가가 다가올 쌀 부족 사태를 예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으니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다.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드니 국가도 쌀의 공급과잉을 막기 위하여 ‘쌀 감산 정책’이란 것을 펼쳤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 우리 밥상에서 우리 쌀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쌀 가격의 하락을 막아 농민의 수익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정책이었지만, 과자나 술이 아닌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밥 짓는 쌀마저 수입산으로 바뀌는 현실이 된 것이다.

집밥 열풍, 코로나 사태로 인해 HMR 식품의 생산과 판매는 급증했고, 거기에 편승한 냉동 볶음밥, 도시락의 판매 호조가 어느 정도 쌀 소비 감소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지난 1월 한국 쌀가공식품협회에서는 21년도 가공용 국산 쌀 공급량이 부족하여 5만 톤으로 축소하여 공급하고 부족 물량은 수입 쌀로 대체하여 공급하겠다는 공문을 일제히 각 식품업체에 발송했다.

냉동 볶음밥 생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6월이 되기 전에 국내산 구곡이 모두 소진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국내산 햅쌀로 바꾸거나 아니면 국가가 수입한 외국산 쌀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미 대기업을 위주로 냉동 볶음밥에 국산 쌀이 아닌 외국산 쌀로 바꾸어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식탁 위 밥이 국산 쌀이 아닌 수입산 쌀이 올라온다는 거다. 당장 마트에 달려가 냉동 볶음밥을 살펴본 결과, 대한민국 마켓 쉐어 1위인 비비고의 냉동 볶음밥이 어느새 국산이 아닌 외국산 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 비비고 차돌 깍두기 볶음밥 <사진=박성환>

미국산 칼로스를 사용한다고 들었지만, 제품의 표기 사항에는 외국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중국산이나 베트남산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거다.

행정규칙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요령 제4조에 의하면 수입하는 원료의 원산지를 ‘외국산(OO국, OO국, OO국 등)으로 변경된 국가명을 3개국 이상 함께 표시하거나 ‘외국산(국가명은 OO에 별도 표시)’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 경우 별도 표시란 포장지의 QR코드 또는 홈페이지에는 해당 국가명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비비고 냉동 볶음밥에 사용한 쌀의 원산지를 찾을 수 없었다. 표시 사항 위반이 아니라면, 예외 조항인 정부가 가공식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수입산 쌀일 때만 ‘외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기에 정부에서 받은 수입산 쌀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가 제공하는 수입산 쌀이라도 국가를 표기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는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루를 내어 만드는 과자, 면류, 주류라면 외국산 쌀의 사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밥이 외국산 쌀이라니 충격적이다.

내가 이탈리아 리소토를 먹는다면 당연히 이탈리아 아르보리오 품종으로, 잠발라야를 먹는다면 미국 재스민 쌀을 사 먹겠지만, 우리의 흰밥을 먹는데 수입산 쌀이라니 마음이 아프다.

가공식품용 쌀은 1kg을 기준으로 국내산 구곡이 1,000~1,200원 정도인데 햅쌀은 2,700원 이상이니 생산 업체로써는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이 아니고서야 햅쌀로 변경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미국산 칼로스의 가격은 고작 700원 정도로 알고 있다. 무려 30% 이상 저렴한 쌀을 사용하면서 가격 인하는 하지 않았으니 판매 이익률이 상승했을 것으로 본다.

이제는 큰 규모의 단체 급식 업체에서도 국내산 쌀 대신 미국산 칼로스 쌀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루 한 끼는 품질 낮은 밥을 먹고 있으니, 좋은 밥맛을 경험해 보기가 어렵지 않은가 생각된다.

코로나 시대로 인해 식품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생산자도 밥맛으로 경쟁할 수 있는 최고의 쌀을 재배해야만 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소비자가 미국산 칼로스를 먹다 보면 품질 낮은 그저 수확량만 많은 국산 쌀과의 차별성을 못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면 생산업체나 유통업체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쌀로 상품을 만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점점 쌀 소비량이 줄어드니 한 끼를 먹어도 최고의 쌀로 밥을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생각하면서 최고의 밥맛을 내는 최고 품질 쌀이 많이 재배되길 바란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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