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샴페인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태어났다.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유리병의 출현과 이를 완벽하게 밀봉시키는 기술의 발전, 고압과 고농도의 알코올에 견딜 수 있는 이스트의 개발, 찌꺼기 제거를 위한 냉동기술의 발달 등 과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술이 샴페인이다.

1800년대 초 ‘뵈브 클리코’ 시절만 하더라도, 2차 발효의 개념이 없었던 때라서 대부분의 샴페인은 스위트와인이었고, 찌꺼기를 제거하지 않고 마셨기 때문에 잔에 따른 샴페인은 찌꺼기로 인하여 큰 거품이 일어나 아주 혼탁한 상태였다. 그러나 유리잔이 나오면서 와인의 미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에 뵈브 클리코는 구멍 뚫린 나무판 즉 ‘퓌피트르(Pupitre)’를 고안하여 찌꺼기 제거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와인에 설탕을 첨가하여 2차 발효시키는 방법을 개발하여 완벽한 발효를 유도하고, 1818년에는 최초로 로제 샴페인까지 만들었으니까, 뵈브 클리코가 샴페인 발전에 세운 공로는 대단한 것이다. 드라이 타입(Brut)의 샴페인은 ‘뵈브 포므리(Veuve Pommery)’가 1874년 빅토리아여왕의 요청에 따라 최초로 만든 것이다.

▲ 퓌피트르(Pupitre)

다음으로 큰 발전은 냉동기술의 도입이다. 냉동기술은 1800년대 말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으니까 샴페인의 병목을 얼게 만들어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은 20세기 이후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냉동기술이 없었던 시절에 병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어떻게 제거했을까? 숙달된 기술자가 찌꺼기를 병구에 모은 다음에 병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해서 마개를 제거하고 얼른 다시 손으로 막았으니까 상당한 와인의 손실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찌꺼기를 냉동시켜 제거하니까 액의 손실이 적고, 보다 맑은 샴페인이 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샴페인은 이와 같이 과학기술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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