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요리에 어울리는 쌀과 밥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지난 회에서는 카레라이스, 리조또, 초밥 등 한식이 아닌 요리에 어울리는 쌀과 밥 이야기를 했다. 이번 회에서는 우리 음식에 어울리는 쌀과 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음식을 하든지 쌀 고르기와 밥 짓기의 기본은 같다. 하지만 소고기 양지로 스테이크를 하지 않고 육수를 내는 것처럼 각각의 음식과 내 입맛에 맞는 쌀 품종과 밥 짓는 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단일 품종의 쌀이라고 해도 재배지역이나 가공, 유통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밥맛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품종인지 알 수 없는 혼합미로 항상 똑같은 품질의 밥 짓기를 할 수 없다. 이건 마치 어떤 부위인지 알 수 없는 잡육으로 구워 먹을 때 맛과 식감이 다 다른 것과 같다.

개인의 취향도 중요하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맛있다고 해도, 내 입맛에 안 맞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러나, 맛있다고 평가하는 밥맛의 기준을 알고, 요리에 어울리는 쌀로 밥을 지어보면서 내 입맛에 맞는 쌀이나 밥을 찾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각각의 요리에 맞는 밥이 따로 있다.

주먹밥이나 도시락은 밥을 지은 후 바로 먹지 않고, 일정 시간 경과 후 밥이 식은 상태에서 먹는다. 식어도 노화가 덜 되는 품종의 쌀로 밥을 해야 더 맛있다. 노화가 덜 된다는 것은 주로 찰기가 강한 쌀로 밥을 한 도시락이 더 맛있다.

보통 저아밀로스 쌀이 적합하다. 품종으로는 밀키퀸, 밀키프린세스, 백진주, 진상 등이 있다.

볶음밥은 도시락용 밥과는 달리 찰기가 너무 강하면 질척거려 밥을 볶기가 좋지 않다.

찰기가 적고, 쌀알이 단단하며 일반적으로 백반용 쌀과는 반대의 특성을 가진 쌀이 적합하다.

아밀로스 함량과 단백질 함량이 약간 높은 쌀들이 적합하며 쌀알 크기는 대립일수록 좋다. 품종으로는 신동진이 있다.

식혜는 향이 좋고 단맛이 강한 향미가 적합하다. 품종으로는 미향, 설향찰 등이 있으며 이런 향미는 카레에도 어울린다.

양조용 쌀은 쌀 내부에 공간이 있어 발효가 잘되는 쌀이 좋다. 품종으로는 설갱, 양조벼 가 있다. 하지만 저가형 술인 막걸리는 가격이 중요하기에 통일형 초다수 품종이 선호된다. 대표 품종으로 한아름, 안다가 있다.

국수용 쌀은 면으로 만들었을 때 모양 유지가 잘되고, 면발의 탄력성이 좋은 고아밀로스 계 쌀이 좋다. 품종으로 고아미, 미면, 팔방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 언급한 쌀 품종 중에서 일반 소비자가 구할 수 없는 쌀들이 상당히 많다. 요리마다 어울리는 품종의 쌀이 있지만, 그 품종의 쌀을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밥 짓는 법을 달리해 요리에 어울리는 밥을 지을 수 있다.

각각의 요리에 어울리는 밥의 특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덮밥류 밥알 크기가 크기 외관이 우수한 쌀
* 생선 요리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며 부드러운 쌀
* 고기 요리 맛이 진하고단맛이 더 있으며너무 부드럽지 않은 쌀
* 볶음밥 점성이 적고장립종이나 대립종인 쌀
* 비빔밥 맛은 깔끔하고담백하지만 밥을 비벼 먹을 때 잘 뭉개지지 않는 쌀밥은 약간 고슬고슬하게 짓는 것이 좋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품종별로 밥맛을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밥을 해서 그 자리에서 비교해서 먹어본다면 누구나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150g 소포장된 쌀 뿐만 아니라 각 품종별로 맛을 볼 수 있도록 품종별로 소포장되어 [비교해서 먹어보기 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각 요리에 맞춘 전용미에 대한 소개는 이미 지난번에 했었다.

▲ 150g 쌀 <사진=Nikkei Woman>

우리는 어떠한가? 잡곡의 경우 일회용씩 소포장된 상품이 많이 있지만, 백미의 경우 아무리 작아도 1kg 미만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전용미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끔은 마트의 990원 코너에 쌀도 같이 진열되어 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반찬은 소박하고 보잘것없지만 밥맛 하나만큼은 환상적인 곳보다, 맛집이라고 칭하며 그럴싸한 반찬이 잔뜩 있어도, 실상 밥 상태는 형편없는 식당이 더 많다.

요리에 따라 고기 부위를 골라 사고, 입맛에 따라 굽는 정도를 달리하는 것처럼, 쌀 품종을 고르고 밥 짓기를 달리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