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초 마스터 오브 와인 '지니 조 리'

지니 조 리 MW(Jeannie Cho Lee MW)는 아시아 와인 업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그녀는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을 획득한 최초의 아시아인이며, 와인 작가, 평론가, 저널리스트, 교수, 방송진행자 그리고 컨설턴트로서 활약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제학도였던 그녀가 와인의 길로 들어서며 현재의 위치까지 있기까지, 그녀가 걸어왔던 노력과 희생 그리고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소믈리에타임즈가 그녀의 ‘와인 스토리’를 담은 진솔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먼저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인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감사하게도 저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이 잘 통제되고 있는 도시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비록 여행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화상시음회, 마스터클래스, 심지어는 컨퍼런스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Q2. 지니 조 리 씨는 어떻게 와인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셨나요? 그리고 와인 분야에 특별히 끌림을 느끼게 되었던 계기가 있을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19살부터 20살까지, 영국 옥스포드 대학 및 런던정경대학에서 1년 반 동안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제가 와인의 세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영향을 미쳤는데, 와인이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것, 그리고 음식의 맛과는 다른 면모로 상호보완 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음료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와인에 푹 빠졌고 그것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 '지니 조 리' 그녀는 하버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뒤로하고 와인의 길로 들어섰다.

Q3. 하버드에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음에도, 와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는 새로운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은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네, 진로에 대한 초점을 바꾸기 위한 많은 도전이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가족, 특히 부모님이셨는데 “저의 석사 학위는 어떻게 할 것이고,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라고 물었어요. 저는 어떤 분야에서든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상황을 보다 성숙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그래서 와인에 대한 저의 열정에 따라, 어떻게 배워야 할 지 알고 출발했고, 엄격하고 매우 도전적인 ‘마스터 오브 와인’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Q4. 마스터 오브 와인 시험을 위해 어떻게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으셨나요? 그리고 마스터 오브 와인이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이 중요한가요?

저는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을 희생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희생은 ‘수면'이었는데, 와인 마스터를 위해 공부하던 4년 동안 평균 3~4시간을 잘 수 있었습니다. 만약 5시간 정도의 시간을 잘 수 있었다면 행운이었고요. 또한, 전 세계의 많은 와인 지역을 여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는 가족을 떠나 많은 시간 동안 집을 비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녀들이 아직 어려서 힘들었지만 저는 출장을 할 때마다 아이들을 돌봐주었던 어머니를 비롯해 저의 꿈을 지지해주는 가족이 공부하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 삶을 정말 빡빡하게 보냈고, 시간이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활용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와인 마스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시간 관리 기술’, ‘결단력’, ‘성실함’ 그리고 ‘집중력’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Q5. 우리가 ‘훌륭한 와인’을 말할 때, 와인의 개성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니 조 리 씨는 디캔터 아시아 와인 어워드(DAWA, Decanter Asia Wine Awards)의 의장이시기도 한데요. 당신에게 있어 ‘좋은 와인’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저에게 좋은 와인이란 ‘함께하는 동료, 음식 그리고 분위기 및 환경과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시끄럽고 붐비는 장소에서 알맞지 않은 와인잔 혹은 정말 매운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면 아무리 훌륭한 와인을 따봤자 소용없습니다. 와인의 세계는 정말 거대하며, 선택의 폭은 무궁무진합니다. 와인 애호가로서 말하자면, 올바른 와인과 세팅, 음식 그리고 사람과 짝지어야 합니다.

▲ 지니 조 리의 저서, 'The 100 Burgundy', '아시아의 맛, 음식과 와인'

Q6. 지난 2019년, 지니 조 리 씨는 ‘The 100 Burgundy’라는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또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프랑스의 다양한 와이너리를 여행하셨는데, 프랑스 와인만의 매력은 무엇이고 지금 이 시기에 추천할만한 프랑스 와인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코로나19 이전, 제 여행 스케줄은 정말로 살인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적어도 일 년에 3번은 프랑스로 여행을 가고, 저의 집이 있는 홍콩 밖에서 절반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2019년 초를 생각하면 저는 4월에 앙 쁘리뫼르(en primeur) 시음을 비롯한 다양한 시음회를 위해 보르도에 있었고, 6월에는 파리와 샹파뉴로 향했으며, 8월에는 뉴욕과 나파밸리에 새로 출시된 빈티지를 시음하기 위해 이동했으며, 11월에는 몇 주 동안 부르고뉴에 있었습니다. 또한, 그 사이에 최소 1년 동안 4번은 싱가포르에 있었고, 3개월마다 중국으로 이동했고, 1년에 약 2~3번은 한국에 있었어요.

프랑스는 포도 재배와 고급 와인 생산에 대한 오랜 역사가 있어, 지역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12살 때부터 프랑스를 정기적으로 방문했고 중고등학교에서도 프랑스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약간의 편애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비록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저의 부르고뉴 책을 통해 지금 시기에 알맞은 몇 가지 훌륭한 프랑스 와인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피에르 이브 꼴랑-모레 생 또방(Pierre Yves Colin-Morey St Aubin)’, ‘마르퀴 당제르빌 볼네 프리미에 크뤼 클로 데 뒥(Marquis d'Angerville Volnay Premier Cru Clos des Ducs)’, ‘도멘 드 라 부즈레 부조 프리미에 크뤼 르 끌로 블랑 드 부조(Domaine de la Vougeraie Vougeot 1er Cru Clos Blanc de Vougeot)'로 이 와인들은 몇 년이 지나면 괜찮은 구매(good buys)가 되기 힘들 거에요.

Q7. 또한, 다양한 아시아 음식과 와인에 대한 책 ‘아시아의 맛, 음식과 와인(Asian Palate, Savouring Asian Cuisine & Wine)’도 집필하셨는데요, 그 후 1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아시아 와인 시장의 트렌드 및 음식 페어링에 대한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시아 와인 시장과 음식 페어링에 대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요리와 훌륭한 페어링을 이루는 것은 와인과 음식의 맛이 충돌하지 않거나, 음식의 맛을 와인이 죽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이루는 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요.

와인이 요리를 압도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생선찜·가루파(Garoupa)을 잘 익은 바로사 쉬라즈(Barossa Shiraz) 와인과 페어링한다면, 여러분은 생선의 섬세한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입안에 남아 있는 잼 같이 달콤한 과실미와 탄닌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고추, 발효소스 또는 달고 신 맛의 소스 맛은 상당히 강할 수 있고, 부르고뉴에서 온 우아한 샤블리(Chablis)나 레드 볼네(Volnay)의 맛을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은 밸런스와 이해에 관한 것입니다. 요리와 와인의 성분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이지요. 최근의 아시아 와인 및 음식 시장의 변화는 아시아의 양념, 조미료 그리고 요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지니 조 리와 그녀가 출시한 '시그니쳐 와인 글라스'

Q8. 다양한 와인책 출간과 와인잔 출시 등 많은 프로젝트를 해오셨습니다. 지니 조 리 씨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저는 현재 홍콩이공대학(PolyU, 理大)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이 다음 세대에게 와인에 대해 공유하고 돌려줄 수 있기를 원합니다. 현재 여행을 할 수 없는 홍콩의 조용한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다음 프로젝트 및 모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계에 몰두하며 박사학위를 마치는 중입니다.

Q9. 와인전문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사람들 및 자녀를 키우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커리어우먼들에게 조언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게는 네 명의 딸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거부’나 ‘실패’와 같은 용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시하라고 조언합니다. 어떠한 좌절이라도 미래를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그래서 크든 작든 여러분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하세요. 그리고 이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가 아니라 여러분의 삶에 궁극적인 행복과 의미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거부나 실패와 같은 용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좌절도 미래를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Q10.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얼마나 ‘한국인’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가치관, 취향, 한국에 대한 나의 감상은 나이가 들며 점점 커지고 있으며,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저는 언젠가 한국으로 이사하고 은퇴할 생각도 하고 있어요!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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