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우린 보통 여름엔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이 즐기기 좋다는 것을 안다.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소비뇽 블랑이나 샤도네이는 여름철 인기 와인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30℃를 넘어 숨이 턱턱막히는 날씨에 잘 칠링되어 내어놓은 화이트 와인은 잔에 따른지 10분도 되지 않아 그 시원함을 잃어버린다. 습하고 뜨거운 공기에 와인의 맛을 음미하기란 더 어렵다. 무엇인가에 쫓기며 마시는 기분까지 든다.

먼저, 와인을 즐기는 데 '반드시 이렇게 하여야 한다' 등의 공식은 없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다.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한 공식이나 방법들은 있지만, 요즘같이 상식을 벗어나는 더위에는 고정관념을 벗고 쉽게 생각해보자.

스파클링 와인

각 와인마다 음용하기 가장 적합한 온도는 테이스팅 노트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스파클링 와인은 10℃ 내외로 차게 칠링하여 시음하길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무더운 날에는 과하게 칠링하여 와인에 약간의 살얼음이 생겨도 괜찮다. 쨍쨍 내리쬐는 여름 날 스파클링 와인을 매우 차갑게, 5℃ 이하로 칠링하여 와인 잔에 따라 마셔 보았는가? 살짝 얼은 와인도 함께 잔에 담겨있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열대야에 데일리로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 한 병을 냉동실에 40~50분 정도 매우 차갑게 칠링하여 마셔보길 권한다.
 

화이트 & 로제 와인

와인에 얼음을 쓴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얼음이 녹으며 와인을 희석하여 그 맛과 풍미를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엔 얘기가 좀 다르다. 얼음을 넣기에 괜찮은 와인들이 있다. 희석이 좀 되더라도 산미를 유지하며 선명한 풍미를 유지하는 품종의 와인이다. 리슬링과 소비뇽블랑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한 샤토의 수석 와인메이커 프랑수아 마통(François Matton) 또한 리슬링, 소비뇽블랑, 그리고 로제와인 등에 얼음을 넣어 마셔도 좋다고 말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와인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방법은 카리브해 전역에서 인기이기도 하다. 유명한 와인 생산자 마이클 몬다비(Michael Mondavi) 또한 자신이 생산한 로제 와인을 얼음을 채운 큰 와인 잔에 따라 마신다. 단, 녹고 있는 얼음 보다는 매우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이 좋다는 것이다.

좋은 옵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화이트 포트 와인이다. 주정을 강화한 화이트 포트 와인에 얼음을 넣어마시면 알코올 도수도 희석되고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한 와인이 된다. 빈티지 포트 와인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레드 와인

레드 와인도 가능하다. 마이클 몬다비는 그의 할아버지가 "더운 날에는 물과 얼음을 곁들인 레드와인이 가장 상큼하고 건강에 좋은 음료"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물과 얼음에 레드와인이 조금 심심하다면 얼린 포도 등을 얼음대신 넣어 마셔도 좋은 옵션이 될 것이다. 

또한 주요 생산지에서는 레드와인이나 로제와인을 슬러쉬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이 또한 방법이 간단하다. 남은 와인을 큐브로 얼리고 그것을 믹서기에 갈아서 만든다. 이 와인 슬러쉬는 파티에서 즐기기에도 좋다.
 

와인은 우리가 어렵게 생각해서 어렵지, 실제로 어렵지 않다. 더 좋은 방법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 즐겁게 맛있게 마실수만 있다면.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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