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7> "별 도움 안 되는 양곡 표시제" 두번째 이야기

일본 " 명칭, 원료 현미(원산지, 품종), 중량, 도정일, 판매자 정보 5가지만 표기"
승인2015.07.14 01:06:49
▲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리스트 박성환] 지난 번에 이어서 이번 시간에도 쌀의 양곡 표시제에 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도 되는 양곡 표시제 왜 그런지, 표기하라고 기준을 만들어 놓고서는 ‘미검사’로 표기한다면 차라리 표기항목에서 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참 아이러니 합니다.

보통의 식품들은 다 소비자를 위해 표기사항을 정합니다만, 쌀은 다른 식품들과 비교해서 소비자들보다는 쌀 생산자 와 유통업자를 위해 표기사항을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 마트에서 판매되는 쌀의 양곡 표시 예 <사진=소믈리에타임즈>

좌측 사진은 품종에 혼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러 쌀들이 혼합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함량 표시가 없는 것은 최소한 어떤 쌀과 어떤 쌀이 몇 %씩 혼합된 건지 모른다는 거죠.

설상 품종 표기가 되어 있다고 해도 품종 표시의 기준이 해당 품종이 80% 이상이면 그 품종으로 표기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추청’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고 해도 실제로 ‘100%추청’ 품종이 아닌 ‘80%추청’ 품종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국립 농산물 품질 관리원에서는 NAQS 라는 쌀 품종 명 관리 마크 표시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의 미곡처리장 중 약 40% 정도만 품종 순도 인증을 받는다고 합니다.

▲ NAQS 인증 마크 <사진=소믈리에타임즈>

재배 농가나 미곡처리장에서도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기계로 찍어 내는 공산품이 아니니 일부 혼입될 수 있고, 각 농가 별로 품종을 계약 재배해서 품종이나 등급에 맞춰 따로 보관, 관리, 수매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농가, 미곡처리장 모두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실제 미곡처리장으로 가 보신 분들이라면 어렵다는 것에 공감하실 겁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어려운 것을 해결해야 쌀에 대한 품질 경쟁력이 생기고 제대로 잘 재배하고 관리된 쌀은 그만큼 더 값을 받아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그 차이가 크지 않다고 여기니 그냥 다 혼합해서 판매하는 것이죠.

아무리 농민과 미곡처리장에서 잘 관리해도 쌀은 살아있는 곡물이다 보니 유통과정 중에 그 품질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유통과정 중 쌀 품질이 변질될 경우 그 책임은 생산자에게 있고, 거짓 및 과대 광고 시 1년 이하의 징역 및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전하게 가기 위해 등급을 낮춰 표기하거나 아예 ‘미검사’로 표기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속내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잘 하려 해도 규모가 작고 힘 없는 곳은 어쩔 수 없기 하향 표기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지난 회의 품질 등급이 [보통] 이면 그 쌀은 ‘하’급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기준이 ‘하’급이라는 이야기고, 현실은 표시한 등급의 쌀보다 좋은 쌀들로 포장되었을 확률이 크다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곳도 있습니다.
혹시 2013년 ㅎ 농협 양곡 관리법 위반 사건을 아시나요?
당시 해당 농협의 조합장이 구속되는 사건으로 9시 뉴스에도 나올 정도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조합장은 묵은 쌀과 햅쌀을 섞어 팔고, 일반 쌀을 친환경 쌀로 속여 팔고, 해당 지역의 쌀이 아닌 타 지역의 쌀을 가져와 해당 지역 쌀인 것처럼 파는 등의 소비자와 농민을 동시에 우롱한 매우 큰 사건이었습니다.

해당 RPC는 국내에서도 손 꼽는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곳으로 워낙 자본력이 강하니 큰 타격은 없었지만 타 지역에서 해당 RPC의 대표 품종과 동일 품종을 재배하는 소규모 농가의 피해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그 품종의 상품들을 다 외면해 버렸기 때문이죠.

규모가 큰 미곡처리장의 경우 1천 만원의 벌금은 솜방망이에 불과 합니다.
사건 당시 위법 판매한 쌀의 매출액이 약 178억 상당이었다고 하니 말이죠.
그러니 대규모 RPC의 위법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러니 쌀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다행이 양곡관리법은 지난 7월 7일부로 개정되어 이제부터는 1천 만원의 벌금이 아닌 시가 환산가액의 5배 이하로 변경되었으니 앞으로 이런 사건을 사라지지 않을까 믿어봅니다.

▲ 일본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사진=소믈리에타임즈>

위 사진은 일본의 쌀 입니다.
일본의 JAS법에 따라 표기를 하는데 그 항목이 매우 단순합니다.
명칭, 원료 현미(원산지, 품종), 중량, 도정일, 판매자 정보 이 5가지만 표기합니다.

정말 고객이 궁금해 할 내용만 표기합니다.

단일 품종의 경우 원산지와 품종 명을 그리고 만약 혼합되어 있다면 어느 지역의 어떤 품종의 쌀이 몇 % 들어 있는지 정확하게 표기합니다.

등급표기는 없냐구요? 네 없습니다.

일본에 가신 분들은 아십니다. 길거리의 아주 저렴한 덮밥 체인점의 밥도, 편의점 밥도 매우 맛있다는 것을요.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기에 밥맛이 좋을까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쌀과 일본 쌀의 큰 차이 중에 하나는 완전립 비율에 그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은 거의 다 완전립 97% 이상인 쌀들만 판매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90% 전후 수준입니다. 그 이하의 브랜드로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일본처럼 완전립 비율을 높인 쌀이 있습니다.  [탑 라이스]라는 전국 공통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탑 라이스란 2005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로 세계 최고 수준의 쌀을 생산, 유통하여 소비자에게 가장 맛있는 밥맛을 내는 쌀을 제공하여 우리 쌀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마련했지만, 소비자 홍보 부족, 마케팅 부재, 국고 지원 중단, 도정 후 30일 지난 쌀의 회수 등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점점 잊혀져 버린 브랜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브랜드의 쌀들은 완전립 비율 95%이상, 단백질 함량 6.5% 이하, 생산이력제 관리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기준으로 관리되는 쌀로 정말 품질만큼은 최고의 쌀이었습니다만 제대로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생산가공자들은 소비자들이 싼 것만 찾는다. 소비자들이 단일 품종의 쌀의 차이를 모르니 단일품종 쌀을 선호하지 않는 다는 등의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물론 품종 별 쌀 맛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품종이 적혀 있어도 순도가 높지 않으니, 믿기가 어렵고 유명무실한 등급제로는 정말 좋은 쌀인지 아닌지 구별할 변별력이 약하니 표기 안 하느니만 못한 거죠.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의 쌀의 우수성을 알리기는 어려워 질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뙤약볕 아래에서 보다 더 좋은 쌀을 키우기 위해 애쓰시는 ‘강소농’들을 위해 좋은 우리의 쌀을 찾아 알리는 일을 해보려 합니다.

<약어>
* RPC - Rice Processing Complex (미곡종합처리장)
* NAQS - National Agricultural Products Quality Managrment Service
         (국립 농산물 품질 관리원)
* JAS - JApanese Agricultural Standard (일본 농림 규격)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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