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 ‘중화풍 소고기 볶음과 메를로’ <사진=이주현>

아무리 먹어도 속이 허하고, 괜스레 마음이 공허한 날이 있다. 퇴근 후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이럴 땐 와인 한잔과 든든한 고기 요리로 위로의 시간을 가져 보길 제안한다.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라는 말은 단순히 운율만을 강조한 멘트가 아니다. 이유 모를 우울한 감정은 배가 든든해지면 의외로 쉽게 해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배달 어플 하나면 군침이 도는 각종 음식이 코앞에 배달되지만, 이런 날만큼은 좀 더 건강한 요리를 챙겨 먹는 게 어떨까. 들어가는 재료 모두 숭덩숭덩 썰어서 팬 하나에 볶기만 하면 끝나는 초간단 요리 <중화풍 소고기 볶음>은 쉬운 조리로 맛과 건강을 모두 잡았다. 이 요리 맛의 포인트는 만능 소스라고 불리는 ‘굴소스’이다. 모든 자취생들의 필수템이자 요리초보자들의 구원투수와도 같은 굴소스가 깊고 진한 맛의 요리를 완성시켜준다.

방전된 몸과 마음을 맛과 건강으로 충전하자.
'중화풍 소고기 볶음과 메를로'

▲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 ‘중화풍 소고기 볶음과 메를로’ <사진=이주현>

▌필요한 재료

소고기(구이용) 200g (소금, 후추, 간장 1작은술), 마늘 3개, 양파 1/2개, 표고버섯 3개, 파프리카 1개, 생강 1/2 조각, 굴소스 1큰술

▌만드는 과정

1. 소고기는 소금, 후추, 간장으로 미리 간을 해둔다.
2. 양파, 표고버섯, 파프리카는 1cm 두께로 썰어둔다.
3. 기름을 두른 팬에 편 썬 마늘, 양파 – 고기 – 표고버섯, 파프리카 – 채 썬 생강 순서로 볶는다.
4. 재료가 익으면 굴소스를 넣고 볶아 마무리한다.

소고기와 굴소스로 인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맛을 향긋한 생강이 잡아준다. 불에 한 번 볶았기 때문에 생강 특유의 강한 향이 줄어들어 도드라지지 않는다. 전체 밸런스를 잡아 주는 생강을 빠뜨리면 어딘가 2% 부족한 요리가 되므로, 생물을 구하기 어렵다면 생강가루로 대체하는 것을 추천한다.

건 표고버섯을 준비했다면 물에 불린 후 사용한다. 이때, 표고버섯을 불린 물은 버리지 말고 팬에서 고기나 채소를 볶을 때 살짝 넣어 보자. 센 불에서 휘저으면서 증발시키면 팬 안의 재료에 표고버섯 향이 배어 훨씬 깊은 맛을 낸다.

이렇게 볶은 소고기 요리는 단독으로도 충분히 일품요리가 되지만, 무궁무진하게 응용이 가능하다. 두부면을 넣으면 건강식 볶음 국수가, 파스타면을 넣으면 담백한 퓨전식 파스타가, 찬밥을 넣고 볶으면 밥도둑 볶음밥이 된다. 요리하는 사람만이 가지는 특권으로 어떤 요리를 완성시킬지 즐거운 고민을 해보자.
 

위로의 마리아주

'고기'와 함께 떠오르는 와인은 단연코 레드와인이다. 입 안에서 퍼지는 육즙과 레드와인의 궁합은 그 어떤 조합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있다. 레드 와인 중에서도 진하고 향긋하며 좋은 밸런스를 보이는 메를로는 전반적으로 육류요리와 어렵지 않게 페어링 할 수 있다. 굴소스를 넣은 중국요리와도 물론 잘 어울린다. 부드럽고 순한 맛의 메를로는 부드러운 고기에 곁들이는 것이 좋으므로, 고기를 너무 바싹 굽지 않도록 주의한다. 게다가 메를로의 향에는 어딘가 숲과 습기 있는 땅의 뉘앙스가 있어 버섯과 잘 어울린다. 오늘처럼 버섯이 들어간 요리와 함께하면 요리도, 와인도 훨씬 더 맛이 좋아진다. 매운 맛이 강한 사천요리 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중화요리와 메를로와의 페어링은 제법 괜찮은 조화를 자랑한다.

열심히 사는 사람일수록 이유 모를 허전함과 공허함을 수시로 느낀다고 한다. 아마도 갖고 있는 에너지를 몽땅 삶에 쏟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이럴 땐 <중화풍 소고기 볶음과 메를로>의 조합으로 방전된 몸에 기력을 보충해 주자. 배를 든든하게 채워 주는 고기의 감칠맛과 향긋한 와인 한 모금이 지친 일상에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 이주현 요리연구가

이주현 칼럼니스트는 감성을 담은 요리, 무드앤쿡(Mood & Cook)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며 요리연구가 및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를 통해 소믈리에타임즈 독자에게 맛있는 음식과 와인 한 잔으로 일상에 위로의 순간을 선물하고자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이주현 칼럼니스트 mood_c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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