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체스터(Lewis Chester) DipWSET

와인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제라르 바셋(Gerard Basset)은 마스터 오브 와인, 마스터 소믈리에, 와인 MBA, OIV MSc in Wine Management 그리고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World’s Best Sommelier)를 모두 획득한 최초의 인물이다.

비록 지난 2019년, 제라르 바셋은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현재까지 그의 업적을 기리며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의 절친한 친구인 루이스 체스터(Lewis Chester)는 제라르 바셋의 미망인 니나 바셋(Nina Basset)과 함께 와인 업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하고자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적인 와인생산국 외에도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도 유망한 와인 전문가들이 있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저히 적다. 이에 루이스 체스터는 최근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및 BAME(흑인, 아시안, 소수민족)를 위한 새로운 ‘와인 장학금’을 제도를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와인 업계에서 ‘인종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믈리에타임즈가 제라르 바셋과 공동설립한 리퀴드 아이콘스(Liquid Icons)의 루이스 체스터 DipWSET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Q1.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루이스 체스터(Lewis Chester) DipWSET이며,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MA 학위를 받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습니다. 저는 FCA 공인 투자매니저로 20년 이상 투자 관리 업계에서 일해왔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와인 및 위스키 수집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와인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현재 와인은 저에게 있어 아스날 풋볼 클럽과 함께 큰 애착 중 하나가 되었고, 그 결과, 고급 와인 및 자선사업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투자 업계에서 ‘반은퇴’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 전설적인 와인 전문가 故 '제라르 바셋(Gerard Basset)' OBE MW MS MBA OIV MSc ASI World Champion

Q2. 20년간 재무전문가로 일해 오셨는데, 어떻게 와인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되셨나요? 또한, 리퀴드 아이콘스를 공동 설립한 ‘제라르 바셋’과의 인연 및 우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와인 수집가로서, 저는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고급 와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지만, 와인 그 자체에 대해선 거의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두 지역 외의 지식은 형편없었죠. 그러다가 2009년 저는 디캔터 잡지에 올라온 제라르 바셋의 기사를 읽게 되었고,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즉시 나에게 답장을 보내주었고 그 후 우리는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그것이 우리가 서로 여행 파트너이자 친구로서 유럽의 많은 와인 산지를 탐험할 수 있게 된 놀라운 우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제라르는 제가 와인에 대해 학문적으로 배우도록 설득했어요, 처음에는 좀 꺼려졌습니다. 저는 이미 옥스포드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정말 공부는 지긋지긋했거든요. 하지만 그는 집요했고, 결과적으로 저는 WSET 레벨 1 과정에 등록하며 와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뒤, 2014년에는 제라르와 함께 와인에 대한 조사 및 컨텐츠를 제작하는 리퀴드 아이콘스(Liquid Icons)를 설립했지요. 비록 우리가 이 회사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지는 몰랐었지만요.

시간이 지나 2017년이 되고 저는 WSET 과정을 수료했고, ‘샹파뉴 아카데미 장학금(Champagne Academy Scholarship)과 호주에서 포도 수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하디스 빈티지 장학금(The Hardy’s Vintage Scholarship)’라는 두 개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번에 제라르는 저에게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에 도전하기를 원했지만, 제 아내인 나탈리가 완강히 거부했어요. 그녀는 제가 디플로마를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 및 시간을 투자했는지 알고 있었고, 그것이 제 투자 관리직과 세 자녀에게 많은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 제라르 바셋 세계 고급와인 보고서(The Gérard Basset Global Fine Wine Report)

Q3. 제라르 바셋 세계 고급와인 보고서(The Gérard Basset Global Fine Wine Report)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매년 저는 와인 업계 친구들을 위해 라 폴레(La Paulée) 파티를 주최합니다. 손님들은 고급 와인 두 병을 가져오고, 저는 음식값을 지불하죠. 마치 광란의 파티라고도 볼 수 있어요.

저는 제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 즉 고급 와인 업계의 모든 주요 인사들에게 “누가 유럽 혹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 있는가?”를 물어보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우리는 33개국에서 온 115명의 주요 와인 산업 구성원을 대상으로 2020 보고서를 위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제라르 바셋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제라르 바셋 세계 고급와인 보고서’로 지정했고, 와인 산업을 위해 무료로 출판하였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에게 “누가 최고인가?”를 묻는 방식은 기존에 없었기 때문에 정말 특별한 방법이었지요.

▲ 흑인 및 소수민족 학생들을 위한 와인 교육 장학금 ‘Taylor's Port Golden Vines Diversity Scholarships'

Q4. 올해 1월, 체스터씨는 니나 바셋 FIH, 로마네 바셋, 잰시스 로빈슨 OBE ComMA MW, WSET 최고 경영자 이안 해리스와 함께 ‘제라르 바셋 와인교육 자선재단’을 공동 설립했고, 흑인 및 소수인종 학생들이 최고의 자격을 위해 공부할 수 있는 ‘테일러스 포트 골든 바인즈 다이버시티 장학금(The Taylor's Port Golden Vines Diversity Scholarship)’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 2020년 초여름, 저는 한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제라르 바셋 세계 고급와인 보고서'에서 가장 많은 언급 된 우승자들을 위한 ‘와인 업계의 오스카 시상식’을 만들어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멋진 파티를 열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었죠. 뻔한 생각이었지만, 와인 업계에서 아무도 이런 것을 하지 않았거든요.

리퀴드 아이콘스가 이를 위해 얻는 수입도 없었어요. 단지 돈만 들어갈 뿐이었죠. 이에 저는 “행사를 열어 자선기금을 모으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후, 저는 니나 바셋(Nina Basset)에게 전화를 걸어 제라르의 이름으로 자선단체를 설립하자고 제안했고, 그것이 바로 ‘제라르 바셋 와인교육 자선재단(The Gérard Basset Wine Education Charitable Foundation)'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고급 와인 업계의 세계에서 진정한 챔피언이 될 사람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와인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요. 와인 수집가로서, 저는 지난 20년 동안 수백 건의 디너, 시음회, 투어와 같은 고급 와인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행사에 흑인이나 소수인종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따라서 니나에게 와인 업계의 ‘다양성’과 ‘포용력’을 위한 기금을 모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고급 와인 산업에서 이러한 부분들은 ‘그라운드 제로’ 상태였거든요. 니나도 이에 동의했어요.

그러고 나서, 저는 우리의 주요 기금 후원 프로그램이 될 프로젝트를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와인의 세계를 변화시키는 열쇠는 와인 산업의 꼭대기에 ‘롤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MW)과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MS)의 수준으로요. 조사를 해보니 흑인 MW는 전혀 없었으며, 소수 인종 역시도 적은 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골든 바인즈 다이버시티 장학금, 인턴십, 멘토십(the Golden Vines Diversity Scholarship, Internship, Mentorship)’ 프로그램을 통해 와인 분야에서의 경력을 고민하는 BAME/BIPOC 사회의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롤모델을 만들었습니다.

▲ 골든 바인즈 다이버시티 장학금의 공식 스폰서 '테일러스 포트' <사진=Taylor's Port>

그리고 세계적인 포트와인 제조사 ‘테일러스 포트(Taylor’s Port)가 공식 스폰서가 되어 ‘테일러스 골든 바인즈 다이버시티 장학금(The Taylor's Port Golden Vines Diversity Scholarship)’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장학금의 수준을 엄청나게 끌어올렸습니다. 현재 와인 업계에서 가장 큰 학술 장학금은 약 5,000파운드(한화 약 786만 원)이지만, 우리의 장학금은 5만 파운드(한화 약 7,861만 원)와 여행 경비 5,000파운드를 제공합니다. 이는 MW/MS 수업 및 시험 비용, 북반구 및 남반구 지역 최고의 와이너리에서의 12개월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수익손실을 고려한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일류 와인 학교 및 와인 기관과 계약을 했는데, 인턴십을 통해 우리 와인 학도들에게 고급 와인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고급 와인 세계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연락 기반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학도들이 그들의 학문적 여정 동안, 커리어의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업계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도록 멘토링 프로그램을 추가했습니다. 그 멘토들이 바로 테일러스 포트 골든 바인즈 다이버시티 장학금의 심사위원들인 ‘니나 바셋(Nina Basset)’, 현재 나파밸리에서 로렌스 와인 에스테이트(Lawrence Wine Estate)를 운영하는 유일한 흑인 마스터 소믈리에인 ‘칼튼 맥코이(Carlton McCoy)’, 유명 소믈리에이자 산디 와인즈의 오너인 ‘라잣 파(Rajat Parr)’, 골든 바인즈 시상식 & 디너 행사가 진행되는 애나벨스(Annabel’s)의 오너 ‘클레망 로베르트(Clement Robert)’, 그리고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적인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OBE MW입니다.

▲ 테일러스 포트 골든 바인즈 다이버시티 장학금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OBE MW) <사진=Wikimedia>

Q5. 장학금 프로그램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자, 이번 인터뷰의 중요한 핵심이기도 한데요. 와인 산업에서 다양성(특히 인종과 민족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와인의 세계란 정말 놀랍습니다. 업계의 사람들은 정말로 흥미로우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이며, 재미있죠. 피부색이나 인종적 배경이 어떻든 모든 사람이 와인 업계에 들어올 수 있고 편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다양성은 와인 산업에 이익을 줍니다. 다양성은 다른 문화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고, 실제로 그 산업의 매력을 강화하고 넓힙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업계에는 다양성이 거의 없어요. 그것은 동종 업계의 사람들에게 수치일 뿐만 아니라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고통을 받게 될 문제입니다. 세상은 세계화되고 있는데도, 주변의 변화에 맞춰 가질 못하게 되죠. 따라서, 산업이 다양성을 갖추고 더욱 포괄적으로 변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 입니다.

Q6. ‘테일러스 포트 골든 바인즈 다이버시티 장학금’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방법과 조건은 무엇이며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저의 웹사이트(www.liquidicons.com), 특히 온라인 신청 양식뿐만 아니라 모든 이용 약관이 나와 있는 페이지(https://liquidicons.com/work/golden-vines-diversity-scholarships)를 방문하길 권합니다.

핵심 요건은 첫번째, BIPOC(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BAME(흑인, 아시안, 소수민족) 사회의 구성원이어야 합니다.

두번째, 마스터오브와인(MW) 또는 마스터소믈리에(MS)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MW와 관련하여는 WSET 졸업장 또는 동등한 자격, MS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고급 소믈리에 인증서가 있습니다.

신청자의 적합성을 결정하는 것은 리퀴드 아이콘스가 아닌 5명의 심사위원들이 결정하게 됩니다.

Q7. 장학금에 선정된 학생들은 MW & MS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샤토 디켐’, ‘샤토 슈발 블랑’, ‘돔 페리뇽’, ‘오퍼스 원’, ‘에곤 뮐러’와 같은 세계적인 와이너리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MW나 MS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단력과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 시험들은 세계의 어떠한 학문적인 과목들 중에서도 통과하기 가장 어려운 시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여러분 앞에 던져질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특별히 전념하지 못할 것 같다면 차라리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영국 특수부대(SAS)의 모토처럼, 도전하는 자가 승리하기 때문이죠.

인턴십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다른 국가에서 12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며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할 수 없을 거예요. 또한, 여러분은 인격을 갖추며 배우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이 경험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 "마음만 먹는다면 무엇이든지 가능합니다. 제라르 바셋도 여섯번의 시도 끝에 세계 챔피언 소믈리에에 오를 수 있었어요.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진=gerardbasset.com>

Q8. 와인 업계에서의 경력을 꿈꾸는 한국 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마음만 먹는다면 무엇이든지 가능합니다. 제라르 바셋도 여섯번의 시도 끝에 세계 챔피언 소믈리에에 오를 수 있었어요.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와인 업계에서 일하기 위해 반드시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같은 게 아니에요. 매우 보람 있고, 즐거움과 성취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Q9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만약 고급 와인 업계의 경험이 있으신 분은 ‘제라르 바셋 글로벌 파인 와인 보고서’에 설문조사(https://liquidicons.typeform.com/to/BFNWRJGz)를 완료하여 해당 분야의 동료 및 친구들에게 공유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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